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요일 저녁, 데뷔 5주년을 맞은 임영웅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자 순식간에 만 명이 넘는 팬이 접속했다. 아이돌 팬들의 전유물이었던 각종 기념일(데뷔일과 생일) 축하 이벤트 개최 또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기부 운동 적극 참여 현상은 이제 트로트 팬덤 시대의 상징적 활동이 되고 있다. 임영웅의 31번째 생일이던 지난 6월 16일을 기념해 한 달간 팬클럽 ‘영웅시대’가 벌인 기부 릴레이는 참여도나 액수 면에서 다른 아이돌 팬들의 스케일을 능가할 정도로 놀라웠다. 전국 각 지역 팬들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금 2억3000만 원, 물품 5000만 원에 달하는 기부를 통한 선행을 펼쳤다. 임영웅 소속사는 팬클럽 영웅시대 이름으로 2억 원을 기부하는 것으로 팬클럽의 선행에 화답했다.
영탁의 공식 팬클럽인 ‘영탁이 딱이야’ 회원들은 의미 있는 기부 프로젝트를 팬클럽 차원에서 직접 만들어 바르고 건강한 기부문화 지원에 앞장선다. 방송 녹화 직후 ‘미스터 트롯’ 일부 멤버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전해지자 코로나 취약계층과 의료진을 위한 기부 릴레이 모금을 시작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사회백신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 지난 2일 8400만 원을 기부했으며 대표곡 ‘이불’ 가사에서 따온 ‘도닥도닥 힘내요, 대한민국’ 챌린지를 만들어 영탁이 광고하는 음료수를 방역 일선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와 팬들이 하나가 돼 선행의 선순환과 기부 사이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부 문화가 트로트 팬덤에 폭발적 형태로 자리 잡고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범 기자는 팬덤의 문화학습 속도와 습득한 문화를 실행하는 실천력에 주목했다. 이토록 놀라운 속도의 실천력이 가능한 이유는 인생 고비고비를 넘어 중년으로 접어든 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처럼 한 방향만 보고 엄청난 속도로 집중한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아닌, 늘 가족처럼 품을 수 있는 애착의 대상을 바라보는 중년의 팬들은 기대와 소유 대신 베풂과 고마움으로 화답하고 선행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아름답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