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옷 4톤에 담긴 죽음의 의미…부산서 볼탕스키 첫 유작전

시립미술관 내년 3월까지 ‘4.4’展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   입력 : 2021-10-24 19:17:37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전시 준비 중 7월 작고한 佛 거장
- 사진 등 일상 오브제로 죽음 천착
-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43점 선봬

지난 7월 영면한 프랑스 현대미술계 거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 일평생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한 그의 첫 번째 유작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은 ‘4.4’. 작가가 생전 직접 정한 것으로, 자신이 태어난 해(1944)와 ‘생로병사’로 구분되는 삶의 마지막 단계(4막 4장)를 의미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이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 ‘저장소-카나다’1988(2021년 재제작).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사실 이번 전시는 1년 전부터 작가의 회고전 성격으로 기획됐다. 작가가 작품 선정부터 공간 디자인까지 모두 참여했고, 한글로 디자인한 작품을 출품하는 등 애정을 쏟았다. 그런데 전시를 석 달 앞둔 지난 7월 14일 작가가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이번이 전 세계 최초의 유작전이 됐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은 “다른 나라에서 예정됐던 전시 대부분이 취소됐지만, 부산시립미술관 회고전만큼은 어렵게 성사됐다”며 “볼탕스키의 마지막 예술적 영혼이 들어간,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미술관 3층과 이우환공간 1층에 마련한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43점으로 구성됐다. 흔히 작가의 작품을 두고 ‘쇼아(Shoah·홀로코스트의 히브리어 표현)’를 떠올리곤 하는데,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된 직후 프랑스 파리에서 나고 자란 삶이 투영된 까닭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쇼아’라는 수식어보다 평생에 걸쳐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작가의 작품 전반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볼탕스키의 ‘기념비’(1986).
그중에서도 ‘기념비’ 시리즈는 작가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수집한 사진을 재촬영하고 프레임에 담아 배열했는데 언뜻 종교적 분위기마저 감돈다. 세간에는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어린이를 다룬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어른이 되려면 우리 안의 어린이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어린 시절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작가는 사진뿐 아니라 옷과 같은 일상적 오브제를 즐겨 썼다. 한 예로 거대한 석탄 더미를 연상시키는 작품 ‘탄광’에는 검정 옷 700㎏이 사용됐다. 과거에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을 검정 옷들이 형태조차 구분하기 어렵게 쌓여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죽음’을 암시한다. 전시장에는 이 작품과 함께 영혼이 부유하는 듯한 80여 개의 천 작품 ‘인간’을 배치해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냈다. 옷을 사용한 또 다른 작품 ‘저장소:카나다’는 나치가 억류된 유대인의 소지품을 한데 모아둔 창고를 ‘카나다’로 불렀다는 점에서 착안했으며, 1988년 캐나다에서 처음 소개됐다. 작품 ‘탄광’과 ‘저장소:카나다’ 모두 부산에서 구한 재료로 재제작했는데, 전시에 쓰인 옷만 4t 가까이 된다.

작가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녹음해 제작한 ‘심장’(2005)은 그의 부재로 더욱 특별해진 작품이다. 오로지 전구 하나만 불을 밝히는 어두운 공간에서, 쉼 없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전시장을 찾으면 알아채겠지만, 작가의 작품들은 캡션이 따로 없다. 부산시립미술관 양은진 학예연구사는 “작가는 캡션이 정보를 주고, 해석하게 하는 등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해석하기보다 느끼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텍스트를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전시 무료, 내년 3월 27일까지.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6. 6“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