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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예술의 만남 2021 <4> 부산시립예술단, 확장하다

티켓값 거품 뺀 대형공연, 찾아가는 무대… 공공예술 존재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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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대 공연계 위축에도
- 합창단 등 4개 소속 단체 연합
- 고품격 공연으로 관객에 감동
- 문화소외계층 위한 특별편성도

- 어린이 교육용 예술콘텐츠 제작
- 노인복지관 공연영상 서비스 등
- 지역 기관들과 네트워크도 강화
- 어려운 상황 속 많은 시민 만나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 24일 오후 4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오후 2시 시작한 부산시립예술단 연합공연 ‘크리스마스 캐롤’(연출 김지용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이윽고 끝났다. 부산뇌병변복지관에 다니는 이하은 양이 앉은 휠체어를 부드럽게 밀며 공연장을 나온 엄마 박은희 씨는 공연 소감을 이렇게 들려줬다.
지난 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예술단 연합공연 ‘크리스마스 캐롤’ 오후 2시 특별 공연을 장애인 관객을 비롯한 여러 시민이 함께 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 올해 부산시내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 예술교육을 하는 모습이다.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크리스마스에는 기대가 생기고 좋은 일을 상상하잖아요? 그런 기대를 이렇게 좋은 공연으로 채워주니 뿌듯해요. 감동이 컸어요. 평소엔 공연장 나들이가 쉽지 않죠. 주최 측에서 뜻밖에 선물(타월)까지 준비해서 기쁨이 더 컸죠.” 다른 두 장애인 관객에게 소감을 물었다. 보행과 언어 구사가 불편한 두 사람은 손으로 가슴을 툭툭 쳤다. “가슴이 벌렁벌렁했다고요? 감동?” 하고 되물었다. 두 관객이 환하게 웃었다.

■ 수동태에 물들지 않다

부산시립예술단이 제작한 초등학생 예술교육 동영상 한 장면.
‘크리스마스 캐롤’은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부산시립예술단 소속 7개 단체 가운데 시립극단·합창단·청소년교향악단·소년소녀합창단 4개 단체가 모처럼 함께 출연한 연합 공연이다. 객원 춤꾼과 객원 배우도 대거 가세했다. 무대에 오른 출연진 180여 명, 스태프를 합치면 220여 명이 참여해 만든 대작이다. 부산시립예술단이 최근 20년 새 펼친 정식 연합공연은 2004·2005년 ‘즐거워라 무릉도원’, 2011· 2013년 ‘국악 칸타타-동래성 붉은 꽃’, 2015년 ‘부산 맥 아리랑’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한 공연 예술인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엑스포 같은 계기가 아니라면 시립예술단의 대형 연합공연 작품은 좀처럼 만들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 자체로 드물고 귀한 시도가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 부산시립예술단은 ▷자타 공인 부산 최고 기량의 공연예술인 집단이며 ▷7개 단체 각각의 정체성을 살리고 빛내는 각자 공연 활동이 가장 중요하고 ▷연말에 더 바쁘다. 그런데 시립예술단은 왜 이런 초대형 연합작품을 만드는 일을 감행했을까? 이 질문이 이 기사의 출발점이었다.

취재를 통해 몇 가지 간추릴 수 있었다. ▷공연 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코시국(코로나19 시국)에 부산시립예술단은 수동적 방어에만 치중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그 대응의 주요 구성요소는 어린이·청소년 예술교육 모색+‘문화 소외 계층’ 위한 활동 발굴+온라인 콘텐츠 강화·결합이었다. 공연장으로 오는 관객을 만나기 어려워진 위기상황에서 관객·시민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며 ‘뭐라도 해보자’고 대응한 사례는 인상 깊다.

