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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의 대안 모색 <5> ‘지속 가능함’을 위한 상상

청년 잡아둘 생각만? 되레 수도권 경험 지원하면 인구유입 늘 수도

  • 이대한 시민기자
  •  |   입력 : 2021-07-29 19:36:2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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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취업스터디·인턴 자리 전멸
- 대외활동 찾고 학원 다니느라
- 주말마다 서울 향하는 청년 다수

- 전통시장 청년몰·지역 한달살이
- 실제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 아냐
- 일방적 아닌 실질적 공간이 중요
- 재미난복수 ‘히든잼’ 대안 실험

- 부산을 살고 싶은 도시 만들려면
- 청년들 상상의 여백을 허락하고
- 서울인프라 활용 돕는 정책 필요

청년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은 늙고 있다. 문화와 예술은 한없이 말라가고 있다. 2021년 6월 말 현재 부산 인구는 약 336만 명. 6개월 사이 2만7000여 명이 줄었고 그중 절반은 20·30대 청년이다. 청년 유출 현상이 부산만의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대도시의 청년 유출이 이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은 이를 상쇄할 대책 역시 선도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 될 것이다.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 힘든 작금의 상황에서는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터무니없다 여겨지더라도, 선뜻 수긍하기 어렵더라도 지금의 현실도 현실 같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기에, 때때로 발휘하는 상상력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고자 한다.
   
지난해부터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가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펼치는 ‘히든잼(Hidden Gem)’ 프로그램 모습이다. 날마다 바뀌는 호스트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점’을 운영해 지역사회 청년과 예술가의 교류 공간으로 꾸린다. 재미난복수 제공
■ 지금 필요한 특단의 상상력

영향력을 지닌 세상의 작은 규칙들도 그 시작은 막연한 상상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부터 전국 청년문화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문화정책 관련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탓에 온라인 회의 시스템을 통해 각자 자리에서도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익히는 중이다. 막연히 ‘정책’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면,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 탓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선뜻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에, 나의 삶에 필요한 것을 말하고, 타인과 나누고 공감하며, 이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생각’의 향연이었다. 온라인에서 나누는 재치 있고 신선한 상상은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불편함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나 역시 내가 느끼는 불편함에 공감을 얻어보고자 최선을 다해 정책안을 만들기도 했다.

공간 개발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존 정책을 벗어나 사람 중심의 정책,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인상 깊었다. 예를 들면 ▷청년문화 시간제 지원 프로젝트 ▷지역 청년 문화생태계 조성 프로젝트 ▷예술인 지역 교류 프로젝트 등이다. 정책과 현실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청년 공간 마련을 위한 금융지원 ▷청년의 지역 정착 지원 등 지역에서 살고자 하는 청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책도 눈에 띄었다. 청년예술인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하고 현재의 청년문화예술 지원정책이 그들에게 닿지 못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 배움·발산·기회의 격차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들어선 금정구 청년 생활문화센터 모습. 국제신문 DB
대학을 부산에서 다닌 나는 앎에 대한 갈증과 해소되지 않는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20대를 보냈다. 지역 조건을 뛰어넘어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겠다는 다소 거창한 생각은 어쩌면 지역적인 한계를 인정하겠다는 자기합리화 같은 것일 수도 있었다. 문화와 예술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배워보고자 다양한 곳을 누볐지만 결국, 서울·수도권의 양적·질적인 공세에 뒤처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2018~2019년 취업 카페와 스터디 모집의 지역 분포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67% 인천은 19.7%였다. 부산·울산·경남을 다 합쳐도 5.4%였다. 인턴 채용 역시 서울·수도권이 76%에 육박하지만 부울경은 3.6%에 그치고 만다.

문득 대학시절 대외활동을 하고 학원을 다니느라 주말마다 서울을 드나들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졸업 후 그들은 고향을 등진 채 서울·수도권으로 향했다. 지역 인재들은 취업 사각지대에서 오늘도 더 나은 정보를 얻기 위해 서울행 티켓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 더 나은 경험을 위한 상상

지난 2일 ‘부산광역시 인구정책 기본계획 온라인 공청회’에서 한 청년 활동가의 흥미로운 발언이 이목을 끌었다. “청년 이행기에 발생하는 지역 간 일자리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의 지역 이동을 지원하고 원하는 일 경험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돕는 건 어떨까. 부산에 살면서 수도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면 5년, 10년 뒤 부산에 살기로 선택하는 청년이 늘어나지 않을까.”

사단법인 부산청년들의 김지현 이사장은 청년을 지역으로 유입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지역 관점에서 벗어나 청년이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꿰뚫어 보는 명확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수히 많은 지자체에서 청년을 지역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청년 문제 해결에는 아쉬움이 있다. 청년이 도시에서 겪는 문제를 귀농·귀촌 같은 방식으로 푸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으나, 여전히 대다수 청년은 도시 문제를 도시에서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런 관점에서 김지현 이사장의 제안은 주목받아야 할 상상력을 담았다.

■ 시민자산화·지역자산화

“이제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자립 가능성을 열기 위해, 새로운 지역 자산화의 모델이 진행되어야 한다. 공간과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갈고 닦고 빛을 낸 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나눔의 경제 토대가 필요한 것이다.”

부산의 문화예술단체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는 공간에 대한 재미난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며 ‘시민자산화’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민자산화란, 기존 유휴 공간을 정부·지자체가 청년 또는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켜 제공하던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수의 시민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간을 지속적이고 자율적으로 활용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영국에서 시작했다. 현재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민자산화에 성공한 단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나아가 행정안전부는 ‘지역자산화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주민에게 실질적인 공간을 제공하도록 금융 지원 사업을 전개 중이다.

청년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에게 제공되는 기존 공간이 청년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상인 지원과 전통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진행된 ‘청년몰’ 사업은 대부분 청년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났고 그 공간 역시 다시 유휴 공간으로 돌아갔다. 공간과 청년들의 매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재미난복수는 여러 해 전부터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 일대에서 20㎡(6평) 남짓 유휴 공간을 임대해 지역 예술가들과 공간을 통한 지역 변화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일매일 공간의 호스트(주인장)를 바꾸면서 공간의 분위기와 주제에도 변화를 줘 ‘주점’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히든잼(Hidden Gem)’이다. 코로나 여파로 영업을 못 한 때를 빼곤, 꾸준히 사람들이 방문했고, 공간에서 공연과 토크 프로그램 등을 펼치며 지역 청년예술가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부산시는 2020 우수 공유기업으로 선정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2020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한 재미난복수는 장전동과 더불어 오륜동 일대의 공간에서 자산화와 관련한 다양한 상상을 펼치려 한다. 20㎡ 남짓의 버려진 공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활용 폭이 커지고 확장되고 있다.

■ 기발한 상상 눈부신 행동!

   
상상을 하고 상상력을 펼치기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11.8%의 국토에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사는 기이한 현상은 이 시간에도 가속화된다. 지자체는 ‘한 달 살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지역으로 청년을 유입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쩌면 문제는 청년의 유입이 아니라 청년에게 상상의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경험을 지원하는 지원, 시작과 지속을 위한 공간 지원 등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재미있는 상상이 흐르기 위한 토대를 먼저 닦아보자.

우리 지역이 돌아오고 싶은 추억의 고향이 아닌 미래를 시작하는 터전으로 발돋움하도록 힘을 모아보면 좋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이다.

시민기자·기획자·밴드 해피피플 멤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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