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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 동행 <23> 제26회 BIFF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의 현장

‘위드 코로나’ 선봉에 선 영화제…‘직접 대면’은 온도부터가 다르더라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10-12 18:55:4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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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작 100% 극장 상영 결정
- 하마구치-봉준호 감독 대담부터
- 亞 필름 어워즈 등 행사까지
- 그간 봉쇄된 영화인 만남 풀려
- 문화교류 복원 효과로 이어져

- 대담·시상식 세계인 볼 수 있게
- 온·오프라인 배합 절묘한 선택

- 14개 구·군에 온 ‘동네방네 비프’
-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

지난 10일 오후 6시40분부터 밤 9시50분까지 부산역 유라시아광장에서 ‘동네방네 비프’를 취재했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부산 관문 유라시아광장을 어엿한 야외상영장으로 바꾼 걸 보고 ‘마술을 부렸나?’ 하는 느낌과 ‘주최 측이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도착했을 때 객석은 벌써 ‘만석’이었다. 100석쯤 돼 보였다. 영화는 오후 8시 시작했다. 그전까지 부산 동구를 알리는 영상, 동네방네 비프에 참여하는 동구 주민의 소감과 동구 자랑을 스크린에 틀고, 현미밴드가 공연했다. 다들 멋졌다.

상영작은 프랑스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감독 앙트완 블로시에르)였다. 보드랍고 재미있는 동화풍 영화다. 부산역을 오가는 전국 각지 많은 행인이 스크린 아래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 동네방네 비프’라고 쓴 펼침막을 봤다. 객석을 도중에 떠나는 관객은 3시간 동안 거의 못 봤다. 영화가 끝났을 때, 가장 늦게 상영장에서 나온 이는 최형욱 동구청장이었다. 어? 문화행사 현장에 온 구청장은 대개 일찍 떠나는데…. 주민과 구청장이 함께 BIFF에서 상영작을 끝까지 본다? 뭔가 상징적인 일이 일어난 느낌이 있었다.
   
지난 10일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BIFF) 광장에서 커뮤니티 비프 행사로 영화를 상영하자 여러 시민이 객석에 앉아 관람하는 가운데 오가는 행인과 관광객도 관심을 보인다.
■ 우리는 만나야 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10월 6~15일)는 인류가 팬데믹을 통과하는 와중에 열리는 아시아 최고 영화 축제다. 올해 BIFF는 매우 과감한 결정을 했다. 철저한 방역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회복하고 출품작 100%를 극장 상영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수세와 방어에만 매달렸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전환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예비하며 누군가는 앞장서야 할 길을 아시아 최고 영화제가 기꺼이 자처한 느낌이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탓에 봉쇄된 만남과 대면이 실은 아주 중요하며 강한 힘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BIFF에서 나타났다. 화상회의·비대면·배달로는 역부족인 영역이 있음을 드러냈다. 대표 사례로 지난 7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 스페셜 대담’, 8일 ‘아시아 필름 어워즈(시상식)’를 우선 들 수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 상태로 이어지고 코로나가 덮쳐 두 나라 교류는 막혔다. 한일 국민 사이에 막연하거나 지나친 비판, 의도된 무관심이 커지고 부각된다. 일본문화력이 ‘폭망’ 중이라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세계일주하는 듯” 바쁜 일정 속에 부산에 왔다.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 각본상,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최근 받았다. 봉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의 오랜 팬이자 동료 감독”으로 자기를 소개했고, 하마구치 감독은 “그런 말씀을 듣자니 날아오를 것 같다”며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 필름 어워즈에서는 하마구치 감독을 “올해 BIFF 최고 스타 게스트의 한 명”으로 지칭했다. 정치 분야는 싸우게 두더라도, 예술·문화는 어쨌든 이렇게 상호인정·환대·체온을 통한 교류·우호 끈을 유지하거나 회복 여지를 열어두는 게 최선이다. 그런 일이 BIFF라는 크고 영향력 있는 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시아 필름 어워즈에는 배우 이병헌 유아인 김규리 전종서 김현빈, 셰니나 시나몬(인도네시아·부산에 오려고 자가격리 14일 거침), 쇼타(일본), 감독 이창동 홍의정 장준환 등 많은 영화인이 모여 조심스럽게나마 서로 격려하고 반겼다. 규모·권위·네트워크 측면에서 BIFF 아니면 하기 힘든 시도이고, 그 효과는 어딘가 쟁여졌다가 어느 순간 분출할 것이다. ‘커뮤니티 비프’에는 박찬욱 민규동 윤가은 지혜원 감독, 류승룡 배우 등이 남포동에서 관객을 만났고 아시아 유럽의 많은 감독이 부산에서 교류했다.

