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은 언젠가 우리 소리가 다시 판을 칠 것이라고 시종일관 주장했다. 그런 일이 실제 벌어지고 말았다. 이날치 밴드와 씽씽이 선보이는 힙하고 신명나는 소리에 세계 음악 팬이 열광했고, BTS가 한복을 입고 덩기덕쿵더러러를 외칠 때 전 세계 아미들이 함께 외쳤으며, 크로스오버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까지 방영된다.
굳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애써 주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그게 하필 우리 것일 뿐. 그리고 마침내, 한국형 트랜스 뮤직 ‘퓨처국악’을 표방하는 루츠리딤의 세 번째 EP ‘별신 ; Nam Deus’가 지난 15일 발표됐다. 별신굿을 재해석한 이 앨범은 장소와 목적에 따라 변하는 무속굿 형태와 신명을 재현하려고 모든 곡을 원 테이크 방식으로 라이브로 연주하여 2트랙(track) 믹서로 녹음했다.
부정한 기운을 정화하는 ‘부정’, 가정의 평화·건강·재운을 비는 ‘용왕’, 마을의 평화·안녕을 기원하는 ‘서낭’, 하늘과 별의 신비한 기운에 기원하는 ‘칠성’, 별신굿 4가지 형식을 앨범에 담았다. 일렉트로니카 비트와 전통 타악 위로 대금 소금 가야금 양금 소리가 어우러져 한 판 신명나는 디지털 굿판이 펼쳐지는 ‘별신’을 듣다 보면 곡들이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지만 “DJ 제발 그 굿판을 멈추지 말아요” 정성 어린 치성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굿판은 무속의 의미를 넘어 조상 대대로 이어진 한 판 신명나는 공연이자 잔치였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말이 증명한다. 요즘 말로는 플렉스(FLEX) 해버리자는 거다, 떡 대신 맥주나 와인, 칵테일과 함께 즐겨도 좋을 듯한 굿판이다. 오래전 우리 굿판에 깊이 감명받은 양인(洋人)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란 뜻으로 ‘헤브 어 굿 타임’ 이란 표현을 지금까지 즐겨 쓰는 거라고 내 맘대로 추측해본다.
루츠리딤 크루 중 VJ와 비주얼 디렉터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볼거리 또한 꽉 찬 루츠리딤의 라이브도 몹시 기대된다. ‘별신’을 반복해 들은 감상을 축약한다면 그야말로 진짜 굿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걷거나 버스 안에서, 간편하게 이어폰 꽂고 신명나는 굿판을 즐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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