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41> 가수 방운아의 활동무대였던 부산

혜성처럼 나타나 전쟁 아픔 달래줬지만 … 축음기 몰락과 함께 잊혀

  • 이동순 시인·가요평론가
  •  |   입력 : 2022-01-16 20:31:1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6·25 전쟁 중 대구서 가수로 첫발 디뎌
- 1954년 부산서 백영호 문하생 돼 빛 봐
- ‘마음의 자유천지’ 국민 위로해 대히트
- ‘부산행진곡’·‘여수야화’ 등도 잇단 인기
- SP 대체한 LP 적응 못 해 설 자리 잃어

6·25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마음의 실루엣으로 남아있을까. 노년세대에게는 기억조차 떠올리기 싫은 고통과 상처지만 청년세대에게는 어느 먼 나라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극이 민족사에 남긴 아픔과 얼룩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앙금이 좀체 씻어지지 않을 것이다.
2005년 가수 방운아가 세상을 뜬 뒤 2010년 경북 경산시 보건소 뒷편 남매지둑에 세워진 노래비.
그 불행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천부적 예인(藝人)의 끼를 꽃피우며 기어이 가수의 길로 접어든 한 사람을 우리는 기억한다. 가수 방운아(方雲兒·본명 방창만·1931~200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방창만은 고향에서 16세에 중학교를 마치고 1948년 사촌형이 운영하던 두부공장에서 일하며 노래로 힘든 노동을 견디었다. 동네 선배가 기타를 가르쳐 주면서 가수의 길을 적극 권유했다. 여기에 용기를 얻은 방창만은 나이 스물이 되던 1951년, 대구 오리엔트레코드사 주최 전속가수선발대회에 출전했다. 상주 출신의 도미(본명 오종수), 방초양, 신행일 등과 함께 우수한 성적으로 뽑혔다. 오리엔트사장이던 작곡가 이병주가 방태원(方太園)이란 예명을 지어주었고, 이 회사의 전속가수로 ‘망향의 곡’ ‘무정항구’ ‘부산항구’ 등을 발표했다.

방운아.
하지만 전쟁 시기, 지방에서 운영되던 레코드사에서의 활동은 더 이상 히트곡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여러 해가 지나도록 밝은 전망을 갖지 못했다.

1954년 휴전 협정이 조인된 이듬해 방태원은 어느 지인의 소개로 부산의 유능한 작곡가 백영호(1920~2003)를 찾아가 문하생이 되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하나의 운명적 결속이었다. 백영호는 그 무렵 부산 미도파레코드사의 자회사였던 빅토리레코드사의 운영책임자로 이미 다수의 히트곡을 내고 있었다. 여기서 전속가수가 되고 작사가 손로원(1911~1973)의 가사에 곡을 붙여 취입 발표한 첫 작품이 바로 ‘마음의 자유천지’였다. ‘봄날은 간다’의 작사가 손로원은 전쟁을 겪은 우리 겨레의 고달프고 피로한 심정에 진정한 위로와 격려를 주고 싶었다. 그 때 만든 작품이 바로 ‘마음의 자유천지’다. 이 음반을 발매할 때 백영호는 방태원에게 ‘방운아(方雲兒)’라는 새로운 예명을 붙여줬다.



백금에 보석 놓은 왕관을 준다 해도 / 흙 냄새 땀에 젖은 베적삼만 못 하더라 / 순정에 샘이 솟는 내 젊은 가슴 속엔 / 내 맘대로 버들피리 꺾어도 불고 / 내 노래 곡조 따라 참새도 운다

세상을 살 수 있는 황금을 준다 해도 / 보리밭 갈아주는 얼룩소만 못 하더라 / 희망에 싹이 트는 내 젊은 가슴 속엔 / 내 맘대로 토끼들과 얘기도 하고 / 내 담배 연기 따라 세월도 간다

-‘마음의 자유천지’ 전문



작곡가 백영호는 여러 작품 중 이 노래가 가수 방운아의 음색과 창법에 가장 적절하게 어울린다는 직관적 판단을 했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윤택한 삶이라 해도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자유와 평화보다 결코 못하다는 삶의 철학적 가치관과 메시지가 담긴 이 노래는 1950년대 후반, 전쟁의 시련과 아픔을 겪은 전체 한국민에게 크나큰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다가갔다.

드디어 부산에서 첫 히트곡을 발표한 방운아는 지역에서 활동하던 가수 박경원 남백송 신해성 박애경 정향 등과 친교를 맺었다. 1957년, 나이 26세가 되면서 가수 방운아는 미도파레코드 전속으로도 동시에 활동했다. 여기서 다수의 히트곡을 연속으로 발표하게 되는데 그 작품들은 ‘부산행진곡’ ‘인생은 나그네’ ‘재수와 분이의 노래’ ‘두 남매’ ‘한 많은 청춘’ ‘여수야화’ ‘인생은 고해련가’등이다. 이 가운데 영화 ‘나그네 설움’의 한 장면에서 가수 방운아가 직접 출연하여 영화 주제가로 부른 것이 ‘인생은 나그네’이다. 1961년은 방운아의 나이 30세가 되던 해이다.

1962년과 1963년에는 방운아의 대표곡집으로 제작된 10인치 LP음반이 미도파레코드사에서 잇따라 제작 발매됐다. 대구의 오리엔트레코드사에서도 방운아의 대표곡 음반이 발매되기도 했다. 이 음반들은 지금 1960년대 초반 가요사를 알게 해주는 희귀자료가 되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음반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동과 전환기였다. 말하자면 SP에서 LP로 옮겨가는 이동과 변화의 시기였던 것이다. 대다수 축음기와 유성기 음반은 낡은 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새로운 음향기기라 할 수 있는 산뜻한 전축과 LP음반이 대세를 이루는 시기로 변모했다. 뿐만 아니라 SP시대의 가수들은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LP시대에 맞는 신진가수가 대거 출현해서 선배 가수들은 활동무대의 기회와 터전을 일시에 상실하게 됐다.

가수 방운아도 이러한 변화의 대세와 흐름에 떠밀려 ‘추억의 가수’란 이미지로 바뀌고 말았다. 이후 그는 평생 발표한 노래의 악보를 정리하며 조용한 삶을 살다가 2005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2010년 고향인 경산 남매지 부근에 방운아 노래비가 건립됐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0. 10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5. 5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6. 6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7. 7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8. 8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9. 9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0. 10[2026 국감 브리핑]용혜인 “부산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이용률 1%, 전국 최하권”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7. 7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8. 8“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9. 9"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10. 10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