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기사는 팩트가 굉장히 잘 정리된 텍스트 입니다. 기사에 이미 팩트가 잘 정리돼 있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이동윤 감독)
| |  |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초청작 ‘10월의 이름들’ 첫 상영회가 9일 열렸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 중인 이동윤 감독(오른쪽)과 정성욱 모더레이터.
|
9일 오후 1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초청작 ‘10월의 이름들’ 첫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GV)가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열렸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 학생들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항쟁의 열기는 들불처럼 퍼져 5일 동안 지속됐고 가혹하게 진압됐다. ‘10월의 이름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비교적 덜 조명된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의 기억을 불러낸다. 당시 대학생·재봉사·금형기술자·전투경찰·노동자·버스기사·광고기획자·사진기자였던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40여 년 전의 기억을 어제 일처럼 쏟아내고 동시간대 벌어진 항쟁의 모습은 스크린을 통해 되살아난다.
국제신문에 2018년 8월부터 21차례 기획기사로 보도된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3’을 모티브로 한 이동윤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다. 신문사 기획기사가 영화화 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인데다 BIFF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주목 받는다. BIFF 강소원 프로그래머는 ‘10월의 이름들’에 대해 “증언의 힘을 믿는 영화다. 좋은 구성과 효과적인 편집, 성실하게 수집되어 적재적소에 배치된 아카이브 자료들이 말이 가진 위력을 배가시키는 정공법의 다큐멘터리”라고 평했다.
| |  |
| 10월의 이름들 스틸컷.
|
이날 열린 첫 상영회는 매진을 기록했다. 97분 간의 상영이 끝난 뒤 이 감독이 참석한 GV가 열렸다. GV에서도 질문이 끊이지 않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 했다. 한 관객은 “마산에서 20년, 부산에서 5년을 살았다. 부마항쟁을 다룬 영상이 많이 없었는데 이번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관람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관객의 관심에 감사를 전하며 “부마항쟁을 사적으로 바라보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GV에서는 주로 제작 비하인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영화를 찍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태도와 리듬을 중요시 했다. 태도는 주인공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하면 끊고 가자는 지침처럼 제작진이 영화와 맺는 약속이라 생각했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 붙이냐가 중요했다. 밸런스를 맞추고 지루하지 않게 리듬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촬영 중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는 영화와 달라서 디테일하게 시나리오를 짤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었다.
GV를 이끈 정성욱 모더레이터는 “인터뷰 중심으로 흘러가는 등 사운드와 발화가 힘을 발하는 영화”라고 평했다. 이 감독은 이에 수긍하며 “촬영 전 등장인물들이 기억을 잘 못하면 어떡할까 불안했는데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좋고 발화가 선명해 이들의 기억 끝으로 한번 가보자 싶었다. 시간을 거슬러가는 구성이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나오지만 이미지는 나오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남기기 보다 항쟁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얼굴에 집중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큐멘터리는 여성들 역시 부마항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여성 출연자가 등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섭외를 시도하려 했지만 미디어가 그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했다. 예를 들어 고문 과정을 상세히 표현하는 것이 그들에게 2차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영화를 찍는답시고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자막 등을 이용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10월의 이름들’은 오는 11, 12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