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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봐요- 짠내나는 중년판 ‘미생’, 덧칠 벗겨진 밥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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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들이 취향껏 보고 듣고 즐긴 뒤 가볍게 추천하는 문화 콘텐츠. 막 종영해서 정주행하기 좋은 기업드라마와 ‘참 쉽죠’ 아저씨 밥 로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사람의 감정과 현대인의 초상을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표현한 미술전시를 소개한다.
최근 종영한 MBC 기업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출처 공식 홈페이지
★종영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가령 기업이라면 인사팀의 칼잡이가 돼 대량해고를 도맡는다거나, 입사동기를 어느 순간부터 상사로 모시며 극존칭을 붙인다거나, 노골적인 퇴사 압박을 애써 무시하며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거나.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를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진저리를 치는 당신은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직장인일 확률이 높다.

‘4050의 미생’이라고 불린 이 드라마는 직장인의 성취를 그린 기업드라마라기보다는 생존기에 가깝다. 배우 문소리와 정재영은 20년 가까이 한 회사에 다닌 인사팀장 당자영과 베테랑 개발자 최반석 역할을 찰떡같이 해내서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구조조정 실무자로 증오의 대상이 된 당자영. 칼잡이는 그만하고 싶지만 상사들은 “에이~ 잘하잖아” 한마디로 그를 해고작업의 최전선에 배치한다. 죽지 못해 일한다면 동정이라도 받으련만 그는 이런 일이라도 귀신같이 잘해내서 임원이 되겠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개발자인 최반석은 뛰어난 능력에도 꼿꼿한 성격 때문에 회사 생활이 순탄치 않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모두 살아남아야 하는 회사라는 정글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 나아가는 방식이 때로는 소름 끼치고 때로는 눈물 난다. 걸어온 길은 길지만 남은 날도 너무 많아서 가슴에 품은 사직서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버티고 버티는 중년 직장인은 이들의 결말에서 어떤 희망 한줄기를 발견할까. 혹은 그것만이 이 드라마의 유일한 판타지일지도.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밥 로스: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밥 로스 : 행복한 사고, 배신과 탐욕. 넷플릭스 제공
마치 잘 빗질한 푸들같은 헤어스타일에 “어때요? 참 쉽죠?”라며 달콤한 목소리로 되묻는 이상해 보이는 아저씨가 TV에서 그림을 그렸다. 흰 캔버스에 넓적한 붓이 쓱 지나갔는데 하늘이 생기고 나무가 심겨지더니 호숫가에 낡은 오두막까지 마법처럼 그림이 완성돼 갔다. 그의 쇼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붓을 들고 지금 시작해 보라”고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렇다면 어디 한 번’하며 캔버스 앞에 앉았다. 그림이라는 좋은 취미를 많은 사람이 시작할 수 있게 했다는 건 분명한 재능이었다. 밥의 그림의 매력이나 그의 말솜씨가 가능하게 한 일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독려하던 그 프로그램의 이면이 사실은 물감과 붓 등을 더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좀 불편하다. 게다가 그가 사업 파트너로 삼았던 사람이 그와 그의 아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아 법적인 분쟁까지 벌였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다르게 기억되거나 읽히는 기분이라 씁쓸하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 내내 그가 붓질을 쓱쓱 하면 눈 덮인 산이 만들어지고 톡톡 치면 키큰 전나무 숲이 빼곡해지며 분홍과 보라가 아름답게 번지는 노을이 생기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머리가 좀 굵어지면 산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 것처럼, 행복하고 다정해 보였던 밥 아저씨가 암으로 고생하면서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TV에서 웃으며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최영지 기자
우정이 작가, 폭포. 갤러리조이 제공
★김민경·우정이 섬유조형전(갤러리조이)

부산대 조형학과 출신의 두 젊은 작가가 선보이는 전시다. 섬유라는 오브제를 각자의 감성과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감상 포인트.

김민경 작가, 정오-오후. 갤러리조이 제공
김민경 작가는 섬유와 회화를 접목한 ‘정오, 스며듦’전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오전과 오후의 경계 즈음인 ‘정오’라는 시간에 빗댄 것으로, ‘스며듦. 01’ ‘지지 않을 여운’ 등 12점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전반적으로 짙고 어두운색을 썼으며, 섬유를 입체감 있게 활용해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김 작가는 “번짐, 천의 중첩으로 포근하게 빠져들고 잠식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우정이 작가는 ‘자동화 사회’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물질문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체성을 잃고 표류하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을 레고 블록 형태로 조형화한 것이 특징이다. 레고 블록은 레진으로 작업했는데, 안에는 저마다 다양한 색의 펠트를 넣어 차별화를 뒀다. 우 작가는 “일체화된 겉모습과 달리 개개인이 갖고 있는 내면의 순수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조색제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 작가의 작품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을 발산하는 LED 홀로그램 시트지, 사이버 세계를 표현한 영상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지루할 틈이 없다. 전시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레고 블록을 넣은 ‘뽑기 기계’도 있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 오는 12일까지.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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