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타지 드라마 계보가 2010년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을 기점으로 다시 씌었다고 할 만큼 ‘비밀의 정원’은 큰 의미를 가진다. 한국 판타지 드라마의 본격적 서막은 MBC 납량특집극 ‘M’(1994)이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심은하 주연의 이 드라마는 괴기스러운 음성변조와 녹안(綠眼)의 어설픈 특수효과가 지금도 회자되지만, 당시로서는 ‘무분별한 낙태’라는 파격적 소재의 SF 판타지를 안방극장에 처음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 후 악령 퇴치를 다룬 SBS ‘고스트’(1999)를 거쳐 제작비 한계에 부딪힌 한국 판타지 드라마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SBS ‘천년지애’와 MBC ‘태왕사신기’를 시작으로 비상한다. ‘천년지애’는 타임슬립 사극의 시초가 된 드라마로 트렌디 드라마를 이끈 김기호 이선미 작가가 썼음에도 주연들의 연기력 논란, 공감력 떨어지는 이야기로 미완의 판타지 사극으로 남았다. 2007년 김종학 송지나 콤비의 ‘태왕사신기’는 막대한 제작비와 한류 스타 배용준 캐스팅으로 화제를 낳으며 사극 판타지 드라마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보다 한결 가볍게 시작한 로코(로맨틱코미디) ‘시크릿 가든’은 “이게 최선입니까” 또는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현빈의 트레이닝복 등 유행어를 낳았다. 환생, 인연, 남녀 육체 전환 판타지라는 새로울 것 없던 소재는 일본 드라마의 아류작이라는 평을 벗어나 판타지 드라마 장르에 새롭게 안착한 김은숙 스토리의 힘을 보였다. 2010년 ‘시크릿 가든’을 기점으로 한국 드라마 여주인공은 주체적이고 자신을 더 사랑하는 여성으로 변모해간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상대를 향한 절대적 사랑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치유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런 시도는 차기작 ‘신사의 품격’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이어진다.
최근 작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주춤했지만 ‘천년지애’ ‘태왕사신기’에서 멈춘 한국 판타지 드라마 장르를 부활시키고 판타지를 한낱 일장춘몽,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닌 개인과 집단의 과거사 복원과 치유로 그려낸 시작점이 김은숙 작가인 점은 중요한 포인트다. 글로벌 콘텐츠 그룹이 주목하는 한국 작가의 창작력. 김은숙 작가의 다음 드라마가 기다려진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