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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지옥’ 연상호 감독

“아기의 지옥행 고지가 시즌2 모티브 … 내년 웹툰부터 선보일 것”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12-07 19:40:1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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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의 죽음 고지 참신한 설정
- 더 확장된 K-좀비 세계관 선봬
- 넷플릭스 3일 만에 12개국 1위

- 절친 최규석 작가와 의기투합
- 원작 만화 느낌 녹아내려 최선
- 종교 통해 인간의 본질 파헤쳐

- 차기작 SF 장르 ‘정이’ 제작 중
- “색다른 느낌… 새로운 시도 기대”

영화 ‘서울역’ ‘부산행’ ‘반도’ ‘방법: 재차의’와 드라마 ‘방법’으로 일명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는 K-좀비 세계관을 구축해온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으로 돌아왔다. ‘지옥’은 이전 작품보다 더욱 확장된 K-좀비 세계관을 보이며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지옥’은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확장된 ‘연니버스’의 세계관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지난달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이후 단 3일 동안 43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12개국에서 1위, 59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주까지 TOP 10 TV(비영어) 부문 2위를 지키며 ‘오징어 게임’에 이어 K-드라마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연 감독은 “자고 일어났더니 1위를 했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많은 분으로부터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소감과 함께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다. 이어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15년 전부터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최근에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상은 앞서 세계 시장이라는 단단한 벽에 천천히 균열을 만들었고, 그것이 이제 무너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면서 최근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를 K-좀비 드라마로 끌어들인 ‘지옥’은 어떤 드라마일까? 연 감독에게 ‘지옥’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부터 시즌2 가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상화를 염두에 뒀던 웹툰 ‘지옥’

‘지옥’은 웹툰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연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은 인기 웹툰 ‘지옥’을 영상화한 것이다. 연 감독은 “최 작가와 대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이고, 작품이나 이미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지옥’은 역할 분담이라기보다는 둘이 붙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애초 웹툰 작업을 할 때부터 영상화의 가능성은 염두에 뒀었다”고 말했다.

물론 웹툰과 드라마는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따라서 영상화를 계획하면서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고, 또 차별화를 준 점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만화가 가지고 있는 눅눅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러 비주얼적인 측면도 구현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지옥’에 등장한 여러 배우가 원작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신념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웹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정서를 만들어낸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옥’에는 상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천사와 사자 등의 캐릭터가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됐다. 특히 지옥행을 고지하는 천사의 이미지는 보는 이에 따라서 악마라고 할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천사의 모습이 아니다. 연 감독은 “천사의 이미지는 여러 가지 종교화에서 모티브를 받았다. 천사라고 하면 날개가 달린 아기나 아름다운 여성 등의 보편적 이미지가 있다. 거대한 얼굴 자체가 천사인 종교화가 있었는데, 그것이 인상적이어서 모티브가 됐다”며 낯선 천사 이미지에 대해 설명했다.

■지옥행 고지와 지옥

사람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지옥’.
‘지옥’이 해외에서 참신하다는 평을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천사의 지옥행 고지’라는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인간은 지옥행을 고지받는 순간부터 지옥 같은 현세를 살게 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한 사람들은 두려움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부산행’을 만들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히 정해져 있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부산이라는 종착지가 있다는 것이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옥’은 그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가 됐을 때 인간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연 감독. 그는 “미묘한 설정의 차이만으로도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으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같은 유한한 인생이지만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고 사는 삶과 알고 사는 삶의 간극에 대해 설명했다.

‘지옥’에서는 지옥행 고지를 받는 사람들과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 이를 추종하는 자경단이자 테러 집단인 화살촉, 그리고 지옥행 고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힌다. 연 감독은 이전에도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통해 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사이비 종교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종교와 인간의 관계는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지옥’은 코스믹 호러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천사와 사자가 등장하는 것은 종교적 장치라고 할 수 있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우주적 공포를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존재 사이에서 인간의 나약함이나 강함을 표현하기 좋다”고 종교를 소재로 가져온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연 감독의 작품에는 아이나 아기가 희망을 전하는 메타포처럼 자주 등장한다. ‘지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까 아이만 봐도 기분이 좋은 것이 있다. 아이라는 존재는 자그마한 사랑만 줘도 크게 만족하는 존재다. 아이가 희망을 갖지 못하는 세계는 끔찍한 사회고, 아이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는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옥행 고지를 받는 신생아와 시즌2

‘지옥’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장면은 갓 태어난 신생아가 지옥행 고지를 받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인간의 악행을 심판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장면일 수도 있고, 인간의 원죄설을 뜻하거나 이 또한 신의 뜻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신생아에 대한 지옥행 시연이 일어나기 전에 시즌1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궁금증은 더했다.

연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과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 장면은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암시하기 때문에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지는 이야기는 최 작가와 지난 여름부터 만들었고, 최근에 만화로 먼저 작업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만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영상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가 있지 않았고 추후에 논의하겠다”고 말해 ‘지옥’ 시즌2보다 웹툰 ‘지옥2’가 먼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연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작업 중이다.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가 출연하는 SF 영화 ‘정이’는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22세기를 배경으로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 복제 로봇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 감독은 “이전 작품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SF 장르 특성상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가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작업하고 있다. ‘지옥’이 치밀하게 써진 서사라면 ‘정이’는 시나 단편이라고 생각하고 색다르게 작업하고 있다”면서 새 영화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넷플릭스와 연달아 작업하는 것에 대해 “창작자로 볼 때 넷플릭스는 좋은 플랫폼인 것 같다. 배급되는 방식이 글로벌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른 문화권의 나라에 동시에 공개하고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다음에 또 넷플릭스와 작업한다면 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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