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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장인’ 자크 투르뇌르의 영화세계

빛·그림자 활용, 공포를 시각화…조지 로메로 감독보다 25년 앞서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1-11-30 19:27:5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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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3년 ‘나는 좀비와 함께…’ 내놔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9일까지
- ‘캣 피플’ ‘과거로부터’ 등 21편 상영

1940년대에도 좀비 영화가 있었다. ‘28일 후’(2002) ‘레지던트 이블’(2002) ‘새벽의 저주’(2004)를 비롯해 우리나라 영화 ‘부산행’(2016) 등 좀비물이 대중화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흔히 오늘날 좀비 영화의 원형으로 꼽는 것도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그러나 이보다 25년이나 앞서 좀비를 제목에 앞세운 영화가 있었다. 자크 투르뇌르(1904~1977) 감독이 1943년 만든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이다. 그 시절 ‘좀비’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을 엿볼 기회가 마련된다.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1943년 작품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스틸컷. 공포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빛과 그림자를 교차시키는 촬영 기법과 사운드를 활용해 불안과 공포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의전당 제공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오는 19일까지 ‘그림자와 빛의 거장, 자크 투르뇌르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자크 투르뇌르 감독.
프랑스 영화감독 모리스 투르뇌르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1939년 범죄 드라마 ‘데이 올 컴 아웃’으로 할리우드에서 데뷔한 뒤 남자와 사랑을 나누면 흑표범으로 변한다고 믿는 여성을 다룬 ‘캣 피플’(1942), 흑표범이 탈출한 마을에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레오파드 맨’(1943) 등을 내놓으며 호러 영화의 장인으로 불렸다.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는 현대적인 좀비물과 달리 몽유병과 부두교의 주술이 얽힌 이야기지만, 공포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빛과 그림자를 교차시키는 촬영 기법이나 효과적인 사운드를 활용해 불안과 공포를 형상화하고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하는 그의 장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투르뇌르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은 ‘장르의 혁신가’다. 코미디 누아르 스릴러 판타지 서부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고, 장르의 기본적인 관습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관철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벗어날 수 없는 과거와 운명의 굴레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필름 누아르 ‘과거로부터’(1947),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에서 촬영된 최초의 미국 영화 ‘베를린 익스프레스’(1948), 12세기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서 펼쳐지는 모험 영화 ‘화염과 화살’(1950),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웨이 오브 어 가우초’(1952), 과학적 사고와 초현실적인 믿음 사이의 갈등을 긴장감 있게 연출한 ‘악령의 밤’(1957)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단편 영화 3편을 포함해 투르뇌르의 작품 21편을 만날 수 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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