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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 동행 <25> 다시, 이병주문학관 잔칫날

하동 주민과 함께한 ‘이병주 읽기’… 오늘 그의 문학 다시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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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 100주년 맞아 고향 큰 잔치
- 코로나에도 기업들 후원 잇따라
- 지역민과 손님들 시낭송 등 즐겨
- 국제문학상 대상에 김민환 작가
- 팬픽 공모 시상식도 열려 ‘풍성’

- 한국과 사람을 사랑했던 큰 작가
- 그 가르침과 업적 다시 주목해야

지난해 11월 11일 자 제1회 ‘조봉권의 문화 동행’에 ‘2020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학큰잔치-작가 이병주가 고향 주민들께 드리는 술 한 잔’ 현장을 취재해 기사로 썼다. 그 기사의 제목은 ‘사람을 사랑한 작가 이병주, 탄생 100주년 앞두고 고향잔치 열렸네’였다. 딱 1년이 흘러 2021년 11월 10일 자 제25회 ‘조봉권의 문화 동행’은 ‘2021 큰 작가 나림 이병주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큰잔치-작가 이병주가 고향 주민들께 드리는 술 한 잔’ 현장을 다시 찾은 이야기로 문을 연다. 그 1년 새 많은 일이 있었다. 큰 작가 나림 이병주가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왔다.
지난 6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 앞마당에서 열린 ‘작가 이병주가 고향 주민들께 드리는 술 한 잔’ 잔치에서 손님들이 시 낭송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 김민환 작가 대상 영예

지난 6일 오후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명골길 이병주문학관 앞마당은 ‘잔치 나들이’를 나온 북천면민·하동군민들로 북적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작가 이병주가 고향 주민들께 드리는 술 한 잔’ 행사에 초대된 분들이었다. 잔치에 앞서 문학관 실내에서 ㈔이병주기념사업회(공동대표 이기수 김종회)가 주관한 ‘2021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가 이병주(1921~1992) 작가 탄생 100주년이다 보니 이번 시상식은 한결 더 뜻깊었다.

언론학자로서 신망이 높고 저명한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년퇴임한 뒤 평생 숙원이던 소설 쓰기에 나섰다. 이병주 작가처럼 늦깎이 소설가인 셈이다. 김민환 명예교수는 최근 화제가 된 신작 장편소설 ‘큰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로 대상(제14회·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문학평론가 정호웅 홍익대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병주 문학을 깊고 꾸준히 연구한 공로로 문학연구상(제7회·상금 300만 원)을 수상했다. 정이경 시인은 색채와 울림이 모두 깊고 다채로운 시 세계를 꾸준히 펼쳐 경남문인상(제2회·상금 300만 원) 주인공이 됐다.

이와 함께 제7회 하동·지리산·이병주 디카시공모전, 올해 이병주문학관·국제신문·하동군이 시행한 이병주 팬픽 공모 시상식이 함께 열려, 풍성했다.

■ 뜻깊었던 탄생 100주년

2021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연설하는 이는 이기수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이병주기념사업회·이병주문학관·하동군·국제신문은 올해를 ‘이병주의 해’로 만들기 위해 합심했고 분투했다. 이병주 선생은 1958~1961년 국제신문(당시 국제신보)에서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민주주의·통일·문화력 도약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크게 이바지했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9월 13일 자 국제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하동에서 나고 자라 진주에서 배우고 마산에서 활약한 뒤에야 시작할 수 있었던 부산 시절을 놓고, 이병주 선생은 “내 인생 가운데 이 시기를 가장 아름답게 회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썼음을 알려줬다.

하동군(군수 윤상기)·이병주문학관(관장 최영욱)은 작가 이병주를 낳고 품은 고향이다. ㈔이병주기념사업회는 작가 이병주를 기리고 흠모하며 지극히 높이 평가하는 명망 높은 전문가들이 모여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와 문학상을 주관하고, 책을 내고, 연구하며, 알리는 단체다. 기념사업회는 올해 ‘이병주 문학선집’ 12권을 펴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 4월 ‘이병주 문학 영호남 학술세미나’를 잘 치렀다. 지난 10월에는 온라인으로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를 개최했다. 탄생 100주년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

국제신문·이병주문학관·하동군은 ㈜협성종합건업·상지E&A/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그린조이 등 인문정신을 존중하고 부산 경남을 사랑하는 기업의 공동 참여와 협찬에 힘입어 여러 사업을 했다. 국제신문이 지난 9월부터 10회 연재한 ‘이병주 탄생 100주년, 그를 회고한다’ 릴레이 기고에는 남재희 임헌영 안경환 김종회 강남주 김언종 임규찬 하태영 김주성 정호웅 등 쟁쟁한 인사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병주 팬픽 공모전은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기획이었다.

