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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45> 통영 쫄복과 도톨복

치명적 毒魚(독어), 알고보면 福魚(복어)…마음까지 뜨끈해지는 한 뚝배기

  • 최원준 시인
  •  |   입력 : 2021-11-16 19:27:5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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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어의 계절’인 통영의 겨울
- 복섬 서너마리 넣은 ‘쫄복국’
- 맹독 제거 손질 꽤나 까다로워
- 졸복으로 끓여내는 ‘도톨복국’
- 내놓는 식당 많지 않아 귀한 맛

- 둘 다 쫄깃쫄깃한 육질이 일품
- 재료 콩나물·미나리가 전부지만
- 깊고 시원한 맛 타의 추종 불허

찬바람이 분다. 슬슬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특히 과음한 다음 날,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이면 금상첨화다.
통영의 향토음식인 ‘복섬’으로 조리하는 ‘쫄복국’(위쪽)과 타지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졸복’으로 끓여내는 ‘도톨복국’. 둘 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소형 복으로 국을 끓여낸다.
복국은 사시사철 우물처럼 깊고 시원한 국물로, 술꾼들의 해장음식으로, 열일을 다하고 있는 음식이다. 요즘처럼 몸도 으슬으슬 춥고 마음도 허할 때, 복국 한 그릇은 사람 마음을 뜨끈하게 지져주는 ‘음식 이상의 것’이다.

주로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복국은 다양한 종류의 복어를 지역마다 독특한 방식의 조리법으로 끓여먹는 향토음식이다. 부산을 비롯해 마산(현 창원) 통영 등지는 복어의 산지이자 집산지이다. 때문에 복어를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즐겨먹는다. 특히 ‘복국 골목’이 형성될 정도로 지역 사람들에게는 한결같이 사랑받는 애정의 음식이기도 하다.

복어 중 가장 작은 어종인 복섬(위)과 소형 복어인 졸복.
이즈음 통영의 겨울은 ‘복국의 계절’로 통한다. 원래 복어의 제 맛은 겨울이다. 요즘이야 사시사철 대하는 복국이지만, 늦가을부터 살이 오르는 복어는 산란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인 겨울이 가장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그래서 통영사람들은 겨울이면 복국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즐겨먹는다.

통영을 대표하는 복국 중에는 복섬(소형 복어)으로 조리하는 쫄복국과 타지에서는 좀처럼 먹기 힘든 졸복으로 끓여내는 도톨복국이 있다. 둘 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소형 복으로 국을 끓여내는데, 통영에 와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 중 하나이다.

통영의 김보한 시인은 “통영에서는 복어를 ‘뽁지’라 부릅니다. 바다 연안에 잡히는 복어가 주로 졸복이나 복섬 등 작은 복어이기도 하거니와 복어가 ‘뽁뽁뽁’ 소리를 낸다고 ‘뽁지’라 부르는 것”이라며 “한창 복어가 넘쳐날 때에는 항남동 일대에 복어로 어포를 생산하던 복어포 공장이 여럿 있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주로 서호시장 등에서 먹을 수 있는 쫄복국은 국내 복어 중 가장 작은 복섬이라는 소형 복어로 조리를 한다. 평균 10㎝, 다 커봐야 15㎝ 내외로 그 크기가 작아 졸복으로 혼용되기도 한다.

통영말로 쫄복으로 불리는데, 그러나 진짜 졸복은 따로 있다. 통영서 ‘도톨복’으로 불리는 종이 학명으로 졸복이다. 원래 졸복 또한 그 크기가 작은데 작은 복어를 모두 졸복으로 통칭하다 보니 둘 다 ‘졸복’으로 불리게 되고, 이후에는 크기가 더 작은 복섬이 오히려 졸복이란 이름을 차지하게 된 듯하다.

복섬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소형 복어로 남해 연안으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먹이 활동을 한다. 낚시꾼들에게 낚여 올라오는 복어는 거의 이 복섬이라 보면 될 정도로 개체 수가 많다.

