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현대미술관 ‘그 후, 그 뒤,’
- 연극 퍼포먼스 설치·영상·VR 등
- 국내외 작품, 내년 3월1일까지
어둠 속에서 유영하는 맑고 투명한 보름달물해파리 떼. 소우주의 은하를 마주한 듯 황홀한 광경은 눈을 떼기 어렵다. 그런 낭만적인 분위기를 깨는 질문 하나. “인류와 해파리, 생존경쟁을 한다면 승자는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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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영 작가의 ‘수리솔:POVCR’중 한 장면.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지구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인간이 뇌도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떠다니는 ‘원시 생물’과 대결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독일 베를린의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작품 ‘승><승’을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연극요소와 설치 작업을 결합한 ‘승><승’은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는 가정하에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누구나 쉽게 그리듯,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은 지금보다 나빠질 게 자명하다. 반면 6억7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해파리에게 온난화는 문제가 아니다.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 수가 늘어난다’는 우려 섞인 뉴스가 왕왕 보도되는 것처럼, 오히려 번식에 유리하다. 기후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을 때, 과연 인류는 해파리보다 생존 우위에 설 수 있을까.
예술을 매개로 해양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내년 3월 1일까지 기획전 ‘그 후, 그 뒤,’를 선보인다.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을 비롯해 존 아캄프라 김아영 장한나 작가가 연극 퍼포먼스 설치, 영상, 가상현실(VR) 체험을 연계한 작품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가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존 아캄프라는 마르키즈제도,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에서 생태 재난과 징후를 촬영한 작품 ‘보라’를 소개한다. 영상은 6개의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는데, 교향곡 형식을 빌려 5장으로 구성했다. 독극물과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빙하가 녹아 상승하는 해수면 등의 이미지 위로 이러한 폐단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암시하는 대화가 흐른다.
김아영 작가의 ‘수리솔:POVCR’은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작품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이 심화하고, 거대 해초 다시마를 발효해 생산한 바이오연료가 주요 에너지원이 된 세상을 가정한다. VR 글라스를 쓴 관람객은 작품 속에서 수중 연구소 직원 ‘소하일라’가 돼 이상기후로 인한 징후를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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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나 작가의 ‘뉴락’(2019).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장한나 작가 작업도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뉴락(New Rock) 표본 2017-2021’은 풍화작용 탓에 본래 형태와 용도를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채집해 제작했다. 암석 혹은 유물로 당대 인류의 행적을 가늠하듯, 먼 미래에 ‘지금’을 채굴한다면 플라스틱이 나올 거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함께 소개하는 영상작품 ‘기묘한 낯선 곳’은 조개 물고기 새우 등 자연생물들이 바닷속 쓰레기에 기생해 살아가는 낯선 생태계를 담았다.
부산현대미술관 김소슬 학예연구사는 “기후변화, 자연환경 이슈 중에서도 부산과 밀접한 ‘바다’에 좀 더 집중했다”며 “실천적 제안보다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