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그의 문학을 소환하는 이유
- 마흔넷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로 등단
- 27년간 80여 권 펴내… 초인적 글쓰기
- 근현대 이념·권력 대립 ‘야만의 시대’
- 인간에 대한 사랑·연민 바탕으로 집필
- 예술·문화 활성화 기여 기념사업 시작
- 하동군·상지건축·그린조이 후원·협찬
국제신문과 이병주문학관(경남 하동군 북천면·관장 최영욱)은 ‘큰 작가 이병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9월부터 공동으로 펼친다. 이 기념사업은 이병주 작가의 고향인 하동군(군수 윤상기)의 후원과 부산의 기업인 상지E&A/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상지건축·회장 허동윤), 그린조이(회장 최순환)의 예술·인문 활동 협찬에 크게 힘입었다. 이병주 선생은 1921년 3월 16일 하동군 북천면에서 태어나 1992년 4월 3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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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 집필실에서, 평생 애용한 만년필로 글을 쓰는 이병주 작가. 그는 약 27년간 원고지 10만 매를 쓴 놀라운 필력으로 유명하다. 국제신문 DB |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우선 ‘릴레이 기고-이병주 탄생 100주년, 그를 회고한다’와 ‘이병주 팬픽 공모전’을 마련한다. ‘필레이 기고’에는 필자 1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병주 작가 생전에 깊이 교류하고 사귀며 영향을 주고받은 명사, 오랜 세월 이병주 문학을 연구한 전문가, 전쟁 같은 삶에서 이병주 문학의 큰 가치를 발견한 열혈 독자가 10주 연속(매주 월요일)으로 이병주 삶과 문학을 담은 글을 국제신문에 싣는다. 예정된 필진은 다음과 같다. 첫 필자는 남재희 언론인·전 노동부장관(10면)이며, 강남주 시인·전 부경대 총장,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종회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와 김주성 사무총장, 임헌영 문학평론가,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한문학자,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규찬 도서출판 함향 대표 등이다.
‘팬픽 공모전’은 전국에서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행사다. 이병주문학관(055-882-2354)이 주관한다. 팬픽(fanfic)은 쉽게 말해, 팬이 스타의 삶이나 작품을 소재로 창작하는 문학작품이다. 오는 7일 접수 마감(국제신문 지난 8월 6일 자 2면 알림 등 참조)으로, 입상자는 오는 10월 2, 3일 열리는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서 시상한다. 최고상 수상 작품 등은 국제신문에 싣는다. 하동군이 상금을 후원했으며 최고상 상금은 200만 원이다.
국제신문은 ㈔이병주기념사업회, 이병주문학관, 하동군, 그린조이, 상지건축 등과 협력해 작가 이병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이병주 문학을 오늘에 되새기는 사업을 더 발굴할 예정이다. ‘2121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도 더 끌어당겨 조명한다. 2022년은 이병주 작가 타계 30주기이기도 하다.
■ 그러기에 다시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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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주 문학정신’ 을 담은 문장. 이병주문학관. |
‘큰 작가 이병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왜 오늘 우리는, 이병주 문학을 여기로 다시 불러내야 하는가’이다. 이를 ‘이병주 문학의 현재성’이라고 일단 이름하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보내온 ‘이병주, 그를 회고한다’ 원고에서 “그(이병주)의 작품을 합치면 곧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총체가 되기 때문이다…거의 모든 대한민국 작가의 글을 읽고 정성들여 평을 쓴 김윤식 교수(1936~2018)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붙들고 있는 작가는 다름 아닌 이병주였다”고 했다.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도 최근 강연에서 “김윤식 선생이 말년에 토로한 바로는, 한국의 작가 가운데 ‘사람으로나 작품으로나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나림 이병주’였다”고 들려줬다.
석학이자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문학비평가였던 고 김윤식 선생의 권위나 대표성에 기대지 않더라도, ‘이병주 문학’에 관한 탄성과 드높은 평가는 쉽게 접할 수 있다. ‘공식 기록’ 속 설명은 대략 이와 같다. “1965년 마흔 네 살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선생은 타계할 때까지 27년 동안 한 달 평균 1000여 매를 써내는 초인적인 집필 활동으로 80여 권(김종회 공동대표에 따르면 88권)의 작품을 남기는 역량을 보였다.”
