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정신장애인을 위해, 더욱 신중하고 세심한 언론 보도를 촉구하는 미디어 운동이 부산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침묵의 소리’(회장 박성근 아미정신건강센터 동료지원가·60)는 정신장애를 겪었거나 정신 질환에서 현재 회복 중인 부산 지역 시민과 이들을 지원하며 함께하는 전문가 등 1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다. 침묵의 소리는 최근 ‘정신장애 보도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을 제정해 공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인격장애와 정신질환을 묶어서 보도하지 않는다. ▷정신질환과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팩트 체크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등 5개 항목과 정신건강 상담전화 번호 안내로 이뤄졌다. 간명하고 구체성이 높아 현장에서 언론인이 활용할 수 있게 다듬고 고치는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모임은 왜 ‘미디어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에 역량을 우선 쏟은 것일까? 침묵의 소리 정영환 부회장(41·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동료지원가)은 “2019년 진주 참사(안인득 범행)가 직접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 사건으로 선량한 이웃으로 잘 지내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공격이 매우 심해졌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은 처음이 아니다. 침묵의 소리는 2020년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미디어 관련 학습·연구 모임을 한 뒤 올해 1월 ‘편견 해소와 차별 없는 세상 위한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 라인’ 10개 항목을 발표했다. 한국기자협회 부산지부도 동참했다. 침묵의 소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송국클럽하우스 유숙 소장,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BK21 사업단 소속 옥진(박사 과정) 씨 등 전문가와 함께 올해 3~7월 12회 미디어 교육을 진행했다. 침묵의 소리 회원인 정신장애 당사자 8명이 참여해 6명이 수료했다.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 당사자 의견을 보완하고, 해외사례를 탐구했으며, 언론 현장에서 실제 활용될 수 있게 전문가 감수를 받아 간명하게 다듬은 ‘미디어 가이드라인 2.0’이 탄생했다. 유숙 소장은 “자살에 관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자살에 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정신장애에 관한 편견도 해소될 수 있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