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 가사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우리가 누려온 평범한 나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야 알게 되다니.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믿음이 계속 대답 없는 메아리이다. 활기 잃은 대학 캠퍼스를 보고 있자니 코로나19 시대 MZ세대의 무기력증이 우리 사회 전반을 크게 바꾸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2020년 시작한 코로나 상황은 문화예술계 지형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팬덤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팬덤 문화 중 과거의 일방적인 선물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조공 문화’. ‘조공’은 원래 속국이 대국에 바치든 재물·행위를 일컫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었던 만큼 어느 순간 ‘선물’이라는 순수한 의미가 변질돼 다른 팬덤과의 경쟁, 막대한 부작용이 팬클럽 문화에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몇 해 전 아이돌 그룹 멤버가 SNS에 받고 싶은 생일선물로 고가 명품시계 사진을 올린 일과 최근 걸그룹 멤버의 생일선물을 위해 회원들이 게시한 명품 선물 리스트 등으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팬으로서는 금액을 떠나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전하는 것이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맹목적 경쟁을 부추기는 선물은 슬기로운 팬덤 문화의 퇴보를 가져온다. 오늘날 ‘스마트 팬덤’은 좀 더 의미 있는 기부 문화로 진화한다. 팬 공동체는 조공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인 ‘사회적 기부’나 ‘선한 영향력의 기증 문화’로 진화시키고 있다. 트로트 팬덤도 마찬가지다.
그 예로 서울숲 공원에 산책 나온 시민이 앉을 벤치를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스타 이름으로 기증하거나 헌혈증, 장학금을 기부한다. 스타가 인터뷰한 매거진을 대량 구매해 전국 도서관과 모교에 기증하고 응원하는 트로트 가수가 광고모델로 활약하는 제품을 사서 어려운 이웃이나 시설에 전달하는 아름다운 동참이 이어진다. 응원 앱을 통한 기부금은 저소득층 영유아 수술비로 쓰인다. 이에 감동한 일부 스타는 ‘역조공’도 한다. 선물이 스타에게만 향하란 법은 없다.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면 된다. 이제 ‘내 스타 내가 최고로 만든다’에서 한 발 나아가 스타 이름값에 걸맞은 선한 행동을 통해 상생의 시대, 공유의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