‘크리스마스 캐롤’로 돌아간다. “연말에 외국이나 서울 단체가 티켓값 비싼 ‘호두까기 인형’으로 부산 관객과 수입을 쓸어가는 관행은 불편했다. 수준이 안 높은 경우도 많지 않은가. 시립예술단은 기량 높은 단원들과 함께 당장의 입장 수입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들 조건인 만큼 가족 관객을 위한 작품을 꼭 만들고 싶었다.” (김지용 예술감독) “시립예술단 단체들의 높은 역량을 모아 만든 좋은 연합작품을 4인 가족이 총액 10만 원 이내 관람료로 즐기는 레퍼토리 작품으로 기획했다.” (김현정 부산시립예술단 사무국장)

■ 네트워크와 신뢰

작품 기획 단계부터 ‘코시국’에 수동태로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애초 지난 23, 24일 저녁 공연만 할 예정이었지만, 문화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민을 위한 특별공연을 24일 오후 2시 별도 편성했다. 여기까지가 뇌병변복지관 가족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며 가슴 벌렁벌렁한 연말을 보낸 사연이다. 그러면 부산시립예술단은 어떤 네트워크와 상호신뢰가 있었기에 이 시국에 부산사회복지관연합회 등과 일사불란하게 연락해 코로나19에 철저히 대비하며 장애인 관객 등 문화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민을 초대할 수 있었을까.

백경옥 부산시립예술단 공연사업팀장의 설명이다.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노인복지관도 닫히고 어르신을 위한 문화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해진 지난해 5월부터 ‘어르신을 위한 문화나눔’을 가동했다.” 부산노인복지관연합회와 연계해, 부산시립예술단의 공연을 담은 영상을, 시립예술단 유튜브 채널을 매개로, 어르신들께 ‘쏴드리는’ 방식이었다. 백 팀장은 “시립합창단의 가곡 ‘꽃구름 속에’는 조회 수가 2500회에 육박했다. 2020년에만 영상 53건을 어르신들과 공유했다. 시립예술단 유튜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꿈꾸는 예술학교라는 성과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할 때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예술단’ 활동도 중단 없이 이어갔다. 예술단을 작게 편성해 갑갑한 일상을 보내는 시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2021년 11월 현재 59회 진행했고 7000여 명이 관람했다. 코시국에 오히려 사회복지기관 등과 새롭게 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은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 때 신뢰를 갖고 신속히 상황에 대응하는 바탕이 됐다.

예술교육공연 ‘꿈꾸는 예술학교’는 부산시립예술단이 지난해와 올해 보여준 빛나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백경옥 팀장은 이렇게 떠올렸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생의 공연 관람 기획 확충 등 예술교육 강화 방안을 2019년 하반기에 이미 마련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코로나가 창궐했다. 시교육청이 이 상황에 대응하면서 급히 방향 전환을 모색했는데 다른 예술기관은 대처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시립예술단은 공공 기관이자 뛰어난 예술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었다.”

김현정 사무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 영상물을 시립예술단 역량을 활용해 만들었다. 교사, 시교육청 담당자, 시립예술단 실무책임자, 각 단체 예술감독, 단원, 영상제작자로 이뤄진 자문단이 모여 구성을 다듬었다. 부산문화회관에 크로마키 스크린을 갖추고 시립예술단의 풍성한 콘서트를 영상으로 가공했다. 첫 시사회를 하자 “EBS보다 낫다”는 평이 튀어나왔다. 예술교육영상을 보면, 내용이 간결하고 쉽고 재미있다.

그렇게 2021년에 만든 어린이용 예술교육 영상물이 16건.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영상물 4편도 만들었다. 이 영상물은 학교로 전달돼 교육에 활용됐다. 온라인 활동은 오프라인과 결합했다. 2020년과 2021년 시립예술단은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 공연을 각각 104회(공연장 공연, 학교 방문 공연, 온라인 공연 포함)씩 진행했다. 시립예술단은 부산시교육청과 협업 체제를 이전보다 튼튼하게 구성했고 유튜브와 SNS 활용도를 끌어올렸다. 두고두고 영향을 끼칠 매우 큰 수확이다.

■ 힘든 가운데 더 많은 시민 만나

김지용 예술감독이 들려줬다. “올해 8, 9월 ‘미운 오리 새끼’를 사랑채(소극장)에서 공연했다. 장애가 있는 청소년 20명이 가족 20명과 단체관람한 날이었다. 객석 반응이 너무 뜨거워 배우들이 다 울었다. 나도 울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모자란 것과 필요한 것이 보였다.” 코로나 시국에 부산시립예술단은 활동 영역을 신중하게 ‘확장’하는 방법으로 대응했고, 이는 더 많은 시민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생활과 예술의 만남 현장이었다.

조봉권 배지열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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