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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문의 신’ 조상은 신라인”…초량왜관에도 신사 있었다

부산왜관 & 스토리텔링

  • 장순복 박물관을찾는사람들 문화유적답사대장
  •  |   입력 : 2021-08-01 19:54:58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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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안시대 스가와라 미치자네
- 백제계 실력자 모함으로 유배
- 사망 후 잇단 재앙, 원령 숭배

- ‘텐만구’ 1만3000여 곳 달해
- ‘기타노’ 2만 그루 매화 명소
- ‘나가오까’는 꼭 봐야할 풍경

- 선조인 노미스쿠네, 스모 시조
- 토우·토용 만들어 순장 대체
- 고대 한국인의 문화 전파 증거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되면서 당분간 일본과의 관계는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교역은 왜관을 통해 이뤄졌다.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에 있는 다자이후 텐만구.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기리는 곳이다. 매년 대학이나 직장 합격을 바라는 참배객이 많이 모인다.
부산왜관은 교역을 위해 부산으로 건너오는 왜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구역이다. 조선 태종 6년(1406)부터 고종 13년(1876)까지 470년간 존재했다. 부산포왜관 절영도왜관 두모포왜관 초량왜관의 역사는 신사의 역사와 함께한다. 일본은 북방 유목민족의 샤머니즘과 한국의 원시 종교를 그대로 받아들여 신사를 만들고 뱃사람들의 무사항해, 무역의 이윤으로 부자가 되길 기원했다. 초량왜관에는 교토히라 다마다레 벤자이텐 이나리 조비나 등 5개의 신사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용두산 신사로 불리웠던 초량왜관 신사.
일본에서 학문과 시험의 신으로 받드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초량왜관 신사에도 있었다. 그런데 그의 조상은 신라인이다. 그는 1764년 7월 교토히라신사에 봉헌됐다. 스가와라는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운 헤이안시대 문인이자 관료였다. 그는 후지와라 가문이 천황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던 셋칸 정치의 희생양이었다.

후지와라 가문과 천황가의 힘 겨루기 역사는 500년간 이어진다. 일본의 섭정과 관백정치는 백제 최고 귀족이었던 후지와라 가마타리로부터 시작된다. 후지와라 가마타리(614~669년)는 제철을 본업으로 했던 사택 가문의 후손이었다.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에 오직 하나 뿐인 백제석비(사택지적비:보물 제 1845호)에 남아 있다. 일본 제38대 덴지 천황과 함께 정변을 일으켜 즉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663년 8월 금강하구에서 벌어진 백촌강 전투에 배 1000척과 3만에서 5만 명에 가까운 군대를 보냈던 덴지 천황은 668년 1월 3일 즉위했다. ‘일본서기’에 ‘백제국주아교기제왕자공조사래(百濟國主兒翹岐弟王子共調使來)’라는 기록이 있다.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의 이복동생이었던 교기 왕자가 덴지 천황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은 확인할 길 없는 한일고대사로 남았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나가오까 텐만구.
일본역사상 최초의 중앙집권제 정치개혁을 추진했던 후지와라는 오사카의 아부야마에 그의 무덤이 있다. 1934년 기상관측소를 짓기 위해 땅을 파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천황급 무덤이라 여긴 발굴단은 카메라와 X레이로 촬영한 사진만 남긴 채 무덤을 황급히 덮었다. 1980년대 초 유리건판 사진들을 찾아내 정리했다. X레이 사진 속에서 발견된 옻칠한관모의 금실이 익산미륵사지석탑을 해체할 때 출토된 금실과 디자인이 같아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길쭉한 꽃잎 모양으로 가공된 금실은 비단에 수놓은 꽃, 구름, 용무늬의 테두리를 장식했던 것으로 비단은 사라지고 금실만 남아 있다. 그의 무덤 속에 묻힌 금실과 유물들은 한일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

스가와라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었다. 열한 살 무렵 집 뜰에 핀 매화를 보고 시를 지었다. 소 잔등에 타고 있으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 17세의 나이로 등용시험에 합격한 후 지방수령 등을 지냈다. 일본 제 59대 우다 천황은 후지와라 모토스네의 죽음을 계기로 귀족 출신이 아닌 스가와라를 등용, 천황 친정을 위한 정치개혁을 도모했다. 덕분에 스가와라는 고위관료의 길을 걷게 된다. 후지와라 모테스네의 장남 후지와라 도키히라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우다 천황을 퇴위시키고 다이고 천황에게 왕권을 넘기게 했다. 다이고 천황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후지와라 도키히라를 좌대신으로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우대신으로 임명해 정무를 맡겼다. 학자 출신이 우대신으로 임명된 건 710년부터 784년까지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시대 기비노마키비 이래 130년 만이었다.

