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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87> 트로트 팬덤의 진화 (17) 놀이문화가 된 팬덤

느리지만 괜찮아, 변함없이 뜨거운 중년의 호응

  • 장은진
  •  |   입력 : 2021-07-12 19:15:1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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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수도권에 ‘4단계 격상’이 발표된 지난 주말, ‘미스터 트롯’ 공연을 앞두고 있던 청주시는 긴장했다. 공무원들은 공연장 주변에 팬클럽 회원들이 설치한 풍선과 조형물을 철거하고 집단행동 자제를 권고했다. 청주대학교를 졸업한 영탁의 10년 만의 금의환향을 축하하던 대형 풍선 플래카드도 철거됐고, 공연장 가로수마다 나부끼던 임영웅 팬들의 하늘색 풍선과 설치물들이 사라졌다.

공연장 앞 팬카페로 들어가 보니 사진과 굿즈로 꾸민 내부에서 40, 50대로 보이는 관람객들이 오후 2시 공연을 기다리며 열심히 스트리밍(스밍)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좋아하는 트로트 스타를 위해 ‘총공’(특정 시간대에 특정 곡을 대상으로 하는 음원 다운로드와 선물, 스트리밍, 온라인투표 총공격의 줄임말)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저마다 열심이다. 때 되면 꽃놀이, 온천여행을 떠났을 중년 여성에게 아이돌 문화가 재전유된 새로운 놀이문화가 전파되고 있다.

40대는 ‘스밍 총공’ 등 온라인 응원법에 비교적 능숙하다. 대학생 딸이 아미(BTS 팬)라는 회원은 딸에게 배운 방법을 전수한다. 캐릭터 굿즈를 기획해 공동구매하고 나눔과 교환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미셸 마페졸리가 말한 신부족의 시대를 넘어 자크 아탈리의 이타적 이기주의를 사는 배려와 연대의 팬덤, 그 진화를 보여준다.

이들은 비록 젊은 세대에 비해 응원방법을 습득하는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순수하다. 최애 가수를 위해 엄마·할머니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순수한 팬심. 여러 인생 고비를 넘긴 황혼기에 찾아온 사랑이기에 절실하고 충성도도 높다. 중년 팬은 건강이 안 좋아지고 기댈 곳 없던 때 찾아와준 기적같이 고마운 존재들이라며 ‘입덕’(덕후 입문) 계기를 밝힌다.

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쓸 만큼 돈은 있지만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았던, 자신의 빈 둥지에 찾아들어 마음을 위로하고 자신을 소녀로 만들어준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위해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있다는 마음. 그러기에 중년 트로트 팬덤은 웬만한 스캔들이나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무한 신뢰로 포용한다. 중년 팬덤은 겉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속은 이불처럼 포근하고 부드럽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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