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 역 김윤석
- 영웅 아닌 보통 사람 이야기에 끌려
- 모로코서 4개월 한데 숙식하며 촬영
- 도시 전체 세트화 류승완 감독 대단
# 안기부 출신 정보 요원 역 조인성
- 쏟아지는 총탄 속 탈출 차량 추격신
- 91년식 벤츠 운전 힘들었지만 보람
- 김윤석·허준호 선배들에 많이 배워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생사를 건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 대사관 직원과 그들 가족이다. 그리고 당시의 극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모가디슈’를 촬영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영화 ‘베를린’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한 스태프와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의 배우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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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남북 대사관 직원과 그들 가족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들은 2019년 가을 모로코로 향했다.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돼 방문할 수 없는 소말리아 대신 이국적인 풍광을 재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로코가 선택된 것이다. 그리고 ‘모가디슈’를 위해 제작진과 배우들은 4개월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벽이 놓여 있었지만 올여름 최고 기대작인 ‘모가디슈’는 지난달 28일 개봉해 지난 3일까지 100만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시나리오를 읽고 ‘이 프로젝트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던 김윤석과 조인성은 영화를 보며 만족하고 있다. 최선을 다했고,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가디슈’에서 소말리아의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역을 맡은 김윤석과 안기부 출신의 정보 요원 강대진 참사관 역을 맡은 조인성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1991년 소말리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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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석 |
1991년 남북은 아직 UN 회원국이 아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세계화를 부르짖던 남한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UN 가입을 시도했고,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UN 가입 여부는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소말리아의 한 표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어서 총력전을 펼치던 중에 내전이 일어난 것이다. ‘모가디슈’의 초반부는 소말리아에서 벌어졌던 남북의 치열한 외교전을, 그 이후는 내전에 휩싸인 모가디슈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북의 모습을 그렸다.
김윤석은 처음 ‘모가디슈’의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촬영 장소는 모로코인데 반경 5㎞를 세팅해서 찍는다고 했다. 현지 배우도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캐스팅해야 하니 과연 실현될까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탄자니아에서 촬영한 경험이 있는 조인성도 “김윤석 선배와 마찬가지로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지?’ 생각했다. 이건 류 감독님이라서 가능했던 로케이션이었다”고 말했다.
두 배우의 걱정을 기우로 만든 것은 제작진의 노력이었다. 제작진은 장장 4개월간 아프리카를 다니며 장소를 물색해 모로코의 해안 도시 에사우이라를 촬영지로 선택했으며, 모로코에서 촬영한 영화 ‘글래디에이터’ ‘본 얼티메이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에 참여한 모하메드 로케이션 매니저와 함께 철저한 사전 준비를 진행했다.
한국에서 30시간 걸려 모로코에 도착한 김윤석은 오디션을 통해 각지에서 모은 배우들과 도시 전체를 세팅 하고 촬영을 준비한 제작 시스템에 감탄했다. 그는 “그런 현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류 감독님의 단단함은 감탄스러울 정도였고, 저도 영화 연출을 해본 사람으로서 부러웠다”고 말했다. 조인성도 “이 프로젝트는 류 감독님이어서 가능했다. 그의 경험에 의한 판단, 스태프를 아우르는 힘과 결단력, 열린 귀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고 거들었다. 또 그는 “중압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는 류 감독님이 짠해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저에게 “자기야 순댓국 남은 것 있니?” 할 때 ‘순댓국으로 위로를 받는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 촬영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돼지고기를 못 먹는 것이라고 했는데, 조인성이 한국에서 가지고 간 순댓국 밀키트가 많은 위안을 준 듯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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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성 |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는 미군의 활약을 그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 호크 다운’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스펙터클한 액션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그와 비교해서 ‘모가디슈’의 액션은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평범한 대사관 직원들이 전력을 다해 탈출하려는 진심과 적대적 관계인 남북한이지만 공동 목표 앞에서 동족애를 느끼게 하는 우리만의 정서가 녹아 있다. 김윤석은 ‘모가디슈’에 출연한 이유로 “굉장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싸워서 탈출하는 이야기라면 매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무장 상태에서 생사를 건 탈출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류 감독이기 때문에’ 인상적인 액션 장면도 여럿 있다. 먼저 영화를 본 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카체이싱 장면이다. 쏟아지는 총탄을 막기 위해 책과 문짝 등을 외부에 붙인 자가용을 타고 벌이는 대사관 탈출 장면이 압권이다. 직접 운전을 한 조인성은 “카체이싱은 굉장히 힘들었다. 자동차 전체를 책과 문짝으로 테이핑한 상태라 시야가 나오지 않아서 운전할 때 긴장을 해야 했다.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 안전장치를 하고 수십 번 테이크를 갔다.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던 것 같다. 자동차 소음도 컸을텐데 주민들이 양해를 많이 해줘서 감사했다”고 힘들었던 촬영을 떠올렸다. 김윤석은 “91년식 벤츠를 힘들게 공수했는데, 시동이 자주 꺼지고 심지어 창문이 올라오지 않거나 시트에 용수철이 나와 있기도 했다. 얼굴이 보이는 장면은 모두 배우들이 직접 운전했는데, 위험하다기보다는 너무 절실해서 재미있었다”고 카체이싱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했다.
■힘들었지만 따뜻했던 촬영장
많은 배우들이 촬영 소감으로 “가족 같은 촬영 분위기였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모가디슈’처럼 해외에서, 그것도 한 장소에서 촬영하는 경우 정말 가족처럼 지낼 수밖에 없게 된다. 김윤석은 “4개월간 해외 촬영을 한다는 것은 4개월간 함께 밥도 먹어야 하고 함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들 경험이 많은 배우라서 최대한 배려하고 하나로 똘똘 뭉쳐 가족처럼 지냈다”며 함께 촬영했던 허준호 조인성 정만식 김소진 김재화 박경혜 등의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조인성에 대해서는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면서 저 배우와 한번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담백하고 겉멋을 부리지 않는 진솔한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해보니 좋더라”며 칭찬했다.
조인성 또한 “김윤석, 허준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며 “두 거목이 있어서 저는 리액션만 하면 됐다. 현장에서 두 분의 대단함을 느꼈다. 시나리오에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은 빈 곳을 두 분이 채우더라. 감탄했고, 저를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고해성사’라고 할 만큼 고민 상담도 많이 했는데, “‘배우로서 잘하고 있나’라고 물어볼 수 있는 선배가 있어서 참 좋았다.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때 용기가 났다”며 ‘모가디슈’가 배우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작업이었음을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두 배우 모두 “‘모가디슈’가 2D, 아이맥스, 스크린X, 4DX 등 다양한 포맷으로 극장에서 상영된다. 특히 아이맥스와 돌비 애트모스로 봤을 때 좋았다”며 대형 화면에서 좋은 사운드로 감상하길 바랐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