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에 대한 철학 깊이있게 다뤄
- 소울아트스페이스 다음 말까지

밤하늘에 무수히 박힌 별들이 바다에 쏟아져 내린 것 같다. 별빛이 스민 바다는 잔물결을 일으키며 고요하게 반짝인다.

김덕용의 ‘결-창덕궁’.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덕용의 개인전 ‘Seed-Mother of Pearl’이 다음 달 3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생명에 대한 철학을 깊이 있게 다룬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비롯한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나무는 숲을, 자개는 바다를 떠나 인간사회에서 쓰이다가 마지막에 자신에게 온 물건들이다. 그는 나무에 바다와 밤하늘 별 달항아리 등을 자개로 수놓는 작업을 통해 고향을 떠난 물건들이 새 생명을 얻는, 생명의 순환과 영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덕용의 ‘차경-Ocean Rhapsody’.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이번 전시는 표면상 낮(제1 전시실)과 밤(제2 전시실)의 풍경으로 나누고 있지만 큰 틀에선 모두 빛을 다루고 있다. 해의 빛, 밤의 달과 별빛을 통해 바다와 하늘, 나아가 우주를 담아낸다.

일부 작업에선 나무의 재, 숯을 사용했는데 쓰임을 다하고 태워져도 작품으로 되살아나는 생명력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거친 나무와 다루기 쉽지 않은 자개, 숯을 작품화하는 ‘물리적 과정’과 전 연작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개념적 과정’이 작가에게는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일과 같다. 생명력을 다한 존재의 귀소를 아득한 밤하늘과 윤슬, 별이 된 씨앗으로 표현한 화면은 인간 생에 대한 통찰을 함축한다.

작가노트에서 김덕용은 이렇게 얘기한다. “태초 우리는 우주의 한 점이련가…. 한 줌의 형체는 하나의 점이 되어 심현의 공간에 한 톨의 씨앗과 진주로 뿌려져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고 다시 우리에게 따뜻한 감성으로 비춰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