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법수사 일삼는 광수대 반장役
- 동료이자 감시자로 최우식 열연
- 범죄소탕 방법론 놓고 양자 갈등
- 무엇이 정의인지 관객 판단 맡겨
- “큰 체격 탓에 캐스팅 장르 쏠림
- 액션·로맨스 섞인 작품 하고파
- 장편영화 감독으로도 만나뵐 것”
최근 ‘사라진 시간’ ‘블랙머니’ ‘퍼펙트맨’ ‘완벽한 타인’ ‘공작’ ‘독전’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배우 조진웅. 그가 새해 첫 한국 영화 ‘경관의 피’(지난 5일 개봉)로 1년 반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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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관의 피’에서 범죄자 검거를 위해서는 불법도 개의치 않는 박강윤 역을 맡은 조진웅. 그는 출연작 중 가장 럭셔리한 인물을 연기하며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줬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일본의 동명소설을 영화에 맞게 각색한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경찰 최민재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권선징악의 스토리나 굿 캅 배드 캅 류의 형사 영화가 아닌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 신념이 다른 두 경찰이 하나의 팀으로 만나 서로를 의심하면서 대립하는 이야기 전개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악당을 잡는 과정을 보는 범죄 드라마 요소도 박진감 넘친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선배인 이규만 감독과 의기투합한 조진웅은 “잘 알고 있는 감독이고, 좋은 시나리오와 역할이기 때문에 ‘경관의 피’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관객과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펼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구조를 잘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 감독과 정말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고민한 영화”라고 말했다.
요즘 영화 ‘데드맨’의 촬영과 ‘경관의 피’ 개봉이 겹치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조진웅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나 새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념이 다른 박강윤과 최민재
‘경관의 피’ 원작 소설은 일본 현대사 60년을 관통하며 경관 3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원고지 3000매의 대작이다. 2시간의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조진웅은 “이 감독이 처음 전화로 읽어봐 달라고 하더니 다음 날 조금만 수정하고 보내겠다고 했다. 며칠 지나면 주겠거니 했는데 결국 시나리오를 몇 달이나 지나서야 줬다. 방대한 소설을 어떻게 시나리오로 썼을까 너무 궁금했는데, 그만큼 각색이 힘들었던 것이다. 또 이야기의 디테일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해 최종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 제작진이 겪었을 산고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힘들게 완성된 시나리오에서 조진웅은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출처 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지원받는 등 불법도 개의치 않는 박강윤 역을 맡았다. 그는 “박강윤은 아주 의문스러운 캐릭터다. 처음 등장했을 때 관객이 ‘이 인물이 빌런인가’라고 느낄 정도로 페이크적인 모습도 보여야 하고, 그런 아리송한 느낌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여느 촬영 현장과 달리 항상 예민한 박강윤의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스태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자신을 위해 노력한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경관의 피’에서 조진웅을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은 박강윤의 파트너이자 감시자인 최민재 역을 맡은 최우식이었다. 최민재는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비밀을 알기 위해 상사인 박강윤을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경찰로, 원칙을 지키며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박강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조진웅은 “무엇이 정의인가,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관객들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굉장히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영화인 것 같다”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최우식은 조진웅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뤘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표했다. 조진웅 또한 “최우식과 함께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최우식이 연기한 최민재 캐릭터는 성장형 인물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성장한다고 배우가 성장하는 것이 아닌데, 최우식은 배우로서도 성장을 하더라. 어떤 때는 눈빛이나 에너지가 놀라울 때가 있었는데, 저도 다시 고쳐 잡고 연기하게 됐다”며 화답했다.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최우식이 너무 멋있더라. 잘생겨서 연기까지 잘하면 어쩔 거냐는 생각이 들더라”며 귀여운 시샘(?)의 모습도 보였다.
■스타일리시한 역할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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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반장 박강윤(조진웅·오른쪽)과 그를 감시하게 된 경찰 최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편한 점퍼 대신 명품 슈트, 운동화 대신 명품 구두, 경찰차 대신 최고급 외제차, 허름한 아파트 대신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빌라. 바로 상위 1%의 범죄자를 수사하는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의 겉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소품이다. 그래서 박강윤을 연기한 조진웅은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 중 가장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에 대해 그는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지닌 느낌과는 언발란스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슈트를 입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편안한 옷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이런 걸 해도 되나 싶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촬영장에서 이런 모습을 본 분들이 멋있다고 해주시고, 서서히 적응할 때쯤 촬영이 끝났다. 엄청 좋은 차도 타보고, 좋은 옷도 입어보니 좋긴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런 명품 소품이 박강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참 어울리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고 말했다.
멋진 슈트 핏을 보여주기 위해서 관리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는 “이 감독에게 ‘이번 작품에서 살을 빼야 하냐’고 물으니 ‘나는 살을 뺀다는 것은 아픈 역할이 아니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서 너무 좋았다. 또 겨울에 촬영을 한 것이 나에게는 유리했다. 코트를 많이 입었는데 몸이 덮어지니까. 실은 의상팀이 굉장히 의상 관리를 잘한 것 같다”고 재치 있는 대답을 했다.
‘경관의 피’는 2019년 10월에 첫 촬영을 하고,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에 크랭크업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무엇일까.
조진웅은 “최우식을 자동차 트렁크에 집어넣는 장면을 코로나19가 오기 전인 2019년 12월에 촬영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독감이 왔다. 약을 먹으면 몸이 처져서 그냥 촬영을 했는데, 영화의 장면과 내 모습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얻어걸린 것”이라며 독감에 걸려 가장 힘들었지만 운이 좋았던 촬영을 떠올렸다.
■멜로 영화와 감독 데뷔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온 조진웅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아쉽게도 멜로 장르는 공백으로 남아 있다. 아무래도 상대방을 압도하는 풍채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딱 잘라 말해서 나는 뤽 베송 감독의 ‘레옹’을 액션이 아니라 멜로라고 말한다. ‘레옹’ 같은 멜로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아무래도 큰 체격 때문에 캐스팅에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나를 압도적으로 제압해야 하는 장면에서 그럴 만한 배우를 찾기가 힘들다는 애로사항을 들은 적이 있다. 제압당하기는커녕 서너 명도 바로 이길 것 같다고 하더라”며 “내 피지컬을 항상 염두에 두고 캐스팅 제안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색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바로 ‘독전’ 촬영 때다. 조진웅은 “나는 한 번도 내 시선을 들어서 상대방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독전’에서 차승원 선배와 촬영할 때 마주 섰는데 처음 상대 배우의 눈동자 올려보는 진기한 경험을 했다”며 웃었다.
인터뷰 말미에 장편 연출작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가 첫 연출한 단편 영화 ‘력사: 예고편’은 지난해 판타지아국제영화제와 뉴욕아시안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다. “단편 영화는 장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레퍼런스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 영화의 제목이 ‘력사: 예고편’이었다”고 말해 조만간 장편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