또 다른 공식기록인 ‘이병주기념사업회 발기취지문’에도 ‘오늘 여기 이병주’에 관한 단서가 있다. “…선생은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시각의 역사성을 확립해 놓았다. 더욱이 시대 현실에 대한 문학적 각성도 사라지고 삶의 여러 부면을 절실하게 반영하는 리얼리즘적 표현방식도 쇠퇴하여, 대다수의 소설이 얄팍한 문체를 앞세운 기교주의와 개별적인 형식 실험에 침윤해 있는 오늘날 … 그러기에 다시 이병주 선생인 것이다.”
■ 도구화에 분노, 인간에 집중
작품과 기록의 도움을 받아 한 발짝씩 더 이병주 문학으로 들어가면, ‘왜 오늘 여기 이병주’인지는 물드는 듯 선명해진다. 생각나는 대로 이병주의 작품을 떠올려보자. ‘소설 알렉산드리아’ ‘지리산’ ‘산하’ ‘관부연락선’ ‘바람과 구름과 비’ ‘행복어 사전’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비창’ ‘그해 5월’ ‘박사상회’ ‘별이 차가운 밤이면’ ‘소설 허균’ ‘소설 정몽주’ ‘소설 정도전’ ‘화원의 사상’ ‘마술사’ ‘예낭풍물지’….
이 작품들에서 공통점을 주저 없이 뽑을 수 있다. ▷참으로 드물게 문학성·역사성·재미·깊이를 고루 갖춘 점 ▷그래서 (특히 기성세대) 독자는 작품에 빨려 들어 단숨에 읽는 점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 새 ‘인간’을 만나는 점이다. ‘지리산’은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 남한에서 활동한 빨치산이 나오니 그 무서웠던 한국 사회 이념 대결과 폭력 투쟁을 필연으로 담는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희한하게도 분노가 아니라 사람과 삶의 소중함, 우리 역사에 관한 연민과 애정이 생긴다.
‘산하’는 해방정국을 전후로 이종문이라는 ‘국민 밉상’ 노름꾼이 활개 치는 이야기가 중요한 요소인데, 읽고 나면 ‘비열한 민족반역자 종문이에 대한 분노’보다는 ‘허! 종문이 자식 그놈 참’ 하면서 역사의 총체와 인간 본질에 관한 이해가 생긴다. 소설 허균·정몽주·정도전에서 이병주의 박람강기(博覽强記)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이념·권력·금력을 절대 중심에 안 놓고 ‘살아 있고, 생기 있고, 자기 운명의 주인’인 주인공을 중심에 놓는 전개 솜씨에 반한다. ‘마술사’에는 이병주의 예술론이 숨 막히게 펼쳐지며 ‘예낭풍물지’는 배경이 부산이다.
최근 1년 새 이병주 문학 작품을 독파한 임규찬 도서출판 함향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장편은 역사성, 단편은 문학성이 돋보인다. 융통무애하다. 자기가 살았던 야만의 시대를 그리면서도 ‘도구화’에 극도로 분노했다. 타인을 도구화해 이익을 갈취하는 행태를 질타했고, 이념의 시대에 이념의 도구가 되는 허망한 삶에 분노하며 저항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병주 작가가 지금 살아계신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무엇에 분노했을지 묻고 상상해야 한다. 그때 ‘이병주 문학의 현재성’은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다.”
■ 민주주의·언론 발전 이바지
이념·권력·금력이 사람을 잡아 먹은 야만의 시대에 그는 먼저 인간·세상·역사에 관한 사랑·연민·이해에 집중했다. 결국, 독자도 대립보다 ‘사람’ ‘삶’을 보게 된다. 이것이 많은 이가 이병주 문학에 매혹되며 오늘의 희망을 보는 근거일 것이다. 이병주 작가는 1958년 11월~1961년 5월 국제신문(당시 국제신보)에서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4·19혁명 상황을 아름다움이 느껴질 만큼 힘 있게 보도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탁월한 논설을 썼고 높은 안목으로 예술·문화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 점 또한 소중하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공동 주최 : 국제신문·이병주문학관
후원 : 하동군
협찬 :
상지E&A/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그린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