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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4> 구례 향토면식 삼총사

산수유·다슬기·재첩…섬진강이 내준 자연에 국수를 말다

  •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11-02 19:29:5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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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일대 청정 식재료 활용
- 간단히 끼니 때우던 면식 발달

- 산수유 넣고 우리밀로 뽑은 국수
- 향 은은하게 스치며 담백한 맛
- 다슬기수제비 깔끔하고 속 든든
- 재첩국수 진한 국과 면발 조화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지척에서 품고 있는 곳. 해서 이들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많다. 특히나 이 청정자연 속에서 나는 것들로 삶을 꾸려 나가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크고 너른 품이기도 하겠다.
전남 구례의 향토 요리인 다슬기수제비. 섬진강의 다슬기를 잡아 탕을 끓이고 수제비를 띄워 먹었다.
이곳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식재료를 활용해 간단히 즐겨먹던 면식들이 발달했는데, 지리산에서 나는 산수유를 활용한 ‘산수유국수’, 섬진강에서 나는 다슬기와 재첩을 넣고 끓여낸 ‘다슬기수제비’와 ‘재첩국수’ 등이 그것이다.

■산수유로 먹고사는 마을

구례 산동면. 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마을 곳곳에 10여 만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봄에는 노오란 산수유 꽃으로 꽃 대궐을 이루고, 가을에는 핏빛 붉은 산수유 열매로 한 해를 결실하는 곳이다.

산동면 일대는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山東)지방의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는데, 이 나무가 퍼져 지금의 산수유마을이 됐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당시 가져온 이 산수유나무를 ‘할머니 나무’라 부르며 귀하게 모시고 있다.

이곳에서는 산수유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중 산수유국수는 우리밀로 반죽하여 제면기로 직접 국수를 뽑아서 쓰는데, 반죽 할 때 일정량의 산수유 가루를 함께 넣는다고. 직접 반죽한 면은 처음에는 붉은 빛이 살짝 돌다가 이후 숙성 과정에 갈변하면서 은은한 푸른 기가 감돈다.

산수유국수 대표인 박연화 씨에 따르면 “산수유 마을에서 몸에 좋은 산수유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개발한 것이 산수유국수”란다. “산수유는 시고 떫은맛이 있어 많이 넣으면 안 돼요. 적당량 넣으면 면에 신선한 풍미가 돌고 몸에도 좋은 국수가 된답니다.” 박 대표의 설명이다.

■산수유국수와 다슬기 수제비

우리밀을 반죽해 산수유 가루를 섞은 뒤 직접 제면해 만드는 산수유 국수.
산수유국수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두 가지를 내고 있다. 잔치국수 한 그릇 맛본다. 한 젓가락 먹으니 숙성된 면이라 그런지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기면서도 면발에 탄력이 있어 차지고 쫄깃쫄깃 하다. 아련하게 산수유 향이 날 듯 말 듯 은은하게 스치며 올라온다. 멸치 베이스의 육수도 깔끔하고 담박하다. 비빔국수도 한 젓가락 맛보는데 각각의 식재료들이 제 맛을 내며 어우러져 흔쾌하다. 부드럽게 감도는 신맛과 찰기가 있는 면발, 직접 농사지은 채소의 아삭하고 신선한 식감이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조화롭다.

지리산을 빠져나와 섬진강으로 향하던 중 토지면에 있는 다슬기수제비 마을에 들른다. 다슬기는 맑고 깨끗한 강의 유속이 빠른 곳에 서식하는 고둥. 섬진강에도 이 다슬기가 많이 서식했는데, 특이하게도 이곳에서는 이 다슬기로 수제비를 해먹는다.

원래 이곳도 다슬기로 탕을 만들어 먹고 팔았다고. 그런데 30여 년 전부터 다슬기탕에 수제비를 몇 점 뚝뚝 떼서 탕에 함께 넣고 끓여 먹은 것이 유래가 되었단다. 바쁜 농번기에 한 끼 술술 해먹기도 좋고 깔깔한 입맛 돌리기도 좋고 해서 먹기 시작했던 음식이라는 것이다.

