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문화회관 ‘드래곤즈’ 호평
- 예술감독 안은미… 해외 투어도
- 2000년생 용띠 亞춤꾼들 출연
- 3D 실험작 무한 가능성 보여줘
지난 5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드래곤즈’ 공연. ‘뿅뿅뿅뿅뿅.’ 현란한 조명과 함께 테크노 리듬에 맞춘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무대 위 치마를 입은 무용수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빙그르르 빠른 속도로 돌았다. 무대 화면에는 3D 홀로그램 영상으로 또 다른 무용수들이 등장해 같은 동작의 춤을 췄다. 계속 쳐다보니 누가 실제 사람이고 누가 홀로그램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마치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다. 직접 무대에 오른 한국 무용수들과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무용수들이 하나의 작품을 이뤄 영화를 보는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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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드래곤즈’ 공연이 끝난 뒤 진행된 커튼콜. 아래가 실제 무용수들이고, 윗부분은 3D 홀로그램 영상으로 참여한 아시아 무용수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드래곤즈는 부산문화회관이 프랑스 파리시립극장, 리옹 댄스비엔날레 등과 함께 만든 부산 최초의 국제 공동제작 작품이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부산에서 공연이 열렸다. 이 작품의 예술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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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즈 공연 장면. 부산문화회관 제공 |
드래곤즈는 애초 2020년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연기되면서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탄생했다.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 아시아 5개 지역의 2000년생 용띠 무용수 5명과 3D 작업을 통해 만든 디지털 실험작이다. 국내 공연에 앞서 지난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7개국 8개 도시에서 성공적인 투어를 마쳤다.
안은미 예술감독은 “원래는 무용수들이 모두 한국에서 모여 작품을 짜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입국이 불가능해졌다”며 “거의 작품을 포기할 상황이었지만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처음 안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줌은 몸의 언어 소통에 적합하지 않은데다 화면이 너무 작아 무용수들의 전신을 보기 어려웠다. 현실적인 조건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결국 성공했다”고 했다.
드래곤즈에서는 홀로그램뿐만 아니라 아시아 5개 지역 무용수의 자기소개 자막이 한글로 번역돼 화면에 나왔고 실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은빛 드레스, 초록과 핑크의 짝짝이 양말 등 화려한 의상은 기본이었다. 무대 배경과 안무 도구로 사용된 파이프 주름관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용수들은 파이프 주름관을 양손에 끼고 춤을 선보이고, 아예 커다란 파이프 주름관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파이프 주름관이 움직이자 꿈틀거리는 용처럼 보였다. 공포영화를 보는 듯 기괴하면서도 관객의 웃음을 유발했다. 무용수들이 접이식 양은 밥상을 서로 주고받는 동작은 서커스 묘기를 보는 듯했다.
관객 참여도 돋보였다. 공연 마지막 부분에서 무릎과 쇄골 부위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는 쉬운 안무 동작을 관객들이 하나둘씩 따라 했다. ‘얼쑤’ ‘어이’ 같은 무용수들의 에너지 넘치는 기합 소리는 관객의 흥을 돋웠다. 70분의 공연 시간이 끝나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공연장을 메웠다. 관객들의 박수에 답하며 퇴장했던 무용수들이 다시 무대로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에서도 실제 무용수들과 홀로그램 무용수들이 함께 등장해 큰 환호성을 받았다. 아시아의 용띠 무용수들이 몸으로 말하는 미래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