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토론 흥미 높이는데 초점
- 쟁점마다 찬반 균형감 있게 제시
- 주제를 대화체로 풀어 이해 도와
- 용어 설명과 도표 등 자료도 풍부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의 자질을 볼 기회 중 하나로 토론회가 꼽힌다. 후보들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면서 상대의 말을 적절한 내용으로 반박하는 모습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 1899년 미국 시사잡지 ‘저지’에 실린 만평 ‘백인의 짐’. 서양의 제국주의 정책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화북스 제공 |
토론은 생각이 다른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내 주장을 펼치며 서로의 의견을 보충하고 넓혀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일상 속에서도 토론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한 주제를 놓고 상대와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이 토론으로 분류된다. 특히 학생에게는 공부하고 내용을 익히는 데 토론 방식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과 신나게 말한 내용은 웬만해서는 까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점에서 세계사 속 여러 쟁점을 학생들이 생각하면서 토론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생각이 열리는 교과서 토론: 세계사’는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청소년이 토론에 접근해 재미와 이익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생각 열기’를 통해 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게 한 뒤, ‘세계사 들여다보기’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균형감 있게 펼친다. 그런 다음 ‘주제 펼치기’에서는 대화체 형식 토론을 보여줘 가치판단을 돕는다. 각 주장에 대한 근거와 자기 생각을 적어볼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왜 서양이 지배했는가’란 주제가 있다. 이를 두고 여러 이유를 설명한다.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서양의 지배가 확대되면서 서양인은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종교적인 데서 이유를 찾았지만,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그리스 로마 유산에서 비롯된 이성적·과학적 사고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서양은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룩하며 진보했지만, 동양은 전제적인 체제에서 커다란 변화 없이 정체된 사회가 계속 유지됐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미국 시사잡지 ‘저지’에 실린 ‘백인의 짐’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책은 소개한다. 각각 영국과 미국을 상징하는 두 사람이 커다란 바구니를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바위투성이 언덕을 오르는 모습이다. 바구니에는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를 상징하는 사람들이 있고, 언덕 꼭대기에는 ‘문명’이 두 팔 벌리고 두 사람을 기다린다. 유색 인종을 깨우쳐 문명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백인의 사명(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희생하면서까지 그 짐을 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자신들의 제국주의 정책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쪽은 생물학적 차이로 우열을 나누는 것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든다. 인종주의에 기반한 백인 우월주의를 들어 과학 근거도 없이 서양의 지배를 합리화하려 했을 뿐이란 것이다.
당시 동양 문화와 기술이 앞서있었던 점도 반대 주장을 뒷받침한다. 18세기까지는 동양의 기술력이나 경제력이 서양을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럽 여러 나라가 신대륙을 발견하려 했던 것도 동양의 향신료와 비단, 도자기 같은 상품이 비싼 값에 불티나게 팔렸기 때문이라고 책은 근거를 제시한다. 산업혁명을 통해 발전한 서양이 무력을 동원해 식민지를 만들고 상품과 노동력을 착취해 격차가 벌어졌다. 언제나 서양이 우월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라는 점을 논리적 주장으로 형성하는 데 책은 초점을 맞춘다.
이런 방식으로,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와 ‘로마 제국’부터 ‘중세 유럽’과 ‘프랑스 혁명’을 거쳐 나치의 ‘유대인 학살’까지 긴 세계사 속 다양한 토론 주제를 제시한다.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중동 문제’ ‘서양의 지배’ 등 다루는 범위도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저자 8명 가운데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일선 교육자가 많다. 부산대 역사교육과 정대성 교수, 부산중앙여고 강문형, 부산기계공고 강인미, 부산과학고 김굉미 교사가 그렇다. 용어·개념 설명, 풍부한 자료(기사·도표·사진·명화)를 넣어 청소년 눈높이에 맞췄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