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곳의, 詩와 그곳 <40> 김언 시인 ‘짐과 집’
짐과 집
김 언
짐이 많아서 이사 가기가 힘들다. 이 짐을 다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가까운 사람들에게 요청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
으면 무엇이든 가져가라고. 단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만 빼
고. A가 와서 소파를 가지고 갔다. 나한테는 필요 없는 물
건이다. B가 와서 티브이를 가지고 갔다. 이 또한 필요 없는
물건이다. C가 와서 냉장고를 짊어지고 갔다. 저 또한 필요
가 없는 물건이다. D가 와서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와 그리
고 산더미 같은 책을 트럭에 싣고 갔다. 아까워해봤자 더는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이 하루하루 줄어들
수록 나의 고민도 하루하루 줄어들고 드디어 홀가분한 마음
으로 이사할 수 있는 날이 다가왔다. 이삿날 친구들이 나의
이사를 돕겠다고 찾아왔다. 짐이라곤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
을 알고는 으쌰으쌰 힘을 모아서 새집으로 나를 옮겨 놨다.
나는 얌전히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가서 누워 있다. 너무도 편
안한 자세로 누워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또한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을까?
시집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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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집의 이미지, 어떤 짐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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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사람에게 집이란 생명의 안전과 사생활 보전 등 보금자리여야 한다. 그른 조건의 충족 여부는 사람마다 달라 욕망으로 껴안은 힘겨운 짐이기도 하다. 김 언 시인은 ‘짐과 집’이라는 대립되는 짝의 음운을 통해 욕망의 심리를 시로 풀어내고자 한 것 같다. 편리하고 만족한 삶을 위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야 한다면 미래에 지구는 어떻게 될까? ‘짐’으로 넘쳐나는 거대한 ‘집’이 될 것이다. 이미 힘들어하고 있는 지구의 신음이 머지않아 곧 내 고통이 되리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은 죽음뿐이라 했다. 이미 길들여진 욕망의 지연이 없으면 인간의 미래는 없다는 걸 꼬집는 말일 것이다.
시적 화자는 ‘짐이 많아서 이사 가기가 힘들다’고 인간 욕망을 비틀어 말한다.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져라. 그러나 세상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가라’며 사람을 유혹한다. 욕망의 유혹에서 벗어난 화자에게 ‘필요 없는 물건’ 중 ‘A가‘ 가져간 ’소파‘와 ’B‘가 가져간 ’티브이‘ ’C가‘ ’짊어지고‘ 간 ’냉장고‘라는 것은 문명이 가져다준 짐인 것이다. 화자가 마지막에 내려놓은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 ’그리고 산더미 같은 책‘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한 물건일 것이다. 미련이 남아 ’아까워해‘보지만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남아 있는 물건이 줄어들수록 고민도 줄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사하게 되었지만 ’하나뿐‘인 ’나‘도 ’짐‘이라 말한다. 이사를 돕는 친구들이 ’으싸으쌰 힘을 모아‘야 옮길 수 있는 ’나‘는 ’짐‘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 내어주고 비우며 내려놓았다는 마음으로 ’새로 지은 집‘에 누워 편안하지만 생각의 끝은 또 꼬리를 문다. ’이 또한 꼭 필요한 물건이었을까?‘
살던 집에서 새 집으로 이사할 때면 몇 번이고 되뇌던 생각들이다. 비우는 순간 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부터 고민하하게 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가라’를 뿌리칠 수 있는가,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