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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봐요- 9·11 비극의 서막은 이데올로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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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들이 취향껏 보고 듣고 즐긴 뒤 가볍게 추천하는 문화 콘텐츠. 뛰어난 액션과 비장미로 화제가 된 일본 영화 시리즈, 9·11의 비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인간과 비인간의 동등한 관계를 사유하는 미술전시를 보고 왔다. 사진은 넷플릭스 ‘터닝 포인트: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의 장면으로 무역센터가 테러를 당해 뉴욕상공이 연기로 뒤덮였다. 넷플릭스 제공
   
★터닝 포인트: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2001년 대학생일 때 학교 실습 스튜디오에서 작은 TV 화면으로 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빌딩에서 사람들이 종이 인형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너무 끔찍한 일이라 오히려 전혀 실감이 안났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던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가 그대로 돌진해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 그리고 그 잔해와 먼지구름이 사람들에게 밀어닥치고 거리 곳곳에서 하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망연자실한 사람들. 그날 공격은 펜타곤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뉴욕 한복판에서 비행기가 빌딩을 타깃으로 테러를 벌이는데 레이더가 미리 감지 못했을까, 왜 하루에 그런 일이 반복되도록 두었을까, 전투기를 띄워 이상항로의 비행기를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질문이 꼬리를 물지만 그건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도대체 왜 이런일이 일어났을까.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은 냉전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소련과 미국의 이데올로기 전쟁터였다. 소련의 공산주의 확장을 지켜볼 수 없는 자유주의 진영 미국이 벌이는 파워게임을 두 나라 모두 본토가 아닌 곳에서 치렀다. 소련이 아프가스탄을 침공하고 다시 미국이 참전하고 그 속에서 이슬람 무장 테러세력도 성장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조금은 미국적 시각에서(마치 우리나라 임진왜란의 징비록처럼) 당시를 세세하게 회고하고 있어 불편한 지점이 있지만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영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

- 찰떡 캐스팅·화려한 검술… 日 레전드 사무라이 활극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무사 켄신(劍心)은 일본 에도막부 말기 개화파인 조슈번에 입단한다. ‘모두가 행복한 새 세상’을 꿈꾸면서 역설적으로 악명 높은 칼잡이가 된 켄신. 그는 히무라 발도재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막부의 관리들을 암살한다.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웃지 않는 여자’ 토모에를 사랑하게 된 켄신은 처음으로 평범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나 토모에의 정체가 밝혀지고 켄신이 그 충격적인 진실을 직시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결국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 운명에 휩쓸리고 만다. 무자비한 칼잡이 켄신의 마음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영화 ‘바람의 검심’ 시리즈 중 ‘교토 대화재편’ 스틸컷.
일본영화 ‘바람의 검심’은 원작만화와 애니메이션 모두 레전드가 된 작품이다. 이런 경우 실사화한 영화는 원작 팬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캐스팅과 우스꽝스러운 CG로 혹평을 듣게 마련인데, 이 영화 시리즈는 카메라워크가 아닌 사람 몸으로 구현한 화려한 검술과 비장미로 드물게 극찬 받았다. 몸 잘 쓰는 배우 사토 타케루를 캐스팅한 것이 신의 한 수. 날렵한 움직임으로 절도 있게 소화하는 액션과 곱상한 얼굴의 묘한 대조가 매력적이다. 벽을 타고 달리거나 지붕 위로 뛰어오르는 고난도 액션을 와이어 없이 해내 화제가 됐다. 1편(2013년), 교토 대화재편(2015), 전설의 최후편(2015)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최종장 2편은 시간이 왔다갔다하지만, 개봉 순서대로 보는 편이 좋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미술전 ‘감지 않는 눈, 흐물거리는 몸, 미생물의 노래’

- 미래 인간과 해조류의 공존 … 미디어아트 상상 여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지구 환경, 생태계를 다시 주목하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미술계 또한 마찬가지로, 인간과 비인간(자연·동식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부산만 둘러봐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지속 가능한 미술관:미술과 환경’전(오는 22일까지)이 열리고 있고, 다음 달 일광해수욕장에서 개최하는 바다미술제는 ‘인간과 비인간:아상블라주’를 주제로 한다.
   
강시라 작가의 ‘Border Human’.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교문갤러리 제공
이번에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교문갤러리가 마련한 기획전 ‘감지 않는 눈, 흐늘거리는 몸, 미생물의 노래’ 또한 같은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갤러리 측은 실재하지만 인간의 눈으로 잘 볼 수 없는 존재·환경·감각을 인식해보자는 취지로 강시라 소수빈 안효주 얄루 엄정원 조은지 작가의 미디어 설치 작품 6점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VR 사운드 조형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미래 생태계와 인간 존재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중 ‘더 랩-짜라투스트라여 슬퍼하지 말아요’는 생존이 어려워진 미래 인간이 해조류와 결합한다는 SF 창작 스토리를 비디오 애니메이션, 대형 프로젝트 맵핑 등으로 구현했다. ‘소노매터’는 진흙 속 미생물이 만들어낸 전기를 소리로 변환해 최소 단위의 생명이 내는 신호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하나같이 생태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로,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 다음 달 2일까지, 도슨트 서비스 제공.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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