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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예술의 만남 2021 <3> ‘문화도시’ 정책-영도구 편

문화의 힘으로 … 공동체 조화로운 발전 모델 싹 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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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똑 예술가’ 독거노인 돌봄
- 소득기준 아닌 새로운 복지 발굴
- ‘마을 상상’ 이주여성 한글 교육
- 성탄 트리로 환경 개선 등 효과
- ‘정원사의…’ 전시 계획들 눈길

- 도시재생에 치우쳤던 프로그램
- 올 34번 주민 의견 수렴해 변경
- 문화예술·생태 등으로 풍성해져
- 내달 교육·돌봄 공동선언문 예정
- 센터장 “주민 주도 구조 더 강화”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문화도시’는 전례 없이 대범한 문화정책이다. 이 정책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건물 짓고 지원금 더 줄게’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지역사회 공동체의 조화·발전·운영을 위한 원리·방식 자체를 ‘문화적으로’ 가꾸고 바꾸자고 방향을 제시한다. 문화·예술을 지원·투자할 ‘대상’으로 국한하는 관점을 넘어,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원리·방식 자체로 가져오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담대함마저 느껴지는 이런 시도가 잘 풀린다면, 문화·예술은 사회의 좋은 변화를 싹 틔울 씨앗 구실을 할 것이다. 문화·예술 자체가 확장되고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도 따라올 것이다. 물론 아직은 초기 국면이어서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주최한 ‘문화도시 영도 시민 참여 성과 공유회’에 참가한 주민이 1년 동안 참여한 사업에 관한 소감과 바람을 말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 9개월 만에 다시 가보다

부산 영도구(구청장 김철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사업 공모에 응모해 2019년 12월 30일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국제신문 지난 3월 17일 자 15면)됐다. 현재 부산에서 유일하게 법정 문화도시 정책을 구체적으로 펴고 있다. 사업기간은 2024까지 5개년이며 총 사업비는 국·시·구비 160억 원이다. 지난 3월 첫 취재에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영도문화도시센터(센터장 고윤정)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현장을 보고, 진척도를 살피며, 실무 주역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술·문화가 공동체의 조화로운 변화와 주민 삶의 질 개선에 어떻게 기여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우리는 지난 15일 ‘똑똑똑 예술가’ 프로그램과 ‘정원사의 열두 달’ 주민 사전 모임을 현장 취재했고, 19일 열린 ‘문화도시 영도 시민 참여 성과 공유회’ 유튜브 생중계 영상(2시간 47분)을 시청했으며, 고윤정 센터장을 인터뷰했다. 지난 18일 ‘영도 기획자의 집 참여자 활동 공유회’ 결과를 비롯한 문서 자료를 확인했다.

■ 현장에서 비로소 느끼다

‘똑똑똑 예술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윤정애(왼쪽) 작가와 송미진자 씨.
지난 15일 오전 영도구 청학동 골목골목을 지나 송미진자(78) 씨 집에 들어서자 미술 작가 윤정애 씨가 먼저 와 공예 수업을 하고 있었다. 송미진자 할머니는 “내가 꽃을 좋아한께 작가 선생님 오면 알록달록 꽃 모양을 만들고 얘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훨씬 창의적인 작업이었다. 창의성을 발휘한 뒤 느끼는 성취감이 만만찮겠다는 생각이 현장을 보고서야 들었다. 영도구 동삼동에 작업실이 있는 윤정애 작가는 “잔 근육을 많이 쓰니 어르신들께 좋고 창작 뒤의 만족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한 이 ‘똑똑똑 예술가’는 ‘예술 돌봄’을 결합한 마을사업이다. 이 사업 얼개를 짜면서 센터는 ‘영도’라는 지역에 터 잡은 조직 특유의 세심한 기획력을 발휘했다. 첫째 사회복지기관이 아닌 영도구청과 협업했다. 사회복지 기준으로만 접근하면 소득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유난히 많은 영도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 느끼는 (비자발적) 고립감은 소득과 별 상관없는 문제일 확률이 높다. 구청은 이와 관련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행정기관이다.

■ 대담하게 세심하게

‘똑똑똑 예술가’에 참여하고 싶은 홀로 사는 어르신 40명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구청과 함께 소득 기준 비중을 줄이자, 덜 가난하지만 노년 특유의 고독감에 노출된 노인들이 새로이 ‘발굴’됐다. 센터는 예술가 40인을 선정해 홀로 사는 고립된 노인의 집에 찾아가 예술로 돌봄을 하는 모델을 짰다. 둘째, 이 과정에서 3개월 사업기간 최소 6회 방문을 원칙으로 세웠다. 비슷한 사업을 다른 기관도 했지만, 횟수가 짧으면 효과가 떨어지고 새로운 국면으로 옮아갈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점을 눈여겨본 것이다.

