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해 이룬 가족의 소중함 강조
- “한국계 미국인 색깔 보여주고파”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 기자간담회가 12일 온라인 화상으로 열렸다. 전 감독은 “BIFF에 초청돼 너무 큰 영광이다”며 “2008년에 패널로 참가해 토론을 했고, 2019년에는 전작 ‘미쓰퍼플’이 상영된 적 있다”고 BIFF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BIFF는 매우 사랑하는 영화제고, 월드클래스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만 아니었다면 직접 부산을 찾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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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전 감독이 연출뿐만 아니라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인공을 맡은 ‘푸른 호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미국 이민법의 허점으로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인 남자 안토니오와 아내 캐시, 딸 제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전 감독은 “한국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성장했으며 항상 이에 관한 생각을 했다. 미국에 살지만 뿌리가 어디인가를 생각했다. 방탄소년단이나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많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람들도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나는 (영화를 통해) 한국인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내 스토리텔링에 독특한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푸른 호수’를 비롯해 그간 연출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푸른 호수’에서 전 감독은 자신이 선택해서 이룬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그는 “나는 입양인이 아니어서 입양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죽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입양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건 그들에게 입양 장소나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토니오가) 내 가족을 선택한다’는 콘셉트가 사실 굉장히 파워풀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혈연이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이룬 가족이기에 더 큰 가족애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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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호수’ 스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또한 영화에서 추방 위기에 놓인 안토니오는 베트남계 미국인 파커를 만나 연대감을 갖게 된다. 그는 1980년대 베트남을 떠난 보트피플이다. 가족이 두 척의 배에 나눠 타고 탈출했으나 한 척만 살아남았고 파커는 그 배를 탔었다. 전 감독은 “우리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북에서 남으로 오셨다. 당시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아기가 울면 들키니까,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그냥 물에 빠뜨렸다고 한다.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을 치른 두 민족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정서를 영화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0년 제정된 아동시민법에 따라 입양인에게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극 중 안토니오처럼 2000년 이전 입양인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허점을 메우기 위해 하원에서 입양인시민권법을 여러 번 발의했지만 언제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전 감독은 “이 영화를 계기로 입양인시민권법이 관심을 받아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