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요즘 뭐 봐요- 짠내나는 중년판 ‘미생’, 덧칠 벗겨진 밥 아저씨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화부 기자들이 취향껏 보고 듣고 즐긴 뒤 가볍게 추천하는 문화 콘텐츠. 막 종영해서 정주행하기 좋은 기업드라마와 ‘참 쉽죠’ 아저씨 밥 로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사람의 감정과 현대인의 초상을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표현한 미술전시를 소개한다.
최근 종영한 MBC 기업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출처 공식 홈페이지
★종영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가령 기업이라면 인사팀의 칼잡이가 돼 대량해고를 도맡는다거나, 입사동기를 어느 순간부터 상사로 모시며 극존칭을 붙인다거나, 노골적인 퇴사 압박을 애써 무시하며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거나.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를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진저리를 치는 당신은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직장인일 확률이 높다.

‘4050의 미생’이라고 불린 이 드라마는 직장인의 성취를 그린 기업드라마라기보다는 생존기에 가깝다. 배우 문소리와 정재영은 20년 가까이 한 회사에 다닌 인사팀장 당자영과 베테랑 개발자 최반석 역할을 찰떡같이 해내서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구조조정 실무자로 증오의 대상이 된 당자영. 칼잡이는 그만하고 싶지만 상사들은 “에이~ 잘하잖아” 한마디로 그를 해고작업의 최전선에 배치한다. 죽지 못해 일한다면 동정이라도 받으련만 그는 이런 일이라도 귀신같이 잘해내서 임원이 되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개발자인 최반석은 뛰어난 능력에도 꼿꼿한 성격 때문에 회사 생활이 순탄치 않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모두 살아남아야 하는 회사라는 정글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 나아가는 방식이 때로는 소름 끼치고 때로는 눈물 난다. 걸어온 길은 길지만 남은 날도 너무 많아서 가슴에 품은 사직서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버티고 버티는 중년 직장인은 이들의 결말에서 어떤 희망 한줄기를 발견할까. 혹은 그것만이 이 드라마의 유일한 판타지일지도.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밥 로스 :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넷플릭스 제공
마치 잘 빗질한 푸들같은 헤어스타일에 “어때요? 참 쉽죠?”라며 달콤한 목소리로 되묻는 이상해 보이는 아저씨가 TV에서 그림을 그렸다. 흰 캔버스에 넓적한 붓이 쓱 지나갔는데 하늘이 생기고 나무가 심겨지더니 호숫가에 낡은 오두막까지 마법처럼 그림이 완성돼 갔다. 그의 쇼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붓을 들고 지금 시작해 보라”고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렇다면 어디 한 번’하며 캔버스 앞에 앉았다. 그림이라는 좋은 취미를 많은 사람이 시작할 수 있게 했다는 건 분명한 재능이었다. 밥의 그림의 매력이나 그의 말솜씨가 가능하게 한 일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독려하던 그 프로그램의 이면이 사실은 물감과 붓 등을 더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좀 불편하다. 게다가 그가 사업 파트너로 삼았던 사람이 그와 그의 아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아 법적인 분쟁까지 벌였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다르게 기억되거나 읽히는 기분이라 씁쓸하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 내내 그가 붓질을 쓱쓱 하면 눈 덮인 산이 만들어지고 톡톡 치면 키큰 전나무 숲이 빼곡해지며 분홍과 보라가 아름답게 번지는 노을이 생기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머리가 좀 굵어지면 산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 것처럼, 행복하고 다정해 보였던 밥 아저씨가 암으로 고생하면서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TV에서 웃으며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최영지 기자
우정이 작가, 폭포. 갤러리조이 제공
★김민경·우정이 섬유조형전(갤러리조이)

부산대 조형학과 출신의 두 젊은 작가가 선보이는 전시다. 섬유라는 오브제를 각자의 감성과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감상 포인트.

김민경 작가, 정오-오후. 갤러리조이 제공
김민경 작가는 섬유와 회화를 접목한 ‘정오, 스며듦’전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오전과 오후의 경계 즈음인 ‘정오’라는 시간에 빗댄 것으로, ‘스며듦. 01’ ‘지지 않을 여운’ 등 12점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전반적으로 짙고 어두운색을 썼으며, 섬유를 입체감 있게 활용해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김 작가는 “번짐, 천의 중첩으로 포근하게 빠져들고 잠식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우정이 작가는 ‘자동화 사회’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물질문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체성을 잃고 표류하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을 레고 블록 형태로 조형화한 것이 특징이다. 레고 블록은 레진으로 작업했는데, 안에는 저마다 다양한 색의 펠트를 넣어 차별화를 뒀다. 우 작가는 “일체화된 겉모습과 달리 개개인이 갖고 있는 내면의 순수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조색제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 작가의 작품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을 발산하는 LED 홀로그램 시트지, 사이버 세계를 표현한 영상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지루할 틈이 없다. 전시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레고 블록을 넣은 ‘뽑기 기계’도 있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 오는 12일까지. 민경진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4. 4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5. 5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6. 6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0. 10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8. 8‘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10. 10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6. 6[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0. 10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