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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노회찬 6411’ 민환기 감독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정치” 43명 인터뷰이가 터놓은 노회찬의 진심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10-26 19:19:1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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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접공서 진보 정치인 되기까지
- 약자 편에 섰던 일생을 다큐로
- 부인 김지선 씨도 목소리로 출연

- “촬영 전까지도 잘 몰랐던 인물
- 영웅담 만들기 싫어 객관적 조명
- 약속과 고뇌의 삶 내게도 위안”

최근 국정 감사와 대선 주자들의 경선 토론회가 열리는 것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TV 토론회에서 적절한 비유와 위트 있는 말솜씨, 그리고 핵심을 찌르는 사이다 발언으로 답답함을 뚫어주곤 하던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바로 그다. 노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가 남긴 흔적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가을, 약자와 서민을 대변했던, 한국 정치판을 바꾸고자 했던, 진보정당이 뿌리내리길 갈망했던 노회찬에 대한 다큐멘터리 ‘노회찬6411’(개봉 14일)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노회찬6411’은 대학 졸업 후 용접공으로 노동운동가의 길을 걷던 노회찬부터 진보 정치인이 되어 진보정당 창당을 위해 노력하던 노회찬,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인 모든 약자들을 위해 노력했던 노회찬의 삶이 담겨 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한다.

‘노회찬6411’을 연출한 민환기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는 꿈과 현실을 일치시키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진보 정당의 정치를 실천했던 정치인 노회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믿음을 저버리지 못해서 고단한 경로를 택했던 인간 노회찬의 일대기”라고 말했다. 영화가 끝난 후 극장에 불이 켜지면 잔잔한 파문과 함께 그리움이 번지는 이 영화에 대해 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담담하게 그린 노회찬의 삶

   
고(故) 노회찬 의원의 삶을 다룬 첫 번째 다큐멘터리 ‘노회찬6411’을 연출한 민환기 감독. 그는 “진보정당의 정치를 실천했던 정치인 노회찬, 인간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지닌 인간 노회찬의 일대기”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다. 명필름 제공
“이 영화는 노 전 의원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부분이 약간 걱정되기도 하고 제대로 전달됐을지 우려도 있다”고 운을 뗀 민 감독은 “노 전 의원이 하셨던 활동이나 실천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이런 사람을 한국 사회가 갖고 있었다는 증거 같은 것을 전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처음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노 전 의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민 감독은 ‘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다.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작품들, 인기 인디밴드를 다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부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대상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한 ‘미스터 컴퍼니’, 올해 개봉한 ‘청춘 선거’ 등을 보면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 객관적으로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심 대표님이나 노회찬 재단은 영웅을 만들지 말고 한 인물의 삶을 객관적으로 지켜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는 한국 현대사에서 의미 있는 분을 그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다큐멘터리 감독 생활을 해오면서 과거 노 전 의원과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2012년인가 고려대학교에서 강연회를 하셨는데, 당시 여자 친구가 노 전 의원을 좋아해서 함께 참석했다. 엄청 웃기셨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서 인상이 깊었다. 강연회를 마치고 정치인답지 않게 쑥스러워하며 사람들과 악수 하시더라. 특이한 분이구나 했다.” 그 이후로는 뉴스로 노 전 의원을 접했을 뿐이다.

   
대학 졸업 후 용접공으로 노동운동가의 길을 걷던 노회찬부터 진보 정치인이 되어 진보정당 창당을 위해 노력하던 노회찬,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인 모든 약자들을 위해 노력했던 노회찬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노회찬6411’. 시네마6411 제공
■인터뷰이 43명과 200시간 인터뷰

노 전 의원을 잘 알지 못했던 민 감독은 노 전 의원과 함께했던 동지들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사전 인터뷰를 스무 번 정도 진행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 전 의원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 진보정당의 역사와 노 전 의원의 삶을 떼어놓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연대기 순으로 구성했다.”

영화는 용접공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해 진보정당을 창당하기 위해서 노 전 의원이 한 노력들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노회찬 재단의 각종 자료 영상과 KBS와 MBC에 있는 영상 등을 편집한 ‘노회찬6411’에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단부터 통합진보당, 정의당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노 전 의원이 한 선택과 활동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심상정 의원, 이정미 전 의원, 박권호 전 보좌관, 박규님 노회찬 재단 실장, 노회찬 평전을 집필 중인 이광호 작가를 비롯해 다수 노동운동가와 해고 노동자, 학창 시절 친구 등이 등장해 노 전 의원의 당시 상황이나 선택에 대해 부연 설명해준다. 이를 위해 43명과 200여 시간에 이르는 인터뷰 했다. “이분들이 뭔가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의 의견을 더 물어보셔서 즐거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면 술자리가 이어지곤 했는데, 힘들어할 줄 알았던 젊은 조연출 두 명이 나중에는 술자리를 기다릴 정도로 즐거워했다.

또 영화에는 노 전 의원의 부인인 김지선 씨가 목소리만 출연한다. “어떤 면에서는 직접 등장 보다는 간략하지만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씀을 해주셔서 더 좋았던 같다.” 노 전 의원을 추억하는 김 씨의 목소리는 노회찬이 등장하는 영상과 함께 마치 내레이션처럼 등장해 애틋한 여운을 남긴다.

■6411번 버스와 노회찬의 마지막

누군가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나 영화에는 종종 의미 있는 숫자나 장소가 붙기도 한다. 이번 다큐멘터리의 제목에도 ‘6411’이 붙어 있는데, 이 숫자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겠다. 그 해답은 바로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노 전 의원의 당 대표 수락 연설에 있다. 매일 새벽 6411번 버스를 타고 아주머니들이 직장인이 있는 강남의 빌딩에 출근하지만 이들은 한 달에 85만 원을 받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던,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다던,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다던 노회찬의 목소리가 새벽 4시 10분 6411번 버스 첫차를 탔던 노회찬 영상과 같이 들리며 울컥하게 만든다.

“이 연설을 하실 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 같다. 나는 뭘 해야 하고 진보정당은 무엇인지. 노동자를 위하는 노회찬의 마음이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노 전 의원의 초심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중요하게 사용했다.”

노 전 의원의 초심은 생의 끝까지 이어진다. 2018년 7월 23일 불법 정치자금 4000만 원을 받은 것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노 전 의원은 ‘다른 사람이 나를 몰라주는 것은 괜찮은데 내가 나를 몰라주는 것처럼 슬픈 것은 없다’고 하셨다고 하더라. 자기 모습이 자신에게 실망스럽지 않았으면 하셨던 분인 것 같다. 그것이 노 전 의원님의 인생을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자기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했기에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았던 분이다.”

후반부에 JTBC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노회찬은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세상을 등진 그의 행위를 미화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졌던 부끄러움은 존중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노 전 의원의 죽음을 관객이 정리할 수 있는 시간, 혹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원래 내가 만드는 다큐는 주인공의 내면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다큐는 사람 마음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노력했다. 한 사람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이 사회를 직간접으로 반영한다는 것을 배웠다. 냉소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데. 노 전 의원이 고민했던 지점이나 자기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 열심히 싸운 삶이 내게도 위안이 됐다.” 머리와 가슴이 함께 따뜻해지는 ‘노회찬6411’을 보고 위안을 받은 이가 민 감독뿐일까?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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