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팬덤의 차이는 조직화된 파워와 파급력이다. 팬이 개인적 단계에 머물러있다면, 팬덤은 막강한 힘의 세력화를 이룬다. 오늘날 문화혁명으로 여겨질 만큼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는 BTS가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바탕에는 Army(아미)가 있고, 이 둘은 BTS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SNS와 숏폼 콘텐츠(1~10분 이내 짧은 영상)로 생산하고 복제하고 퍼 나르는 수많은 정보가 혈류와 DNA처럼 팬덤을 확장하고 성장시키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트로트 팬덤도 마찬가지다. 트로트 팬덤이 막강해진 이유는 단순히 트로트 가수들이 젊은 세대의 구미에 맞는 노래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한국인들의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정(情) 문화가 있다. 우리보다 나, 내가 우선인 서구의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우리로 하나’ 되는 한국의 문화는 이미 20년 전 월드컵 응원에서 경험했다. 이 삼복더위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양궁 금메달 석권 기사를 보며 열광하고 뿌듯해하는 것은 애국심을 넘어 ‘우리’라는 소속감과 결집력 때문일 것이다. 그 바탕에는 한국인의 감성적 유전자인 정이 있다.
유진희는 ‘情의 글로벌 수용 가능성에 대한 탐구’에서 정은 한국 사회에서 ‘관계 맺음’의 기본이 되는 수단이며, 관계 맺기란 ‘정을 교환하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 젊은 트로트 스타들을 지지하는 것은 바로 정에 기반한 팬덤이다. 전국에서 엄마, 할머니 팬들이 김치를 담가 보내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이슈에 휘말린 스타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 과거 아이돌 스타 팬덤은 문제 발생 때 바로 다른 팬덤으로 옮겨갔다면, 중년의 트로트 팬들은 이를 감싸고 진실을 규명하며, 공론화한다. 공론화하는 방식으로 언론과의 대립, 성명문 표명 대신 한 발 나아가 기부에 앞장서며 선한 영향력 전파에 힘쓴다. 가족이 어떤 것인가. 진실을 밝히고 아픔을 감싸 안는 것이 가족이며 강한 응집력과 결속력으로 상대를 믿고 지지하는 것이 가족이 아니던가.
트로트 팬덤은 이러한 정에 기반한 가족주의 팬덤을 지향하며 한국 트로트 열풍을 한순간의 바람이 아닌 사계절 훈풍으로 가꾸면서 가장 한국적인 팬덤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