■ 온·오프 합작이 보여준 것

   
지난 11일 부산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우리집’의 윤가은(오른쪽) 감독과 함연선 영화평론가가 대담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자못 절묘한 배합도 독특한 효력과 잠재력을 보였다. BIFF는 하마구치 류스케·봉준호 대담(조회 수 약 2만3000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약 4만8000회)를 유튜브로 중계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BIFF에서 가장 중요한 상”(허문영 집행위원장)인 뉴커런츠의 심사위원 기자회견도 취재진에 온라인 중계했고, 네이버·유튜브와 협력해 국내에서 누구나 와이드앵글 부문 경쟁 단편 22편을 유료로 볼 수 있게 했다.

아시아 필름 어워즈는 부산에 못 온 해외 수상자·후보자를 위해 국제 중계했다. 장이머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등 많은 영화인이 자국에서 시상식에 접속했다. 올해 부쩍 강화된 듯한 온·오프라인 배합 방식은 BIFF와 부산의 지명도와 영향력을 높일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어 연구가 더 필요해 보였다. 이번에 부산에 오지 못한 부산 출신 음악 거장 한대수가 개막식 때 온라인 중계를 통해 초대형 스크린으로 ‘행복의 나라로’를 부른 장면도 상징적이었다.

■ 마당을 나온 BIFF의 힘

올해는 ‘커뮤니티 비프’와 ‘동네방네 비프’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커뮤니티 비프(7~14일)는 4회째인데, 환골탈태했다. 키워드는 관객·시민, 기대 효과는 BIFF의 확장. ‘관객이 주체가 되고 관객 참여로 완성하는 영화 문화 축제’를 지향하며 남포동 상영관을 중심으로 펼쳤다(10일 자 국제신문 온라인 기사 ‘관객 참여로 출렁인 재미있고 빵빵한 또 하나의 영화제’ 참조) 동네방네 비프는 커뮤니티 비프의 일부로 부산 14개 구·군 명소에 큰 스크린을 걸어 영화를 틀고(7~14일), 시민이 ‘우리 동네’에서도 BIFF를 체감하도록 판을 깔았다.

지난 9일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안녕, 미누’가 끝나자 이 다큐를 추천한 영화 모임 ‘모모인’ 주최로 지혜원 감독과 가수 하림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 여성 관객의 소감이다. “이주노동자 미누 씨의 삶을 담은 ‘안녕, 미누’를 보고 감명받았다. 저는 오사카 출신 재일동포로, 전북 무주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는 활동을 한다. 농촌 등지의 이주노동자는 더 힘든 환경에 놓였다. 친구도 못 만난다. 부디 그런 현실에도 관심과 도움을 바란다.” 가수 하림은 “여기 기자가 계신다면 이 말씀을 알려주기 바란다”며 노래했다.

커뮤니티 비프 취재로 ‘영화퀴즈대회’ 이벤트에 참가했고 ‘안녕, 미누’ ‘팜 스프링스’ ‘우리집’을 봤는데, 매번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고 교감이 이뤄졌다. 상영작은 최신 작품이 아니다 뿐이지 다채로운 구성이었고, 박찬욱 민규동 윤가은 지혜원 김홍준 감독, 배우 류승룡, 정성일 평론가, 하지현 박사 등 게스트도 ‘빵빵했다’. 남포동의 영화제 분위기 형성에도 한몫했다.

동네방네 비프는 많은 부산 시민에게 일종의 ‘숙원’이었다. BIFF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지원해왔는데 BIFF가 해운대 센텀시티 영화의전당 중심의 ‘마당’으로 들어가면서 ‘BIFF는 훌륭하지만 내 삶과는 상관없는 그 무엇’으로 여기는 시민은 늘어났다. 올해 부산 14개 구·군에서 동네방네 비프를 열자, 영화제가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생겼다.

   
김부민 부산시의원은 “부산 전역에서 열리는 BIFF, 이것이 영화도시다. 확장할 방안을 찾자”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 경남 한 매체는 “동네방네 비프를 부울경으로 확대하자”는 칼럼을 실었다. BIFF의 과감한 선택과 신중한 진행은 인상 깊다. 안전과 조직 보강 등 과제가 많겠지만,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당을 나온 BIFF’(커뮤니티 비프·동네방네 비프)의 현장 취재 소감이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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