■ 코로나19 심술에 당황도

막판에 와서 당황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 6일 함께 열린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과 ‘작가 이병주가 고향 주민들께 드리는 술 한 잔’ 잔치는 원래 다른 날에 각각 여는 별개 행사다. 애초 지난 10월 2일 이병주문학관에서 열 예정이던 ‘2021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온라인 행사로 치러지면서, 시상식만 문학제에서 떼어내 잔치와 함께 열게 됐다.

게다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철저한 방역조처만 취하면 주민잔치 개최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는데, 방역당국이 ‘모임은 가능하나 취식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알려오면서 현장에서는 음식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이 탓에 초대받은 주민이 앞 행사가 끝나기를 야외에서 기다리거나 제대로 잔치를 누리지 못 하는 일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심술이 깊고 맑은 이명산 골짜기 이병주문학관의 잔치를 끝내 방해한 셈이다.

■ 기업의 인문 후원에 힘입다

잔치에 참석한 정철원(왼쪽) 협성종합건업 대표이사와 오상준 국제신문 편집국장.
그런 가운데서도 큰 작가 이병주가 자신을 낳고 품고 길러준 고향의 사람들께 ‘술 한 잔’ 드리자는 취지로 준비한 잔치는 꿋꿋이 진행됐다. 참여한 주민들은 노래하고 시 낭송을 들으며 문학관의 쾌청한 가을 속에 빠졌다. 이렇게 주민과 손님들이 작가 이병주를 만나게 해준 이 잔치는 부산의 중진 기업 ㈜협성종합건업 정철원 대표이사의 후원에 크게 힘입었다. 이병주 문학을 사랑하는 그가 우리 지역 큰 작가 이병주를 기리는 행사를 흔쾌히 후원하면서 안정된 궤도가 놓였다. 그는 먼 길을 달려와 이날 잔치에 조용히 참석했다.

그가 만든 협성문화재단의 문화·예술·인문 사랑이 전방위로 뻗어 문화적 성과를 쌓고 있음은 이미 유명하다. 올해 이병주 탄생 100주년 기획에 동참한 부산의 대표 건축기업 상지E&A/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의 인문 사랑과 중진 의류기업 그린조이의 고향 하동 사랑도 마땅히 기억돼야 할 기업의 후원·참여·환원이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글을 한 번 더 소개한다. “1975년 프랑스 여행길에 이병주는 ‘고향’ 부산을 그리며 한껏 소망을 드러낸다”며 다음과 같은 이병주의 글을 제시했다. “플로베르는 프랑스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다. 그와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얘기지만 ‘예낭풍물지’를 비롯해 부산을 무대로 많은 작품을 쓴, 그리고 앞으로도 쓸, 나의 조상(彫像)을 내가 죽은 뒤 부산의 시민이 해안통 어디에 세워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 볼 수 없다.”

동아대 하태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신문 ‘이병주 탄생 100주년, 그를 회고한다’ 릴레이 기고에 참여해 법철학·법학 관점에서 이병주 문학을 조명한 빼어난 글을 썼다. 이날 행사에 동참한 그는 “이병주 문학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배울 것이 정말로 많다. 나는 지금부터 이병주 문학을 오늘 여기로 가져오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조봉권 기획에디터 겸 기획탐사부장
오상준 국제신문 편집국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한국을, 사람을 사랑한 큰 작가이자 민주주의와 통일, 문화 발전을 위해 분투한 선배 언론인 이병주 선생을 기리는 기획과 사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는 나림(이병주의 호)의 소박한 조상(彫像)을 ‘예낭풍물지’에 나왔을 부산 어느 바닷가에 세울 수 있을까.

기획에디터 겸 기획탐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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