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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한의 대안 모색 <7>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예술인 노동·교육권 보장과 성폭력 근절…후속 정책 없인 공염불

  • 이대한 기획자
  •  |   입력 : 2021-09-23 19:20:1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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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 열악한 지위와 권리
- 블랙리스트·미투 운동서 확인
- 자구노력으로 법 제정 이끌어
- 정부, 체감 가능한 대책 세워
- 지역예술인 처우 개선 나서야

지난 8월 31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정한 수준의 예술가 권리 보장이 실질적인 법률로 구현되는 것으로, 그동안 예술 분야별로 지원체계 마련에 집중되던 데서 더 나아가 예술가의 권리가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의 하나로 부산 수영구 생각하는바다에서 호밀밭출판사와 부산 예술인 5명이 참여한 ‘사색의 노래-Blind Lyrics’ 공연이 열리고 있다.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가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예술가의 표현 행동을 명단에 남겨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예술 행동을 국가가 통제하는 블랙리스트라는 초유 사태가 있었다. 2016년 문화예술계 전 분야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사건인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은 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 관행과 그 사각지대를 폭로했다. 이는 문화예술계 노동 구조, 예술교육 등 취약한 예술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예술가의 지위와 권리 전반을 돌아보게 한 뼈아픈 상처로 기록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지난 3년간, 문화예술단체, 예술인, 연구기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치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 법안 마련을 위한 과정을 거쳤다. 많은 사안 중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국회에서 무관심 속에 표류했을 때에도 문화단체들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제정을 위한 캠페인 등을 지속했고, 그에 따른 결실을 이제야 본 것이다. 그만큼 문화예술계는 지난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사태 이후의 새로운 전환이 절실했고,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그 시작점에서 새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 무엇을 보장하는가?

부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인 ‘컬쳐튜브’에 올린 ‘2021 부산예술인실태조사 영상보고서’ 화면.
‘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 나.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훈련 등 을 받았거나 받는 사람.’ 예술인권리보장법 제2조 2항은 예술인을 법적으로 위와 같이 정의했다.

사회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예술인은 노동·교육 등 사회활동에서도 사각지대에 늘 놓였다. 사실상 그런 상황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예술인 이미지가 가난과 빈곤으로 연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됐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중요한 이유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예술인의 입지가 선명해지고, 사회에서 예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해, 당연한 것처럼 묵인되는 예술계 노동착취와 도제식 교육에서 주어지는 억압적 위계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선이 생기게 됐다.

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 역시 강화되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홍익대 미술대에서 모 교수의 권력형 성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학생들이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나섰다. 여전히 많은 예술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러한 일이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시행을 앞당겼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제4장 ‘성평등한 예술 환경 조성’에서 ‘예술인은 예술 활동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제18조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피해구제 지원기관의 지정’을 통해 국가가 보장할 예술인 성폭력에 대한 예방과 개입 그리고 피해자 보호의 근거를 강화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내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은 궁극적으로 여성예술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최근 홍대 미대 사건은 그 시급성을 보여준다.

■ 2021 부산 예술인 실태조사

지난 8월 5일 부산문화재단은 ‘2021 부산광역시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2018년 조사를 이어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예술 환경 변화 등 현시점에 필요한 영역을 추가했다. 부산지역 예술인의 생활 창작 환경 및 복지 실태에 대한 종합적 조사를 통해 2030부산예술인복지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정책 방향 도출을 위한 자료로도 활용된다. 쉬운 접근과 홍보를 위해 부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인 ‘컬쳐튜브’에 올린 ‘2021 부산예술인실태조사 영상보고서’를 볼 수 있다.

주요 결과를 살피면, 사회보장 영역 중 4대 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고용보험 가입이 23.8%, 산재보험 가입이 21.8%로 2018년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2020년 12월부터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가입 절차 등과 관련해 정책의 실질적 효과보다 부가 서류 작성 절차만 늘어났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3년간 예술인의 연평균 개인 소득이 1059만 원이고, 그중 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 비중이 33%라는 점은 여전히 많은 예술인이 역량을 펼치기도 전에 생계로 인해 작품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음을 말한다. 예술인의 주요 수입 활동이 예술교육 활동인 점을 고려했을 때 더욱 다양한 활동이 개발되면 사회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예술대학 재학생 중 졸업 후 부산 외 국내지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이 55.8%에 이른다. 지역에 예술 활동의 다양한 기회가 모자라며 이는 더 심각해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 예술의 필요를 묻다

펜데믹 시대, 예술은 위기를 마주했다. 예술인 재난지원금, 라이브클럽 합법화 등의 이슈가 떠올랐다. 각종 문화행사 취소 등 코로나로 생겨난 문화예술 지원 문제는 사회에서 문화예술의 필요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갑론을박 사이에 하루아침에 무대와 공간이 사라진 예술가들은 당장 내일을 버텨야 하는 현실에 던져질 수밖에 없었다. 62.4%의 예술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술 활동 수입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예술 현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맞는 대책을 세우느라 같은 어려움이 가중된다.

갑작스레 맞이한 펜데믹은 예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켜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예술 현장을 떠나거나, 작업이 중단된 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예술인들의 수만 늘어났을 뿐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춘 예술인들을 현장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은 여전히 없다.

■ ‘옵션’이 아닌 예술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실질적인 법으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1년간 시행령을 만드는 절차가 남아있다. 여전히 많은 예술인은 예술인권리보장법과 예술인실태조사가 어떻게 작용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법의 최대 관건은 예술인의 지지를 얼마나 받는지에 달렸을 수 있다.

앞으로 1년은 이 법의 실효성을 최대한 알리고, 이 법을 지지하지 않는 예술인들의 의견까지도 담아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옵션’이 아닌 동등하게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축이며, 예술가의 역할 역시 그와 같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하나의 근거로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출발했다. 대중의 환호와 외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이에서 사회에 필요한 ‘질문’을 꿋꿋히 하는 역할은 예술이 예술로서 존재할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예술가를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으로, 동등한 권리가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시민기자·기획자·밴드 해피피플 멤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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