등 쪽은 암녹색 바탕 위에 하얀 반점이 산재해 있고, 배 부분은 흰색을 띤다. 몸 전체에 오돌도돌한 잔가시가 있다. 영어로 grass puffer. 등 부분이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어 ‘풀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섬은 내장과 난소 껍질 아가미 등에 맹독을 갖고 있는데 작은 크기에 비해 독성이 높은 편이다. 산란기는 5~7월이다.

도톨복국은 소형 복어 중 하나인 졸복으로 조리한다. 몸 전체에 도돌도돌한 작은 돌기가 나 있어서 통영사람들은 도톨복이라 부르기도 한다. 졸복으로 끓여내는 국이기에 졸복국으로 불려야 하겠으나 복섬이 이미 졸복국이라는 이름을 차지했기에 도톨복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황갈색의 등껍질에 갈색의 반점이 나 있고, 흰색 배 부분 근처에 황갈색 세로줄 나 있다. 크기는 복섬보다는 커 최대 30여㎝까지 자란다. 몸체는 곤봉 모양이다. 피부 난소 간에 맹독이, 정소에는 약한 독을 갖고 있다. 산란기는 2-3월이다.

둘 다 비슷한 몸체에 졸복으로 통칭해서 불리는데 검은 바탕에 흰 반점이 나 있으면 복섬이고, 갈색 바탕에 검은 반점이 있으면 졸복이라고 구분하면 되겠다.

몸집은 작지만 복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좋고, 국으로 끓였을 때 큰 종류의 복어보다 국물의 깔끔함은 더 뛰어나다.

쫄복국과 도톨복국 모두 통영 바다에서 직접 잡아 즉석에서 조리하기에 크기에 비해 육질이 쫄깃하고 쫀득하다. 국물도 개운하고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원재료가 신선하기에 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별로 없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향긋한 미나리가 전부다. 그래도 두 복국이 내는 깊고도 넉넉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쫄복국에는 큰 놈은 서너 마리, 작은 놈은 대여섯 마리의 복섬이 들어간다. 배를 딴 후 한 마리씩 통째 넣고 끓여낸다. 몸집이 작다고 장만할 때 설렁설렁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크기에 비해 맹독이 있어 일일이 신경 써서 장만해야 되는 꽤 까다로운 놈이다.

도톨복국은 통영에서도 식도락가들이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톨복국을 내는 가게도 그리 많지 않다. 도톨복국의 식재료인 졸복 또한 크기에 비해 맹독을 가지고 있다.

몇몇 미식가는 복어의 근원적 ‘일미(一味)의 맛’은 복어가 가지고 있는 ‘맹독(猛毒)’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복어의 맹독에서 나오는 치명적인 맛. ‘최고의 음식’에는 치명적인 조건이 있다는 것인데, 그 조건이 바로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라 더욱 드라마틱한 것이리라.

지인과 함께 쫄복국과 도톨복국을 시킨다. ‘파르르~’ 끓는 뚝배기가 앞에 놓인다. 한 숟가락 떠먹는다. 첫술에 뜨거운 국물이 찌르르 목젖을 타고 넘어가며 속을 진하게 훑어 준다. 복국의 진하고 개운함이 콩나물의 시원한 맛과 향긋한 미나리의 향과 서로 어우러진다.

또 한 숟갈 떠먹어 본다. 시원한 맛과 깊은 맛이 ‘극치’를 이룬다. 두 술 세 술 떠먹으면 떠먹을수록 시원한 맛은 배가 되고, 깊은 맛은 끝이 없다. 남은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다 모자라 뚝배기 째 들고서 후루룩 후루룩 남김없이 마신다.

이독치독(以毒治毒). 전날의 과음으로 쌓여있던 숙취가 ‘복국 한 그릇’에 환하게 풀려난다. 복국이 풀어주는 해장은 참으로 웅숭깊다. 속을 뜨겁게 파고들면서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 뼛속까지 후련한 맛을 제공한다.

그래, 겨우 뚝배기 복국 한 그릇으로 온몸이 속절없이 시원하게 열린다. 바야흐로 겨울의 길목에서 마음마저 훈훈하고 든든해지는 것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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