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등 ‘영화를 만드는 일’ 의견 나눠
- 제작비 부족·부산 등지는 동료들 고민
- 부산 평론가들 OTT비평지 창간 화제
“부산 사람들은 부산에 남아있으면 왜 서울 안 가고 여기 있느냐고 해요. 그런데 또 관심은 서울에 있는 사람에게 있어요. 그래서 서울서 활동하는 그 사람들에겐 부산으로 오라고 하죠. 왜 부산 안에서 사람을 키우지 않지? 부산에 남아있으면 문제가 있거나 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는 게 아닌가. 부산 영화인에 대한 (세심하거나 과감한) 영화정책이 부족한 이유가 이런 시선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부산독립영화제 특별대담 ‘영화를 만드는 일’이 열린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대담 사회를 맡은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런 험난한 조건에서도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부산의 청년 영화인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들의 의미 있는 목소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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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부산독립영화제 특별대담 ‘영화를 만드는 일’이 열렸다. 왼쪽부터 동의대 김이석 교수, 이남영 장태구 윤지혜 감독, 조영대 촬영감독. 부산독립영화제 제공 |
■신진 영화인의 목소리
이날 부산독립영화제 대담 ‘영화를 만드는 일’에는 최근 몇 년 새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영화인 4명이 모였다. 지난해 ‘계절의 끝’으로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이남영, 2019년 ‘목요일’로 같은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윤지혜, 올해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어디에도 없는 시간’)에 선정된 장태구 감독과 뮤직비디오·단편영화·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조영대 촬영감독이다.
부산독립영화제 오민욱 집행위원장은 “신진 영화인들이 부산에서 영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이를 담론화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 때, 세심하고 구체적인 접근과 제작 지원이 부족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각종 제작 지원 명목으로 지급되는 예산 규모가 실제 제작비에는 턱없이 모자라 대부분 사비를 털어야 한다. 장태구 감독은 “부산이 영화의 도시라지만, 다른 지역보다 지원금 규모가 작고, 지원사업도 적다”고 아쉬워했다.
조영대 촬영감독은 “서울에서 온 팀들이나 상업적인 데 지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부산 영화인이 부산에서 영화 찍기는 힘들다. (부산의 많은 영화지원 시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결국, 자본이 있어야 사람 장비 기술이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이 부산을 떠나는 것도 어려움이다. 이남영 감독은 “부산에서 경험을 쌓고 서울로 가버리니 사람이 없다. 영화는 팀워크라 같이 멀리 보고 서로 상승 기운을 느끼며 함께하는 친구가 많으면 좋겠는데 ‘이 친구도 가버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불안한 환경’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말했다. 윤지혜 감독은 “부산 안에서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다채로운 영화를 찍는 개성 있는 동료가 많이 생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에 살면서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면서 꾸준히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 접근을 그는 원했다.
■OTT 비평지 창간 펀딩
부산에 기반을 둔 신진 영화평론가들이 최초의 OTT(인터넷 기반 TV서비스) 비평지 창간에 의기투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구형준 한창욱 심미성 김민우는 OTT 비평지 ‘비옽(BEoTT)’을 발간하기 위해 지난 17일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이들은 부산에서 활동하거나 대학을 졸업한 30, 40대다. OTT 오리지널 작품을 심층 비평·분석한다는 계획이다. 펀딩을 시작한 지 4일 만에 목표금액(400만 원)의 80% 이상을 모았다.
구형준 편집장은 “영화관을 대체하는 전선의 최첨단에 있는 OTT의 경험과 그 안에서 기능하는 작품에 관해 비평언어로 이야기할 때가 됐다”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영화와 OTT의 사이에서 ‘발견’해나가고자 하는 마음에 잡지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