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90> 우리 인생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

채울 수 없는 욕망의 끝에 무엇이 있나

  • 장은진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  |   입력 : 2021-07-21 19:42:47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9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방역 규제 전면 해제를 선포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와 모임 인원 제한도 없어졌다.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를 인류학 시각으로 보면 억압·통제 속에서 막다른 길에 몰린 욕구 불만에 출구를 터주는 방편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 욕구 분출은 축제 같은 비일상적 세계로의 일탈로 해소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는 오랜 기간 호모-페스티부스(Homo-Festivus) 생활을 못 누리고 있다.

열대야가 시작된 7월 무더운 여름밤은 17년 전, 청춘의 욕망으로 점철된 한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마지막 회 조인성이 쏘아 올린 두 발 총성이 아직 귓가에 생생한, 다 죽고 딱 한 사람 살아남은 결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천녀지애’를 쓴 김기호-이선미 부부 작가의 작품이기에 여주인공은 전작과 비슷하게 여전히 무일푼에, 자존심 하나는 최고인 진화된 캔디다. 문제는 캔디가 안소니와 테리우스를 모두 사랑했듯 소지섭과 조인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하지원의 캐릭터로 인해 시청자 역시 연민과 동정, 분노를 오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 여전한 계급 격차, 부의 승계, 사랑에 관한 인간 욕망을 아주 디테일하게 네 명의 남녀 캐릭터를 통해 엮어 나갔다는 점은 ‘발리에서 생긴 일’이 명작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는 이유다.

90년대 캔디 여주인공을 앞세운 드라마들이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채운 뒤 해피엔딩으로 끝난 반면, 2000년대 작가들은 비극적 서사를 쓰기 시작한다. 비극적 결말이야말로 주인공들의 영원한 사랑을 완성시키는 선택일지 모르니….

