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그날의 하늘과 공기를 기억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002라는 멋진 한정판 넘버를 선물 받은 산소학번 83년생들이라면, 그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사회초년병이었다면, 2002년도는 각별할 것이다. 월드컵 열기 속의 7월, 소리 없이 시작한 이 드라마는 2000년대를 연 잊을 수 없는 드라마로 남았다. ‘네 멋대로 해라’는 시청자들이 작가를 보고 드라마를 고르는, 마니아 집단을 만들어냈다. 게시판에 시청 소감을 올리며 갑론을박하는 댓글 문화도 이 드라마로 생겼다고 할 만큼 영향은 컸다.
그렇게 ‘네멋’은 2003년 ‘다모’와 함께 드라마 폐인을 양산했다. 인정옥 작가. 그저 구리구리 양동근으로만 기억되던 아역 출신 배우를 ‘무심히 뱉는 말 한마디에 가슴 쿵 하게 만드는’ 메소드 연기에 물들이고 CF 퀸으로 그저 예쁘기만 했던 이나영을 개성 있는 배우로 출발하게 하고, 차기작 ‘아일랜드’에서 너무 잘생겨 시트콤에서 혼자 튀던 현빈에게 슬프고 쓸쓸한 뒷모습을 만들어준 작가.
뇌종양에 걸린 복수(양동근) 부모 역의 신구·윤여정의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신구는 여느 아버지와 달리 상처와 애증으로 둘러싸인 부정을 너무 잘 표현했고 윤여정의 ‘시크’한 연기는 20년 뒤 아카데미 조연상의 근원을 알게 한다. 이나영이 연기한 경이는 사랑 하나에 절실했고 진실되게 한 남자를 사랑했다. 경이처럼 사랑에 솔직했다면 우린 그때 소중했던 사랑을 잃지 않았을까. 뇌종양에 걸린 남자와 애인 있는 남자를 사랑한 여자. 별거 없는 스토리를 대단하게 만든 건 2000년대 감성이 가득했던 대사들이다. 스토리·캐릭터로만 끌고 간 90년대 드라마가 달라진 건 대사가 가슴을 울리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공효진의 찰진 연기도 이때 피어났다. “복수 가져가지 말라고…. 복수는 나한테 남자가 아니라 가족이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별건가. 복수와 경이처럼 달려가 보고 싶다 말하면 되는 것을. 그 장면 위로 던져진, 가슴 밑바닥까지 쇳소리나게 긁어버리는 그 미쳐버릴 대사발로 내 이십대 끝자락을 ‘홀릭’했던 드라마. 세월 흘러도 대사는 남는다. “사는 동안 살고 죽는 동안 죽어요, 살 때 죽어있지 말고 죽을 때 살아있지 마요.”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