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와즈다’

영화 금지된 사우디의 첫 영화…여성 이동권 쟁취 불쏘시개로

  • 박지연 부산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
  •  |   입력 : 2021-10-11 20:02:24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된 ‘원더우먼스무비: 여성감독이 만든 최고의 영화’는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여성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추천 받은 결과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시아라는 지역적 특성과 동시에 인간, 여성이라는 보편성에 대한 감독의 고찰을 볼 수 있는 장이다. 영화는 탄생과 동시에 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한 세기를 거듭나며 이제 영화는 사회의 반영이라는 ‘장 뤽 고다르’의 말처럼, 영화는 사회와의 연관 속에 미학적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와즈다’는 단연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와즈다’.
영화가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의 영화가 탄생했다. 그것도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다. 여성 이동권이 금지된 나라에서 와즈다는 초록색 자전거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요”라는 천진난만한 말에 돌아오는 어른들의 대답은 ‘여자는 절대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거부뿐이다. 와즈다는 포기하지 않는다. 돈을 모으기 위해 온갖 꾀를 내고 최후에는 코란 암송 대회에 참가한다. 왈가닥 소녀가 경건하고 복잡한 방식의 코란 암송을 한다는 건 쉽진 않지만, 결국엔 해낸다. 그리고 와즈다를 ‘개과천선’의 표본으로 칭송하고 싶었던 교장이 와즈다에게 상금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매우 당당히 “초록색 자전거를 살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금은 반강제적으로 팔레스타인 투쟁기금에 기부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온 와즈다를 기다리는 건 아버지의 두 번째 결혼식이다. 남편을 위해 늘 긴 머리를 고수하고, 빨간 드레스를 사고 싶어했던 엄마는 그날 밤, 와즈다를 위해 자전거를 선물한다. 자전거 타는 것에 가장 반대했던 엄마는 빨간 드레스를 살 돈으로 딸의 자전거를 산 것이다. 그리고 둘이 껴안으며 서로의 행복을 다짐할 때 할머니 집에서 거행 중인 아버지의 결혼식 폭죽이 옥상 너머로 ‘팡’ 터지며 두 모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듯하다.

와즈다가 자전거를 사는 방법은 금지된 여성의 놀이를 깨는 방식이다. 축구장에 가지 못하는 여학생들을 위해 응원 팔찌를 만들어 공유한다. 남성 가족의 동반 없이 외출이 금지된 곳에서 연인의 애틋한 편지를 전달해준다. 코란의 엄격한 해석으로 만들어진 이동 규제를 와즈다는 코란을 외워서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깨뜨리려 한다. 엄마는 남편에게 잘 보이려고 늘 밤마다 긴 머리를 빗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날 머리를 자른다. 그리고 드레스 대신 딸의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자전거를 사는 ‘공모’를 마다하지 않는다. 성장해나가는 건 와즈다뿐만 아니라 엄마도 함께하며 또한 압둘라의 연대와 지지가 있다. 와즈다가 자전거를 끌고 나간 아침에 압둘라는 또래 남자아이들과 축구하기보다 와즈다와 함께 길을 달린다. 할머니 집 앞에선 결혼식 잔치의 쓰레기가 빗자루에 의해 싹싹 시원하게 쓸려나가고 그 앞을 보란 듯이 와즈다는 스쳐 달린다. 그리고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큰 도로에 마주한 와즈다는 달뜬 표정으로 이제 자신의 길을 바라본다.

영화가 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와즈다의 용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에게도 울림을 주었고, 이 영화가 상영되고 난 뒤 여성들은 이동권을 쟁취했다. 물론 오랫동안 여성인권을 위해 싸워온 이들이 이뤄낸 성과지만, 영화 한 편의 힘이 대중적 지지를 모았을 힘이 되었을 게다. 미래는 오늘의 사회를 담는다. 이렇게 스스로 역사적 성취가 된 ‘와즈다’로 인해 변화할 내일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영화가 금지된 곳에서 여성 감독이 영화를 찍는 건 정말 원더우먼 되기다. 많은 어린이와 여성도 기꺼이 배우로 참여했다. 승합차 안에서 무전기로 연기 지도와 연출을 결정했다는 만수르 감독이 또 다른 와즈다이고 또 한 명의 원더우먼인 이유다.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히 이슬람국가의 억압으로만 읽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와즈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있냐고.

박지연 부산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4. 4[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5. 5[부음]권영적(향년 90세) 부산시의회 (전)의장 별세
  6. 6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7. 7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10. 10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3. 3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4. 4‘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5. 5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6. 6[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7. 7[2026 국감 브리핑] 이헌승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환경 전기요금 반영 억눌러”
  8. 8조국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 사법개혁 적기 놓쳐”
  9. 9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10. 10[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3. 3‘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4. 4'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5. 5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6. 6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7. 7‘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될 듯…당정 거쳐 결론 전망
  8. 8국회 재경위 "종부세 개편 땐 임차인 세부담↑·수도권 집중 심화"
  9. 9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3. 3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4. 4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5. 5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6. 6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7. 7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8. 8[속보] 236명 탑승한 제주행 항공기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연기
  9. 9입 헹굴 물 안줬다고…대법 “음주측정결과 증거로 못써”
  10. 10스토킹 피해 신고 여성, 또 가해자에 살해…40대 남성 체포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3. 3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4. 4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5. 5‘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6. 6‘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7. 7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8. 8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9. 9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10. 10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