‘발리에서 생긴 일’은 2000년대 이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면서 그 이면의 어두운 면을 네 명의 캐릭터에 압축했다는 점과 하지원이 지하로 납치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를 연상시키는 그리스 신화 원형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점에서 현재도 연구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하지원이 삼켜버린 욕망의 석류. 인간이 늘 갈구하는 그 욕망의 끝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여전히 내게는 7월 열대야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광안대교 하이패스 없이도 자동요금 징수…사전등록 100원 할인
  2. 2인구소멸 위기 부산 중구 “모든 출생아에 1000만원”
  3. 3수영만 요트장, 해양문화복합공간으로 거듭난다
  4. 4대저 짭짤이, 폭염 덕에 수익도 짭짤했네
  5. 5[진료실에서] 노년층 손 덜덜 떨리면 파킨슨병? 비슷한 듯 다른 ‘본태성 떨림’
  6. 6스타벅스 톨 사이즈 음료, 24일부터 22종 가격인상
  7. 7상가 2.6배로 넓히되 높이 2층 제한…방파제 야간 조명도
  8. 8단일화 가시밭길…부산교육감 주자들 합종연횡 촉각
  9. 9'기장군수 누나' 내세워 곗돈 17억 가로챈 60대 항소심도 중형
  10. 10유상증자 철회 금양, 해외투자 유치 추진
  1. 1“영장판사실 노린 계획적 습격”…직원, 자판기로 문 막고 저항
  2. 2정권연장 48.6% 교체 46.2% 팽팽…국힘 지지율 46.5% 5주 연속 상승
  3. 3與 “분노 원인 안 살피고 폭도 낙인”…野 “사법부 판단 부정·선동한 與 탓”
  4. 4일부 국민의힘 김해시의원 ‘빨갱이 운운 발언’ 파문
  5. 5野 “민생과제 10개 법안 신속처리”…외연확장 주력
  6. 6尹측 "국민에 망국적 행태 알리려 국회에 군 투입… 한동훈 사살지시 황당”
  7. 7與 “내란특검도 조기대선용”…이재명 사법리스크 집중 부각
  8. 8선관위 “모든 사람·기관 합심해야만 가능”…尹측 ‘부정선거 주장’ 반박
  9. 9국회측 "尹 사법시스템 부정이 폭동 사태 불러…신속 파면해야"
  10. 10[속보] 尹대통령 “비상입법기구 쪽지 최상목 준 적 없다”
  1. 1스타벅스 톨 사이즈 음료, 24일부터 22종 가격인상
  2. 2유상증자 철회 금양, 해외투자 유치 추진
  3. 3성장 둔화 카드사, 고객 홀대…6개월 무이자 할부 또 없앴다
  4. 4한은 “계엄사태, 환율 30원 올리고 성장률 0.2%p 낮춰”
  5. 5부산신보 ‘코로나 청구서’ 2007억 변제
  6. 6트럼프 취임 첫날 韓경제·업계 '혼란'…정부 "대표단 美 급파"
  7. 7최상목 "美 행정명령 우리 경제에 영향…곧 트럼프와 통화"
  8. 8원안위 "고리원전 1호기 해체, 올해 상반기 중 승인 완료"
  9. 9트럼프 취임 첫날 요동친 투심, 환율 하락에·증시는 약보합
  10. 10경기이상 신호 지속…중견기업 절반 “올해 투자계획 없다"
  1. 1광안대교 하이패스 없이도 자동요금 징수…사전등록 100원 할인
  2. 2인구소멸 위기 부산 중구 “모든 출생아에 1000만원”
  3. 3수영만 요트장, 해양문화복합공간으로 거듭난다
  4. 4대저 짭짤이, 폭염 덕에 수익도 짭짤했네
  5. 5상가 2.6배로 넓히되 높이 2층 제한…방파제 야간 조명도
  6. 6단일화 가시밭길…부산교육감 주자들 합종연횡 촉각
  7. 7'기장군수 누나' 내세워 곗돈 17억 가로챈 60대 항소심도 중형
  8. 8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 2028년도 수능부터 폐지
  9. 9국제신문은 ‘부산 공동체’의 거울
  10. 10유튜버 등 난동 66명 구속영장
  1. 1KLPGA 4월 부산서 국내 개막전
  2. 2‘윤나고황’·손호영 억대 연봉 진입
  3. 3손흥민 침묵한 토트넘, 리그 3연패 수렁
  4. 4“내 강점은 핸들링·빠른발”…군필 기대주 롯데 한태양 [부산야구실록]
  5. 5롯데 대만·미야자키 전훈 41일 여정
  6. 6선두 BNK 겹경사…김소니아, 2회 연속 라운드 MVP
  7. 7고승민 등번호 2번…65번은 이적생 정철원에 양보
  8. 8복귀한 김민재…뮌헨 4연승 기여
  9. 9“이제야 선수답다고 생각…올핸 꼭 가을야구”…롯데 ‘복덩이’ 손호영 [부산야구실록]
  10. 10걸그룹 댄스, 팬과 덩크쇼…사직체육관 웃음만발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충청도 새뱅이
비상하는 부산문화
“독보적인 정체성과 매력적인 시설로…힙한 미술관 만드는 중”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새해엔 사무실서 스트레칭 할까 外
열매를 꿈꾸는 자립준비청년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희망·용기·사랑…어른이 되고 더 빠져든 그림책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민혜령 -100% cotton garden
sea2024-3 그 바다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복수초 /정현숙
옆에 /제만자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하얼빈’ 현빈
‘소방관’ 곽경택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스스로를 가둔 고독남을 탐구하다
한국 상업영화 영상문법의 문제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1월 22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1월 21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서울의 봄’ 후속편은 과연 어떤 영화가 될까?
부산이 낳은 재즈 기타리스트 탁경주 ‘You Are Too Beautiful’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1월 22일(음력 12월 23일)
오늘의 운세- 2025년 1월 21일(음력 12월 2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8일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18세기 경남 산청 출신의 박래오가 불일암을 읊은 시
변하지 않는 건 산(山)뿐이라고 읊은 이백의 시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