섬진강다슬기 안주인 이봉주 씨는 “원래 ‘다슬기 탕’에 별미로 수제비를 몇 점 넣어 드렸는데, 먹는 사람마다 맛있다고 수제비를 더 넣어 달라고 해서 조금씩 양을 늘리다가 지금의 ‘다슬기수제비’란 메뉴가 탄생했다”며 다슬기수제비의 유래를 설명한다.

다슬기수제비 한 술 떠먹는다. 수저로 그릇을 휘휘 저으니 다슬기 살이 듬뿍 한 숟가락이다. 국물이 정구지, 땡초만 넣어서인지 매콤하면서도 깔끔하다. 국물을 떠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고 속은 시원하다. 수제비를 직접 떼어서 만들기에 식감이 쫀득쫀득하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으로 퍼져난다.

밥 한 술 말아 수제비와 함께 떠먹으니 이 또한 잘 어울린다. 수제비와 밥알이 어우러지며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 식감 또한 독특하다. 후룩 후룩 몇 숟가락 더 떠먹으니 속이 다 든든해진다. 가끔씩 다슬기 살이 씹히는 것도 재미나다.

■섬진강변 재첩국수도 별미

구례와 하동 사이 섬진강 국도변 식당에서는 재첩국수를 맛볼 수 있다.
다슬기수제비와 함께 인기 있는 음식이 ‘다슬기토장탕’. 다슬기 탕에 직접 담근 토속 된장을 풀어 뚝배기에 팔팔 끓여낸 음식이다. 다슬기수제비가 출출할 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다슬기토장탕은 본격적으로 밥을 말아 든든하게 먹거나 아침나절 해장국으로 안성맞춤이다. 한 술 뜨니 진한 국물 맛이 입안에서 착착 감긴다. 뜨거운 국물이 찌르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속을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들른 재첩국수집. 구례와 하동이 서로 이웃하여 섬진강변을 사이좋게 끼고 있는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섬진강을 배경으로 재첩국수를 파는 집이다. 메뉴는 재첩국수와 재첩비빔국수 두 가지.

내 온 재첩국수를 살펴보니 그릇 중간에 하얀 국수가 고봉으로 오르고 그 주위로 둘러서 송송 썰어낸 초록의 정구지가 한가득 담겨 나온다. 언뜻 재첩의 아릿한 조개 향이 강바람에 실려와서 코끝을 스친다. 햇살도 좋겠다, 2층 야외식당에서 가을을 느끼며 재첩국수 한 그릇 받아든다. 갓 삶은 국수에 뽀얀 재첩국이 어우러져 식욕을 크게 당긴다. 한입 크게 입에 넣는다. 진한 재첩 국 맛에 부드럽게 감치는 국수의 식감이 참으로 좋다. 가끔씩 씹히는 정구지의 싱그러운 맛 또한 일품이다. 흐르는 강물 앞에서 먹는 비빔국수 또한 흐드러진 단풍에 비할 바 아니게 화사하다.

원래 섬진강은 재첩조개의 최대 생산지이다. 국내 재첩의 70% 이상을 수확하고 있는데, ‘손틀어업’과 ‘배틀어업’ 두 가지 어로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손틀어업은 사람이 직접 물에 들어가 ‘거랭이’라는 도구로 재첩을 잡는 방식이다. 배틀어업(형망어업)은 배틀방이라는 도구를 배에 묶어 강바닥을 끌고 다니면서 재첩을 긁어내는 방식이다. 현재 섬진강 재첩 손틀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는 제주의 해녀어업,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어업, 신안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업, 무안, 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등이 지정되어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은 지금 완연한 가을이다.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가을햇살과 섬진강 물길에 반짝이는 윤슬이 더없이 그윽한 시기이다. 이럴 때 자연이 내어준 국수 한 그릇. 국수의 따뜻한 온기가 마음마저 참으로 다사롭게 하는 계절이다.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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