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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인간극장] <2> 하단돛배 - 김창명 조선장

낙동강 물류의 증인 … 하단돛배 명맥 힘겹게 이어가다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이우정 PD
  •  |   입력 : 2022-01-25 20:00:2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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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물류 중심지 하단포구서
- 4대째 가업 이어온 조선장
- 부산시 무형문화재 25호 지정
- 60여 년간 건조 100척 넘어

- 주요 생계·교통 수단이던 목선
- 물류기술 발전에 자취 감춰
- 3년전 축제용 제작이 마지막

- 선박수리 병행하며 생계 유지
- “후계자 양성이 가장 급선무”
- 아들도 전수장학생 이름 올려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는 낙동강 하구에 자리한 조마이섬을 오가는 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마이섬에 사는 중학생 건우가 등·하교하려 배를 타는 곳은 부산 하단포구. 학교를 오지 않는 건우를 찾으려 담임선생이 조마이섬에 들어갈 때도 포구에서 배를 타야 했다. ‘모래톱 이야기’는 1960년대 하단포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김창명 하단돛배 조선장이 하단어촌계 앞바다에서 직접 만든 하단돛배를 몰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당시 하단포의 돛배 위상은 드높았다. 이곳에서 출항한 배는 을숙도와 일웅도 주변의 강줄기를 따라 명지로 향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하단포를 마주 보고 있는 강서구 대저와 강동동 일대 주민에겐 1970년대까지 배가 유일한 교통수단. 하단과 명지 홍티·구포에서 물고기와 재첩을 잡아 올린 목선(木船), 강을 거슬러 부산에서 전라도 군산까지 소금을 비롯해 물자를 실어나르던 돛을 단 나무배가 바로 ‘하단돛배’다. 광목천에 황토를 먹인 돛을 달아 ‘황포돛배’로도 불렸다. 똑딱선이라고 불리는 발동선박이 도입되기 전까지 하단돛배는 하단포구 일대에서 가장 중요한 생계·교통수단이었다. 포구 주변에는 10명 안팎이 일하는 돛배 조선소가 즐비했다. 조선소마다 1년에 20척 안팎의 돛배를 만들어내느라 구슬땀을 쏟았다고 한다. 1980년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를 이용해 값 싸고 가벼운 배가 생산되면서 돛배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조선기술자들은 배를 ‘만든다’는 말 대신 ‘모은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재료 만큼이나 사람이 모여들어야 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의 발전은 배를 ‘모으는’ 주체인 돛배 기술자들을 뿔뿔이 흩어놓는 결과를 낳았다.

김창명 하단돛배 조선장과 조목근(왼쪽) 전승교육사가 하단어촌계 작업장에서 하단돛배에 돛을 올리고 있다. 이우정 PD
다행히 부산에선 김창명(84) 조선장이 대를 이어 하단돛배를 제작하고 있다. 하단포구 일대는 구한말부터 돛배가 제작됐던 근대 물류의 중심지. 김 조선장도 보통의 조선장이 아니라 ‘하단돛배 조선장’으로 부산시 무형문화재 25호(2016년 지정)로 지정됐다. 작업장인 하단어촌계에서 기자를 만난 김 조선장은 “배를 모으는 일은 삼재(삼나무 재료)로 한다. 널판 형태로 손질된 나무를 작업장에 가져와 100일 가까이 말린다. 나무를 제대로 말리지 못하면 물에 뜨지도 않을 뿐더러 누수도 생긴다. 배 건조는 반 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고된 노동”이라고 말했다.

배는 말린 삼재 판을 이어 붙여 배밑(바닥)부터 제작한다. 판을 연결할 때는 나무못을 사용한다. 평평하게 바닥을 만들고 나면 만력기(공작물을 끼워 강하게 조인 뒤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공구)를 이용해 연결 부위의 나무못이 보이지 않도록 틈새를 조여 수평을 맞춘다. 바닥을 중심으로 배의 좌우에 태반과 태를 세운다. 태를 보호하기 위해 삼나무를 재단해 덧붙인다. 돛대를 세우고 노와 키를 만드는 동안 돛으로 사용할 순면 광목천을 황토에 이틀간 절여둔다. 하단돛배 제작과정이다. 김 조선장은 “광목천이 이틀간 황토를 머금으면 바닷물에 젖지 않고 부식도 되지 않는다”며 “천이 완성되면 돛 모양으로 재단한다. 갑판의 중심부에 큰 돛을 달고 후미 쪽에 작은 돛을 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배 한 척을 모으는 데 필요한 인력은 숙련된 조선기술자 7, 8명. 한 척을 모으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 “세월을 낚는 과정” 이다. 완성된 돛배는 길이 8m에 너비 1.8m. 돛대의 높이는 3m에 가깝다. 동력도 없이 키와 노를 젓고 바람까지 살펴 조심스레 띄워야 한다.

아직도 돛배의 수요가 있을까. “요즈음엔 실제 필요해서 돛배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부산시나 사하·강서구에서 지역축제에 맞춰 주문하거나 혹은 전시 용도로 제작을 의뢰하거든. 가장 최근엔 구포나루축제에서 전시용으로 사용될 배를 만들었어. 그게 3년 전 일이야.”

김창명 하단돛배 조선장
김 조선장의 대답은 안도보다는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국가나 자치단체 지정 무형문화재 가운데 사기(沙器)나 전각·붓 제작은 공공기관 수요는 물론 민간에서도 찾는 이가 많다. 동래야류나 부산농악 같은 예능 또한 강의·공연 형태로 대중과 만난다. 하단돛배는 부산시 지정문화재 중에서도 지역색이 강한 편에 속하지만 실수요가 적다. 문화재 장인의 삶도 그만큼 고달프다.

부산시가 김 조선장에게 지급하는 돈은 한 달에 130만 원 남짓. 김 조선장은 “평생 배를 모으고 고치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소형선박 수리 일도 병행해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김 조선장의 동료이자 40년 넘는 세월 배 만드는 일을 함께 해온 조목근(71) 하단돛배 전승교육사 또한 고기잡이가 ‘본업’이다. 문화재 보유자와 전승교육사가 고령인 만큼 하단돛배 제작 과정 전반을 사진·영상으로 남겨두는 작업이 시급해 보였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부산시나 사하구는 물론 부산전통예술관·국립해양박물관에도 하단돛배 제작 영상은 없었다.

김 조선장에게 돛배 모으는 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묻자 “4대째 잇고 있는 가업”이라고 했다. 증조부 때부터 하단 토박이이자 포구 일대에서 배 모으는 일을 한 셈이다. 8남매 가운데 김 조선장은 중학생 때부터 부친의 작업장에서 배 모으는 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재주를 보였다고 한다. 군 복무를 마친 1955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을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 척의 배를 만들었다.

그는 “돛배가 주요 운송수단이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 끝났다. 물류 시스템이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로 인해 대를 이어 지켜온 가업도 빛을 잃었다”며 “하단돛배를 보존하고 제작할 수 있는 후계자 양성이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고 했다. 보존의 맥을 잇는 일은 다시금 이 집안의 가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목근 전승교육사 외에도 김 조선장의 아들 김영우(53) 씨가 2019년 전수장학생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 제작지원 B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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