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TV’를 연재한 지 오늘로 101회째.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연재의 기획의도는 한국 방송 70년사를 돌아보며 드라마와 예능에 담긴 환상성과 판타지 요소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초기 6개월은 한 주에 화·목요일에 현재 지상파·케이블·종합편성 채널에서 만나는 방송 콘텐츠를 분석했는데, 2020년부터 대중문화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트로트 열풍’에 주목했다.
대학에서 대중문화,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는 연구자로서 분명 이 ‘트로트 열풍’ 현상은 학문을 초월해, 또는 학문으로서 연구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트로트 장르가 커다란 열풍이자 신드롬으로 떠오른 데는 여러 사회문화 요소가 작용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팬덤이라는 대중적 힘, 즉 팬덤 파워다. 이 놀라운 현상이 근 20년에 걸쳐 태동하고, 싹을 틔웠다가 BTS와 아미를 만나 꽃봉오리를 맺었고 몇 년 뒤 트로트 팬덤으로 활짝 꽃을 피웠으며, 우리는 향기 나는 열매를 머지않아 맛볼 것이다. 스타덤의 판타지와 신화를 연구하던 내가 팬덤의 리얼리티에 천착하게 된 것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의 버블 경제 속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뒤따르던 한국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스타산업과 팬덤이 자생적 힘으로 발전하고 2010년 이후 놀랍게 진화했다. 스타를 맹목적이고 헌신적으로 ‘애정하던’ 팬덤에서 연대·상생하며 약자·소수자를 위한 기부와 포용의 문화를 보여주는, 가장 한국적이며 글로벌한 팬덤으로 당당히 자리잡은 것이다.
혹자는 묻는다. 어쩌다 그렇게 트로트 팬덤에 빠져들었냐고. 시작은 어느 날 본 ‘미스터 트롯’의 Top6와 그중 한 가수에 대한 관심이었다고 고백해본다. 분명 그건 코로나 팬데믹의 스트레스 해소와 갱년기 우울을 치유해준 위안이었다고만 하기엔 너무나 다른, 새롭고 신기한 체험이었다. 일방적 애정을 기부와 기증이라는 실천적 팬덤으로 진화시킨 그들의 사랑에 거듭 경의를 표한다. 부족한 글을 많이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무디어진 심을 다듬고, 향이 나는 나무를 갈아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글로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