한반도에서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로 건너갔던 신라계 선주민 오쿠니누시를 받들어모시는 일본 3대 신궁 중 하나인 이즈모타이샤.
스가와라의 학문적 업적은 이 시기에 빛을 발한다. ‘일본 3대 실록’ ‘유취국사’ ‘신찬만요슈’와 자신의 시·산문을 모은 책들을 편찬했다. 스가와라는 견당사(遣唐使)제도 폐지를 밀어붙이며 그를 지지하는 세력 중심으로 조정을 장악했다. 위기감을 느낀 후지와라 도키히라는 이미 출가한 우다 상황(上皇)과 공모해 다이고 천황을 폐위시키려 한다는 역모의 올가미를 씌워 오늘날 규슈의 관청이었던 다자이후로 좌천시킨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다자이후로 쫓겨나면서 배 위에서 쓴 ‘비가 내리는 중에도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시마자키 도손의 ‘첫사랑’과 함께 일본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서사시로 남았다.

대학자 퇴계 이황에게 매화는 영원한 이상이었다. 기쁨에 넘쳐 매화의 어여쁨을 시로 남겼다. 스가와라도 매화를 사랑했다. 고향 교토에 있을 때 아꼈던 매화가 너무도 그리웠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매화는 교토에서 규슈로 하룻밤새 날아와 뿌리를 내렸다. 내가 없더라도 이 매화가 피면 봄이 왔음을 알고 나를 기억하라.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절망하고 분노하며 하늘 끝까지 사무친 한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환몽(幻夢)의 매화는 나는 매화, 도비우매로 불리우며 해마다 아름다운 흰 꽃을 피운다. 스가와라가 다자이후에 도착한 후 신사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수많은 벌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자 어디선가 한 떼의 학이 날아와 벌을 먹어버려 사람들을 구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백제 의자왕이 후지와라 가마타리에 선물한 바둑판과 상아바둑알.
스가와라는 유배지나 다름없는 낯선 타향에서 903년 2월 25일 59세의 나이로 쓸쓸하게 숨을 거두었다. 그가 죽은 뒤 교토에는 역병이 돌았다. 홍수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혜성까지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권력에 도전한다며 스가와라를 모함했던 후지와라 도키히라가 38세로 죽자 원령의 저주라며 두려워했다. 대화재, 가뭄과 홍수, 대기근, 질병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야스아키라 황태자까지 스무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스가와라의 원혼이 앙갚음하며 보복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며 민심이 흉흉했다.

원령신앙은 고대부터 있었다. 원한을 갖고 죽은 사람의 영혼 또는 그 자손에 의해 제사되지 않는 영혼들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끼친다고 믿어왔다. 원한을 품은 채 죽은 것과 그러한 영혼을 제사 지내지 않아 원령이 되게 내버려두는 것은 군주의 덕이 없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황태자가 죽은 지 한 달 만에 다이고 천황은 스가와라를 원령으로 인정하고 관작을 회복시켰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실과 후지와라 가마타리 무덤에서 출토된 관모에서 드러난 X레이 사진.
그러나 이후에도 재앙이 계속되자 일본 제 62대 무라카미 천황 2년(947년) 교토의 북쪽 하세족들이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에 기타노 텐만구를 만들고 스가와라를 천신으로 모셨다. 일본 제 66대 이치조 천황 2년(987년)부터 국가가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으며 조정의 수호신으로 여긴다. 수험과 학문의 신으로도 추앙받고 있다.

1867년 11월 9일 큰 정치를 다시 돌려준다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의 역사를 남긴 일본 제 122대 메이지 천황과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와 쌍둥이처럼 빼닮은 영국 조지 5세가 황태자 시절 기타노 텐만구서 하룻밤 묵어가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오늘날 스가와라를 기리는 신사는 1만3000여 곳에 이른다. 2만 그루의 붉은색과 흰색의 매화가 피어나는 기타노 텐만구와 6000여 그루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릴 때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다자이후 텐만구도 아름답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나가오까 텐만구다. 연못에 드리우는 신사와 철쭉터널, 화려한 조명을 비추는 가을 단풍은 세상에 태어나 한 번은 보아야 할 아름다운 풍경이다.

