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레지던시 떠도는 작가의 현실…유목민 같은 삶을 목탄으로 빚다

감민경 작가 ‘진공포장상태’展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1-11-22 18:53:00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내달 2일까지 부산 미광화랑서
- 한 곳 정착 힘든 불확실한 생활
- 짐 줄이려 종이·콘테 위주 작업
- 전시장 배치 등 공간 해석 눈길

“이번 작업은 개인적인 서사와 주변에 대한 관심을 드로잉과 회화로 풀어낸 것들이다. 새로운 상황과 환경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얻어진 이미지를 그린 일련의 장면이며, 전시장 내에서 이미지들은 서로 수용되거나 병치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열어간다.”
   
부산 출신 중견 작가 감민경이 ‘진공포장전’에서 소개하는 작품 ‘비경’. 미광화랑제공
부산 출신의 중견 작가 감민경이 ‘감민경-진공포장상태’展을 소개하는 작가노트의 일부이다. 2014년부터 국내외를 떠돌며 전시활동을 이어오는 감 작가가 모처럼 부산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다음 달 2일까지 미광화랑(부산 수영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나는 그의 은유였다(2021년)’ ‘잃어버린 밤(2019년)’ ‘지붕 없는 기억(2017년)’ 등을 포함한 그의 최근 작품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제목 ‘진공포장상태’는 부산 일본 독일 등지에서 레지던시 활동 상황을 그려낸 동명의 작품에서 따왔다. 수 년째 짐을 싸고 풀고, 그림을 포장하고 또 연출해야 하는 처지를 투영했다. 유목민 같은 생활은 그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항상 짐을 최소화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캔버스보다 종이를, 물감보다는 목탄이나 콘테를 사용하게 됐다. 대부분 작품이 모노톤이지만, 작가는 “한 톤으로 그려도 엄청난 변화가 있다. 색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간극(공간)’에 집중했다. 작품 속에도, 작품 간에도 공간이 있으며,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도 많은 공간을 뒀다. 이 때의 공간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는 ‘나의 작품의 의미는 이러하다’고 확언하지 않는데, 개인적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다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평소 많은 드로잉을 해놓고 서로 다른 시기, 소재, 재료로 작업한 것을 병치시키며 그 시공간적 간격에서 오는 차이와 유희한다. 이러한 조합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은 개방적 구조를 가진다. 작품들은 비슷한 시각상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데, 만약에 어울리지 않으면 안 어울리는 대로 또 다른 의미가 파생된다”고 평했다.

   
‘잃어버린 밤’. 미광화랑제공
이러한 경향은 ‘잃어버린 밤’ 작업에서 드러난다. 전시장에는 어두운 밤 풍경, 숲속의 남자, 지친 듯 앉아있는 사람, 고양이 등 작은 작품 10여 점을 한 데 모아 전시했다.

그는 “실제 작업에 1~3년씩 시간 차이가 나는 작품(순간)들을 한 공간에 펼쳐냈다”며 “우리의 기억이나 인식의 조각을 추적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인식하고 있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작가가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번지듯 그리는 스푸마토 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림에서 표현된 대상 또는 현상에 다른 여지(공간)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출법인데,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얼굴이 흐리게 지워져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전시 공간에 대한 감상도 당부했다. 그는 마치 설치 미술가처럼 공간을 해석하고 그림을 직접 배치했다. 작품과 감상 거리를 조절하며 크고 작은 그림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전시 공간이 커지는 느낌이다. 그는 “사람들이 전시공간 자체를 머릿속에 그려줬으면 좋겠다. 강약을 주기 위해 기존의 회화 연출방법과 다르게 배치했는데 어떻게 봐주실 지 궁금하다”고 했다.

앞으로 작품활동 계획이 궁금했다. 그는 당분간은 레지던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부산에 돌아와 정착하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당장 내일의 일도 불확실 한데, 먼 미래의 계획까지 세울 형편이 못됩니다. 그저 언제까지나 그림을 그릴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8. 8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5. 5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6. 6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7. 7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8. 8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9. 9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10. 10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7. 7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8. 8[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9. 9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