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영화 첫 200만명 돌파
- “영화관서 관객 만나는 건 특별
- OTT보다 극장용 작품 만들 것”
- 남북 외교관 내전 소말리아 탈출
- 선진국 도움 받아야만 했던 실화
- ‘국가’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의미
- “분쟁지역 대사관 직원 많이 만나
- 남북 외교 경쟁 이야기 등 참고
- 모로코서 재현한 모가디슈 거리
- 현지 스태프들도 똑같다며 감탄”
2년 전만 해도 한 해에 1000만 관객을 기록하는 한국 영화가 서너 편씩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이제는 200만 관객도 힘든 상황이 됐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창인 상황에서 ‘모가디슈’가 구원 투수처럼 개봉했고, 개봉 17일 만인 지난 13일 올해 한국 영화 최초로 200만 관객을 기록했다. 그리고 16일까지 244만 관객을 모으며 걱정이 많았던 극장가에 활력을 계속해서 불어넣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전 세계 50여 개국에 판매하는 좋은 소식도 들렸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남북 대사관 직원과 그들 가족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모가디슈는 실화가 바탕이다.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과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배우가 모로코에서 촬영한 영화로 지난해부터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다. 현재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과 ‘밀수’를 촬영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류승완 감독은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모가디슈가 기적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에 와서 영화를 봐주는 분들은 정말 영화를 아끼는 분이다. 숫자를 넘어서는 감동이 있다”고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실 모가디슈의 순제작비가 240억 원이나 든 만큼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개봉하거나 OTT로 직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 류 감독은 “영화의 특성상 무더위도 체험하면 좋겠다고 해서 여름 개봉이 맞겠다고 했다. 흥행에 대한 욕심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다음 영화를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근 급성장하며 영화를 쏙쏙 흡수하고 있는 OTT에 관해서는 “나는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단순히 관람이 아니라 인생의 한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극장에서 꿈을 가진 사람들과 영화를 통해서 만난다는 것은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극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계속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가디슈의 인물 눈동자에 반사되는 모습, 작은 모깃소리, 비행기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음향 등은 핸드폰으로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스펙터클한 액션뿐 아니라 영화의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보길 바라는 류 감독과 ‘모가디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가디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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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모가디슈’ 촬영장의 류승완 감독. 그는 모가디슈에 지금까지 연출한 모든 영화의 경험이 녹아 있다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국가대표’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을 연출했고 시각특수효과 회사인 덱스터스튜디오를 설립한 김용화 감독의 제안으로 류 감독이 모가디슈의 메가폰을 쥐게 됐다. 30년 전 소말리아 내전 속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과 가족이 힘을 합쳐 탈출한 실화는 매력적이었다. 류 감독은 “소재가 좋을수록 소재주의의 함정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군함도’를 하면서 배웠다. 너무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다룰 때는 그와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내가 영화를 하면서 쌓아온 결과물이 모가디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모가디슈에서는 1991년 당시 내전에 휩싸인 소말리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국력이 약한 남과 북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구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국민을 보호하려면 국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국가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류 감독은 “국가 간의 힘의 세기나 국가와 개인의 관계 등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 아무 것도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질문을 던질 수는 있겠지만 해답을 내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것 같아서 상황만 보여줬다. 관객 각자가 그런 생각을 해준다면 만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91년 모가디슈, 2021년 모가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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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 대사관 직원과 그들 가족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 ‘모가디슈’. 여행금지국인 소말리아 대신 모로코에서 100% 촬영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모가디슈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후반부에 외교관들의 이름과 자료조사를 위해 참조한 서적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당시 해외 대사관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서 제작진이 많은 노력을 했다. “당시 실제 소말리아 대사였던 강신성 대사를 비롯해 1980, 90년대 아프리카나 중동 등 분쟁지역으로 나갔던 많은 외교관을 만났다.” 그래서 모가디슈에는 소말리아 대사관뿐만 타국가 대사관의 사연도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남북 대사관 사람들이 정을 나누는 매개인 깻잎의 경우 외교관들이 한국에서 씨앗을 가져와 재배해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피소드를 만든 것이다.
실화가 너무 거짓말 같아서 영화적 장치를 만든 것도 있다. 바로 모가디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카 체이싱 탈출 액션 장면이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남과 북의 대사관 직원과 가족은 책과 문짝 등을 자동차에 붙인 방탄 차량 3대를 나눠 타고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한다. 류 감독은 “실제로는 그런 방탄 장치가 없었다. 당시 차량은 정부군과 반군 모두에게 총격을 받았는데, 기적적으로 한 사람만 희생을 당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보면 가짜라고 할 것 같아서 책과 문짝으로 방탄 장치를 한 것으로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진 참사관은 안기부 출신으로 표현되는데, 당시 소말리아 대사관에는 안기부 파견 참사관은 없었다. “조사를 하다 보니 남북이 UN 가입을 위해 외교 경쟁을 하던 당시 안기부 출신의 참사관이 다른 국가에는 많았다고 하더라. 남북 대사끼리는 사이 좋은 척하면서 물밑에서 참사관끼리는 경쟁이 심했다는 것이다. 극적인 설정을 강화하고, 시대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서 안기부와 북한 보위부 출신 참사관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모로코에서의 촬영, 그리고 배우들
모가디슈는 프리 프로덕션이 중요한 영화였다. 특히 촬영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소말리아는 여행금지국이기 때문에 대체할 장소를 찾아야 했다. “가장 유력한 곳이 케냐였다. 소말리아와 케냐 사람이 피부색 등 외모가 가장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촬영하러 가기 전에 쇼핑몰 테러가 발생해 안전에 문제가 생겼다. 또 도로 방향이 반대인 것도 케냐가 후보지에서 멀어진 큰 이유였다.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촬영해서 촬영 장비 및 인력에 이점이 있는 모로코로 향하게 됐고, 에사우이라에서 카 체이싱을 비롯한 주요 촬영이 진행됐다. 미술팀의 손길이 닿은 거리를 보고 1992년 모가디슈에 있었던 현지 스태프는 “내가 경험한 모가디슈 거리와 너무 똑같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한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본 얼티메이텀’ ‘글래디에이터’를 담당한 현지의 모하메드 프로듀서는 모로코의 유명 인사로 촬영지 섭외에 큰 도움을 줬다.
물론 모로코 촬영에서 큰 힘이 됐던 것은 배우들이었다. “남한 한신성 대사 역의 김윤석 선배는 자신은 괜찮으니 얼마든지 찍으라며 제작진을 배려하며 든든한 우군이 돼주었다. 북한 림용수 대사 역의 허준호 선생님은 대본이 나오기 전에 출연 결정을 해주셨는데, 해외 촬영 경험이 많아서 중심을 잘 잡아주셨다. 남한 강대진 참사관 역의 조인성은 인성이 말할 필요 없이 좋았고, 북한 태준기 참사관 역의 구교환은 신선미가 있었다. 이들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상대를 배려하면서 좋은 앙상블을 보여줘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듯하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촬영을 맡아준 최영환 촬영감독을 비롯해 많은 고생을 한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최 촬영감독과 제작사 외유내강 식구들과 함께라면 세계 어디서도 촬영할 수 있다. 단 밥차가 함께 간다면.(웃음)”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