일본 고대의 신족(神族)과 천황족 귀족의 가계도를 기록한 ‘신찬성씨록’에 스가와라는 신라 계열의 신족으로 나온다. 그의 조상은 아마노호히노미코토이며 일본 제 49대 고닌 천황 원년(781년)에 하세 씨를 스가와라라는 새로운 성으로 바꿨다고 기록돼 있다.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는 자신의 아들 아마노호히노미코토를 오쿠니누시미코토의 제주(祭主)로 이즈모에서 살도록 했다. 그 이유는 오쿠니쿠시의 원령이 재앙을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오쿠니쿠시는 스사노오미코토의 아들 또는 7대손으로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 고대 이즈모를 수중에 넣은 뒤 돗토리현의 두 나라를 정복하고 다시 병사를 진격시켜 에이고에서 신라 왕자 아메노히보코와 싸워 승리했다. 그리고 야마카게 고시노쿠니 호쿠리쿠 나가노까지 세력을 넓혀 대국을 이루었다.

그런데 오쿠니누시가 고생 끝에 만든 나라를 갑자기 찾아와 전부 넘기라는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천황가의 시조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다. 아마테라스는 용감무쌍한 다케미카즈치를 보내 오쿠니누시의 두 아들 고토시로누시와 다케미나카타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뒤이어 다카미무스비가 통치권 양보에 대한 최후통첩을 하자 오쿠니누시는 단념하고 나라를 넘겼다. “앞으로 당신을 정중히 모실 테니 아무쪼록 용서해주세요”라는 뜻으로 대원령 오쿠시누니를 가둬놓은 신전이 이즈모타이샤다. 일본인들은 신사에 참배할 때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를 치고 한 번 절한다. 그런데 이즈모타이샤를 참배할 때는 네 번의 박수를 쳐야 한다. 그것은 죽음을 부르는 네 번의 박수로 오쿠니누시가 이 세상에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즈모타이샤는 오이타의 우사 신궁, 미에의 이세 신궁과 함께 일본 3대 신궁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일본의 3대 신궁을 가볼 수 있기를 권한다. 한반도에서 건너가 신이 된 고대 한국인의 일본 지배 역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서기’ 스이닌 천황조에는 신라왕자 천일창의 이야기와 함께 스가와라의 조상 노미스쿠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천황 폐하, 당마읍에 힘이 장사이고 호랑이도 때려잡을 정도로 용감한 사람이 있다고 하옵니다. 이름은 다이마노케하야라 하는데 자기에게 도전할 장사가 나타나면 생사를 걸고 힘을 겨루어보고 싶다고 하옵니다.”

이 때 한 신하가 “이즈모에 노미스쿠네라는 천하장사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두 사람을 불러 겨루게하면 어떻겠사옵니까”라고 말했다.

“거참, 흥미 있는 구경거리가 되겠구려. 그자들을 불러 씨름을 한 번 시켜보도록 하시오.”

노미스쿠네와 다이마노케하야의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지루하리 만큼 힘겨루기를 하다 노미스쿠네가 다이마노케하야의 갈비뼈를 으스러뜨린 뒤 그의 허리를 꺾어 죽여버렸다.

“과연 천하장사로다.” 천황은 다이마노케하야의 토지를 몰수하여 노미스쿠네에게 상으로 내리고 곁에서 머물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노미스쿠네는 일본 스모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히바스히메노미코토 황후가 숨을 거두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을 매장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닌 듯하오. 그 동안 해왔던 순장제를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내어보시오.”

노미스쿠네가 아뢰었다. “사람을 생매장하는 대신 사람과 동물의 형상을 흙으로 만들어 그것들을 매장하면 어떨는지요.”

노미스쿠네는 이즈모에 있는 도공들을 불러 무덤에 넣을 토기와 토우, 토용을 만들었다. 장례가 끝난 후 천황은 그의 공적을 치하하며 흙의 스승이라는 의미를 가진 하세성을 하사했다. 고대 일본은 진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 또는 원통형 토기를 하니와라고 했다. ‘일본서기’에 일본 제 15대 오진천황릉에는 1만 개의 하니와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오진천황릉 외곽지역에서 찰흙으로 만든 말, 집과 물새 등이 능을 감싼 해자에서 고래, 오징어, 문어 형상의 토제품들이 출토됐다. 오진천황의 아들 닌토쿠 천황릉에는 2만 개나 되는 하니와가 들어 있었다. 고고학적으로 순장의 습속은 고구려·백제 고분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마노호히노미코토와 노미스쿠네, 천일창은 한반도에서 시마네현의 이즈모로 건너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신라인들이었다. 이즈모타이샤와 이세신궁에는 사철(沙鐵)을 무쇠로 만들었던 유적들이 남아 있다. 높은 열로 광석에 함유된 철을 뽑아내던 제련기술은 일본 신화의 뿌리가 되었다. 고대 한국인들의 문화가 일본에 전해졌다는 사실은 고고학자들의 발굴을 통하여 계속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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