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힙스터가 된 후로, 새삼 책이 좋아졌다. 힙스터라 불리는 이들은 어쩐지 비효율적인 것들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웬만한 건 다 해결되지만, 골동품에 가까운 빈티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한다거나, 가격도 만만찮은 LP를 발품 팔아가며 사고 유행과는 상관없는 음악을 애써 찾아 듣는다.
LP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훌쩍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면 독서란 얼마나 힙하기 짝이 없는 행위인가. 특히 ‘책’이란 물체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날이 쏟아지는 신박한 첨단기기에 비해 고장도 나지 않고, 가성비도 매우 훌륭하다. 단돈 만 원으로 한 시간 동안 노래방에서 목이 터지게 노래 부른다거나 두 시간 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책 한 권으로는 하루 꼬박 읽거나 몇 달간 깨작깨작 나눠 읽을 수도, 몇 년 동안 책꽂이에 박아두고 표지를 보며 속에 담긴 이야길 마음껏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선물로도 그만이다. 어쩐지 의미 있어 보이고, 낭만 있어 보이고, 자기 돈으로는 사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소장해서 나쁠 것 같지 않은 그런 선물이다. 세상 관심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모두가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보는 대중교통 안이나, 공공장소에서 책을 펼쳐 들고 주변 시선을 받으며 자존감을 뿜뿜 채우기도 좋다. 책장 가득 채워 놓는다면 남들과는 다른 고상하고 특별한 취향을 말 없이 뽐낼 수 있으니,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좋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할수록, 우리가 꿈꿨던 편리하고 신박한 미래에 가까워질수록 책은 더욱 더 힙해질 아이템이니 어떻게든 이득이다. 영화감상, 음악감상과 함께 취미 3대장이라 불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쩌면 ‘독서’가 힙하고 유니크한 취미로 인정받을 법하니, 그럴 듯한 취미를 못 찾아 고민 중인 이에게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작가가 되는 것도 추천한다. 음악 미술 사진 등보다 초기 자본이 거의 안 드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펜데믹과 상관없이, 그 이전부터 동네 구석구석 크고 작은 서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젠 설마 했던 알 만한 출판사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까지 사라진다. 망설이지 말고 다 같이 분연히 일어나 서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할 때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