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 휩쓸고 간 올드미스 열풍 그다음 해(2006), 2030을 열광하게 만든 드라마가 또 한 편 있었으니 SBS ‘연애시대’다. 웰메이드 드라마가 오래 기억되는 건 영상미와 음악의 역할이 크다. ‘연애시대’ 역시 기억나는 장면들을 곱씹어 보면 주인공들 대부분이 멍하게 생각하거나, 밤 씬의 조명 위주 영상에 내레이션이 깔리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그리고 그 위로 흐르던 OST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노영심 작사·작곡)은 지금도 ‘연애시대’ CD를 가끔 꺼내어 들을 만큼 인상 깊었다.
같은 시간대의 KBS ‘봄의 왈츠’는 겨울연가, 가을동화 시리즈의 윤석호 감독 작품이었지만 결과는 ‘연애시대’의 승리. 영화감독 한지승의 감각적 영상과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쓴 박연선 작가의 탄탄한 대본이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롱테이크가 많았고 장면마다 호흡이 길었지만 드라마를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은 대사에 녹아있는 삶의 고민과 연애방식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피해갈 수 없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승한 남녀가 아이를 잃고 상처와 죄책감으로 헤어진 뒤 서로 용서하는 과정은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삶을 보여준다.
감우성의 소심하면서 때론 이기적인 이혼남 연기는 디테일했고 담담하면서 사랑스러운 손예진의 일상 연기는 리얼했다. ‘연애시대’는 2000년대 한국 드라마 주요 소재였던 밀당 연애, 전문직 신데렐라와 재벌 2세의 사랑, 올드미스의 자아 찾기 같은 뻔한 클리셰를 벗어나 이별과 이혼을 소재로 삶과 죽음, 부모와 자식, 용서라는 삶의 단면을 깊이 다룬 연인들의 성장 드라마였다. 컬러는 우울한 베이지, 다크 브라운을 오갔지만 그럼에도 밝고 따뜻했기에 명품 드라마로 남았다. 마지막 몇 조각을 잃어버려 완성하지 못했던 인생의 퍼즐, 그 마지막 조각을 주인공 동진과 은호는 찾았을까. 은호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대답을 대신해준다. “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서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