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에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던 정희네 술집, 아이유와 이선균이 말없이 서 있던 기차 대기 신호등 앞길, 지안이네로 올라가던 가파른 골목길, 달을 보고 싶어 하던 할머니를 카트에 싣고 달리던 그 장면들. ‘나의 아저씨’를 떠올리면 아직도 생각나는 장면들. 거의 매회 등장 씬이 어두운 밤 씬이었고 주인공들 인생사도 얼룩덜룩 암울한 회색빛이었다. 퇴직금 날려 이혼한 장남, 빠른 길 말고 느린 길로 걸어가는 주인공 동훈, 어쩌다 감독은 됐지만 언제 극장에 걸릴 영화를 만들지 아무도 모를 삼형제의 이야기. 게다가 그저, 책상 위 벌레쯤은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일상의 무게쯤은 하품 나는 사치인 스물한 살 이지안.
‘미생’이 우리 인생의 낮 버전이라면 ‘나의 아저씨’는 밤 버전이다. 사무실에서만 고달픈 게 아니라, 퇴근 후에도 고달픈 인생이 펼쳐진다. 그들이 모여 떠들고 힐링하는 공간은 선술집 정희네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치유해주는 정희마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살아가는 사연이 있다. ‘나의 아저씨’에 등장하는 모든 이는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이다.
“잘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아이유는 세상의 편견이 가두어버린 상처 속에서 털을 곤두세운 길고양이 같은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아이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을 잘 표현했다. 몇몇 작품에서 그다지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던 아이유의 연기가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드라마였다. 이선균의 힘을 뺀 일상 연기는 영화 ‘사과’에서도 빛났지만, 이리저리 치이며 짠해 보이는 연기는 최고였다. 세월은 팔뚝 굵은 아줌마뿐 아니라 순수했던 청년을 삶에 찌든 불쌍한 아저씨로도 만들어낸다.
그때 지안이도 언젠가는 삼십대가 될 것이다. 지안이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너의 삶이 평안에 이르렀는지…. 조금은 편안해졌고, 조금은 따뜻해졌을 너의 30대를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네 힘든 인생을 도닥여준 아저씨가 있었듯이. 2018년 버전 달동네 이야기. 앞으로 ‘나의 아저씨’를 능가하는 드라마가 나올까. 아마도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오늘도 그 신기하고 귀한 인연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게 갚는 것임을 가르쳐 준 내 인생의 드라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