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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소년심판’ 판사로 열연 호평

“소년범은 어른의 잘못” 김혜수가 깨우치고 이 시대에 던진 고민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3-22 19:51:3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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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신념 뚜렷한 판사 4명
- 촉법소년 범죄 다른 시각 그려

- “이 작품 찍으며 편협한 사고 깨
- 모든 대사들 진심 전하려 노력
- 연기 부담에 서 있기 힘든 적도”

-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2주 1위
- 휴먼 장르서도 K-드라마 통해

“‘소년심판’을 시청하신 많은 분이 드라마의 메시지에 공감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소년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조금 더 다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인식이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소년심판’을 통해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서 참여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에서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로 새로 부임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 그녀는 촬영장에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연기에 집중하며 진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넷플릭스 제공
모든 배우가 매 작품마다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지만 김혜수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은 남달랐다. 최근 촉법소년과 청소년 강력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소년심판’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소년범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던지고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김혜수는 “‘소년심판’은 다른 작품에 비해서 좀 남다른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범죄나 그 저변의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 같은 것에 대해서 정말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10부작 드라마인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자극적인 뉴스의 이면에 가려진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한다. 김혜수는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로 새로 부임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서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좀비물이나 액션, 로맨틱 코미디 외에 휴먼 드라마 장르에서도 K-드라마가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함께 고민해 볼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세계적 흥행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판사 심은석으로 산 6개월

김혜수는 ‘소년범죄’를 촬영하는 6개월간 소년부 판사 심은석으로 살았다. 김혜수는 촬영 전에는 실제 소년부 판사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고, 재판을 직접 참관하며 분위기를 익혔다. 그는 “판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엄청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모습이 드라마에 잘 표현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대본이 일찍 나와서 다른 작품에 비해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촬영은 한순간도 쉽지 않았다. “대사 자체가 어떤 주제 의식을 잘 담고 있었기 때문에 잘 전달하기 위해 애쓴 건 없었다. 단지 진심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민해봐야 할 말들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대사에 의미와 감정을 담기 위해 노력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소년범죄와 소년범에 대해 많이 알고, 느끼고, 고민하게 됐다. 그것을 심은석을 통해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예를 들어 심은석이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 같은 것을 더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의 흔적은 김혜수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얼굴살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촬영 내내 심은석으로 살았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가 오기도 했다. 그는 “6개월간 촬영 준비하고, 촬영하고, 집에 오면 촬영했던 것을 다시 확인하고, 다음 촬영 준비하고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드라마가 세상에 나와서 조금이나마 사회 변화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또 한 번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를 강조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소년부 판사 심은석은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고 드라마 처음과 마지막에 말한다. 그만큼 이 대사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힘을 지녔다.

드라마에는 절도·폭행·강간·살인·성착취 등 현실 속에서 벌어졌었던 소년범죄를 모티브로 한 사건이 등장하는데, 소년범죄를 보거나 경험한 사람이라면 심은석과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극 중 심은석은 소년범죄로 자식을 잃고 결혼 생활까지 파탄이 난 아픈 기억이 있는 인물이기에, 판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이런 대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명료해 보이는 이 대사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김혜수는 “이 대사는 사람 김혜수가 그동안 소년범죄와 소년범을 바라본 시각, 충격적인 이슈를 접하면서 분노하고 가슴 아파했던, 혹은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혐오하고 판결을 비판했던 과거의 저를 많이 떠올리게 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심은석은 법관이자 소년범죄의 피해 가족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법관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범죄를 혐오하되 거기에 관한 시선과 의무에 대해서는 일관된 신념과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즉, 누구도 소년범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더욱 각인시키기 위한 작가의 장치”라고 대사에 담긴 깊은 뜻을 설명했다.

■판사와 소년범 배우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심판’. 자극적인 뉴스의 이면에 가려진 소년범죄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에는 심은석 외에도 소년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다녀온 후 검정고시를 거쳐 판사가 된 인물로,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 차태주 판사(김무열),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소년범죄를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강원중 판사(이성민), 그리고 소년사건을 빨리 처리하려는 나근희 판사(이정은)가 등장한다.

이들 세 명의 판사는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고, 심은석과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이해하며 소년 재판을 이끌어간다. 김혜수는 “신념이 다른 판사들 각자의 역할이 잘 보이면서도, 화합하고 대립하는 면들이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이들 각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섣불리 재단할 수 없으며 이들의 신념 모두에 수긍되면서도 질문을 던지게 된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대사로 ‘소년범을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한다. 하지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못한다’는 차태주 판사의 대사를 꼽았다. 그리고 “차태주 판사를 연기한 김무열 씨는 이성적이면서 진심을 담아 사소한 것까지 집중하는 아주 좋은 배우”라며 엄지척을 했다. 또한 영화 ‘내가 죽던 날’에 이어 다시 만난 나근희 판사 역의 이정은에 대해서는 “좋은 배우, 좋은 사람과 작업을 통해서 긴 시간을 함께한다는 건 제 인생의 축복이다. 그래서 저는 너무 좋았다”며 절친임을 인증했다.

소년범을 연기한 어린 후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는 첫 번째 초등생 살인사건 에피소드에서 백성우 역을 맡은 이연과 한예은 역의 황현정이다. 김혜수는 “이연을 의상 피팅 때 처음 봤는데 마치 백성우가 거기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깜짝 놀랐다. 대본을 보면서 백성우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가 없었는데 이연을 보는 순간 심장이 막 쿵쾅쿵쾅거렸다. 그리고 황현정은 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 유사한 케이스의 해외 논문까지 번역해서 다 보고 왔더라. 새로운 얼굴인데 캐릭터의 본질에 가깝게 연기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실제 범죄를 마주친 듯한 느낌을 준 후배 배우들 덕분에 연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소년심판’은 미디어의 순기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 관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은 나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작품이 굉장히 소중했다”고 밝힌 김혜수는 “작품을 하면서 사회 시스템과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소년범죄는 일시적으로 불타오르는 관심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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