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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 동행 <17> 부산항 제1부두 지키자! 학자들이 일어선 이유

“부산항 제1부두 한번 손대면 끝 … 시민과 함께 보존 밑그림 그려야”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7-06 18:57:3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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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근대 민족 애환 서린 곳이자
- 현대 해양산업 개척의 출발점
- 북항 재개발 사업에 훼손 위기

- 市 상세계획 없이 정책 서둘러
- 50% 개발 가능한 문화재 추진
- 유네스코 등재 사업과도 모순

- 강동진·차철욱·전성현 교수 등
- 지역학자 보존 대책 고민 끝에
-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운동 시작
- 월 1회 연구강좌 2년간 열기로

2021년 하반기를 시작한 지난 1일, 낮 더위가 채 빠지지 않은 오후 6시께 부산 중구 동광동 ‘한성 1918 부산생활문화센터’로 ‘그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한성 1918은 1918년 은행으로 지은 건물이다. 내부는 현대식으로 바꿨지만, 구조는 옛날 그대로다. 이런 곳에선 상상력이 발휘된다.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지은 은행 건물 안에 앉아, 실내로 한 명 한 명 들어서는 사람들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독립운동하는 느낌이야’.

“아주 세게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했지만,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운동 차원으로 시작하는 게 맞겠다고 봤습니다. 오늘부터 월 1회씩 모두 24회 진행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더 많은 시민이 이 사안의 핵심을 알고, 부산항 제1부두를 제대로 지키는 데 동참하며, 전문가도 역량을 모으는 좋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차철욱 부산대 교수(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 전성현 동아대 역사문화학부 교수와 힘을 합쳐 이 강좌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바로 ‘제1부두연구강좌’다.
   
앞으로 2년에 걸쳐 진행할 ‘제1부두연구강좌’를 함께 기획한 전성현(동아대·왼쪽부터) 차철욱(부산대) 강동진(경성대) 교수가 부산 중구 동광동 한성 1918 생활문화센터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전략적 절제’가 절박하다

차철욱 전성현 강동진 교수를 비롯한 학자·언론인 16명은 올해 5월 ‘부산항 제1부두에 대한 우리의 생각’ 성명을 냈다. 동참한 이들은 부산 역사·문화·학술·예술 전반을 살리고 지켜보겠다고 애써온 전문가들이다. 제1부두를 ‘제대로 지키려는’ 이 전문가들의 절박함이 성명서에는 담겼다. 일부를 옮겨본다.

“최근 ‘제1부두’를 놓고 논쟁이 한창입니다. 부두를 관통하기로 했던 도로의 선형 변경은 대단한 결단이었습니다. 두고두고 칭찬받을 일입니다. 그러나…제1부두의 ‘계획적 방치’에 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산은 불가역성(不可逆性)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절대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미래에 두고두고 후회하는 상황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전략적 절제’가 필요하며, 반면 등재를 위한 일에는 ‘고도의 집중’이 요구됩니다. 그 균형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마침내 ‘제1부두의 시간’이 왔다는 뜻이다.

■한국 현대사의 빛나는 상징

부산항 제1부두 이야기라면 정말이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우선 ‘부산항사(史) 특급 해설사’로 통하는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의 글을 가져와본다.

“게다가 부산항 제1부두는 청년들이 강제징용과 학병으로 끌려간 공간…눈물로 떠났던 140만 동포들이 해방을 맞아 귀국할 때 환희의 물결로 넘쳐났던 현장…한국전쟁 당시는 후방군수기지로서 이 나라의 버팀목…1960년대 이후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산업현장…우리나라의 해양과 원양수산업 등의 개척정신이 서려 있는 곳….”

“한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1952년 10월 21일에는 1만t급의 우리나라 국적 화물선 ‘고려호’가 고철 1678t을 싣고 최초로 태평양을 건너는 취항식이…1957년 6월 26일 오후 5시에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指南號·230t급) 출항식이 열린 곳도 이곳…2008년 4월 2일 우리나라 최초로 부산을 모항으로 하는 연안 크루즈선 ‘팬스타 허니호’ 출항식도 이곳…부산항 제1부두는 화물을 하역하고 장치하는 부두 본래 기능 못지않게 우리나라 해양산업 개척정신이 서린 부두로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국제신문 2016년 3월 7일 자 18면)

■좀만 더 시간 갖고 멀리 보자

한국 전근대의 출구와 현대의 입구가 1부두이며, 처참하게 가난했던 한국이 난관에 응전하며 선진국으로 뛰어오른 도약대가 바로 1부두여서 그 상징성이 엄청나다는 얘긴데, 왜 지금 ‘제1부두의 시간’이라는 기로에 선 걸까?

“(북항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그 권역에 들어 있는 제1부두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나 부산항만공사(BPA), 부산시 관련 부서는 현재 급한 마음으로 너무 서둘러 ‘손을 대는’ 정책을 씁니다. 제1부두를 개발해 어떻게 쓸지 상세한 그림은 아직 없는 상태고요. 손을 대는 순간 현재 간직한 원형과 진정성은 파괴될 수밖에 없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조금 더 멀리 내다보는 시선으로, 시민·전문가와 함께 보존·활용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저희의 요청이고 목적입니다.”(강동진 교수)

제1부두연구강좌 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 관련 부서의 방침은 “제1부두를 시·도 등록문화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1부두의 50%는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곧장 심각한 모순과 문제점에 부딪힌다. 부산시는 현재 ‘피란 수도 부산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제1부두가 시·도 등록문화재가 되는 데 그치면 피란 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불가능해집니다.”(제1부두연구강좌 주최 측)

■매달 첫째 목요일 한성 1918서

강동진 교수는 “보호구역이 있는 부산시기념물 이상의 등급 지정은 꼭 필요하다. 제1부두를 빼면 피란 수도 부산 이야기 자체가 연결될 수 없다. 시민 공유·시민 참여 과정도 너무 모자란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것이 ‘제1부두연구강좌’를 마련한 학자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지난 1일 홍순권 동아대 명예교수가 ‘일제강점기 부산항 부두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운동’을 강연했다. 이 강좌는 매달 첫째 목요일 오후 6시30분 부산 중구 동광동 한성 1918에서 열린다. 8월 5일 제2강은 부산학 권위자 김대래 신라대 교수가 한다. 무료 강좌다.

   
부산은 개발 시대 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절대기준으로 근대 유산을 없앴다. 용케 살아남은 한성 1918, 근대역사관, 동아대 석당박물관, 영도대교 같은 자산은 부산을 문화 자산이 숨 쉬는 도시라고 ‘증명’한다. 지난 세월 부산은 문화유산 보존에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했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봤다. 크나큰 상징성을 지닌 제1부두가 성급한 개발로 훼손될 위기를 맞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이 도시는.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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