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동년배 아재들이 그러했듯 2차 성징이 시작되던 어린 시절 나는 지나치게 시끄럽고 강렬한 헤비메탈에 푹 빠져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무난한 음악 취향을 가진 이들을 맘껏 무시하고 비웃었다. 수많은 음악 장르 중 헤비메탈 뮤지션은 유독 경이로운 존재였다. 오래전 치렁치렁한 장발과 가죽바지, 범상치 않은 눈빛으로 굉음을 쏟아내며 광란의 무대를 펼치는 라이브를 처음 직관했던 순간부터 헤비메탈은 단순히 장르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헤비메탈 뮤지션들은 여전히 경이로운 존재다. 오랜 추억인 줄 알았던 왕년의 헤비메탈 밴드 중 상당수가 별다른 멤버 변동도 없이 꾸준히 활동 중이었다. 언제부턴가 헤비메탈 밴드 로고가 크게 박힌 티셔츠는 멋 부리기 좋아하는 20대 청년들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는다. 힙스터는 뭔가 비효율적인 것에 꽂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해왔는데, 그리 따지면 헤비메탈만큼 힙한 음악도 없다. 트렌드와 멀어진 지 오래라 수요가 별로 없건만, 피 튀기는 연습이 필요하며, 어쩔 수 없는 멤버들 고령화에도 쇳소리 고음을 내지르며 미친 듯 날뛰느라 체력 소모도 엄청나다. 그런데도 웬만해선 해체도 하지 않는다. 영미권 메탈의 전설들 역시 백발을 날리며 활동하니, 어쩌면 헤비메탈은 건강에 매우 유익한 음악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공중파나 유튜브 클립에서 헤비메탈 사운드가 심심찮게 들린다. 음악 경연 ‘싱어게인’에선 헤비메탈 밴드 바크하우스 출신 정홍일이 준우승했고, ‘수퍼밴드2’에선 구색 맞추기로 참여한 게 아닐까 의심했던 크랙실버가 우승해버렸다. 라이브 무대를 확인해본 이라면 헤비메탈은 취향을 넘어 뜨겁게 관객을 강제적으로라도 감동시켜버리는 힘이 있음을 안다.
‘헤비메탈 네버 다이’란 구호가 사실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메탈 팬은 부산이 예부터 걸출한 메탈밴드를 양산해온 대표적 메탈 시티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록 페스티벌에서도 메탈, 하드록 밴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긋지긋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아예 부산 헤비메탈 페스티벌을 열어 대한민국 대표 메탈 시티 명성을 이어 가길 제안하는 바이다. 헤비메탈은 진짜 웬만하면 죽지 않으니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