셋째, 관계 확장을 꾀했다. 영도에 사는 예술가 비중을 높여봤다. 효과가 나타났다. 윤정애 작가가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자 송미진자 할머니가 동삼동 제 작업실로 기꺼이 나들이 왔다. 20년 동안 추어탕과 백숙 식당을 한 제 어머니께서 차린 밥도 함께 먹고, 제게 수업을 받는 다른 두 어르신도 만났다. 나는 이 관계를 이어가며 작업실에서 세 분 전시회를 할 계획을 세웠다.” 텃밭 농사를 평생 한 송미진자 할머니가 기른 다육이들이 윤정애 작가 집으로 선물로 전해졌다. 선물은 주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관계는 도톰해진다.

■ 크리스마스트리 재발견

이건 작은 사례다.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올해 한 일은 훨씬 규모가 크다. 지난 19일 열린 ‘시민 참여 성과 공유회-문화로 릴레이’는 풍성한 행사였다. 2021년 시민 참여로 일군 세 가지 사업 ‘문화동아리’ ‘해보자 실험실’ ‘마을상상 프로젝트’ 주요 참가자와 단체가 참가해 성과와 소감을 나눴다. 행사에 직접 참가한 주민들은 6개 모둠으로 나뉘어 ‘취미와 공유’ ‘연결과 확대’ ‘중복의 해결’ ‘동네의 변화’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어 분야별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감동이 꽤 있었다.

마을 상상 프로젝트는 동별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문제를 개선하고 좋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노력한 부문이다. 동삼1동 김영옥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문화적으로 가꾸면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에 관해 들려줬다. 동삼3동 주민 오영석 씨는 불빛이 어두운 동네 환경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가 문화 명소를 만들고 음악회 개최로 이어진 사례를 설명했다.

■ 이토록 많은 동아리가?

‘문화동아리’와 ‘해보자 실험실’ 성과도 다채롭다. 무엇보다 이 사업에 참여한 영도 주민의 동아리와 모임이 이토록 많은 데 놀랐다. 녹턴 스트링 콰르텟(클래식 연주), 영소합 프렌즈(영도구 청소년 문화사절단), 영도콘서트하우스(주민과 함께 클래식), 어울림색소폰동호회(남부여객 기사 동호회), 신선글샘(공화순 씨가 주도하는 글과 원예), 풀잎시낭송회(오래된 문학 모임), 붓들자(엄마들의 팝아트와 그림 수업). 영도청신호(청동초등학교 4학년 동아리), 즈드라스부이떼(러시아 예술 문화 모임)…. 다 받아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지난 14일 찾아간 ‘정원사의 열두 달’ 행사 준비모임도 인상 깊었다. 문화도시 사업 과정에서 많은 영도 주민이 생태·자연 보호에 특히 관심과 애정이 높다는 점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그런 만큼 ‘게릴라 가든 전시’ ‘다문화 가정주부가 함께하는 테라리움’ 등 생동감 넘치는 전시가 준비되고 있었다. 결국, 영도문화도시가 주민 공동체를 잇고 연결해 ‘문화도시 영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고윤정 센터장은 “문화도시사업은 지자체 협력이 무척 중요하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정책박람회로 열기 결집

고윤정 센터장은 “올해 많은 주민이 분야별로 모여 의견을 나눈 라운드 테이블을 34차례 했다. 중복 인원 없이 477명이 참여했다. 발달장애 학부모, 해양연구원, 교사, 수리조선소 기술인, 청소년 등 다채로웠고 우리 크루들이 직접 진행했다”고 했다. 이때 나온 바람과 의견이 영도문화도시 사업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로 도시재생’에 치우친 감이 있던 애초 계획은 문화예술교육, 생태, 정원, 주민 참여 프로그램 등으로 변하거나 확장했다.

“올해 8개 주제별 사업의 틀을 잡고 실천하는 데 힘썼다. 내년 1월 주민이 주축이 돼 만드는 교육과 돌봄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주민과 함께 숙의하고 상상하는 계기를 더 많이 만들고, 하반기 정책박람회 개최로 잇고자 한다.” 고윤정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건 주민이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마련해 탄탄히 가꾸는 거다. 분명한 변화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예술·문화 확장의 현장이었다.

조봉권 배지열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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