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7일까지 국내외 16명 88점 선봬
- 작품 정보 공개 안하는 이색 기획전
- 예술 자체로 관객 자율적 감상 유도
- 7월1일 정보 공개돼 한 번 더 관람을
감상은 관객의 몫이라고 한다.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난해한 현대미술 앞에서 우리는 예술이라는 권위에 위축되거나 냉소적으로 대하기 일쑤다. 정답지 같은 캡션이나 작가 정보, 전시 팸플릿 등을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이런 정답지마저 없는 전시라면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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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에서 구현한 예술비평가 아서 단토의 ‘아홉 개의 붉은 사각형’. 재료와 크기가 같은 사각형의 작가와 작품명은 모두 다르다. 이들은 같은 작품일까, 다른 작품일까. |
부산현대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Exhibition with Little Informat
ion)’는 외부 정보에 의존하는 예술 감상법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정보로 자율적 감상을 유도하고 있다.
전시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16명이 참여해 총 8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참여 작가와 작품명은 제공되지 않는다. 습관처럼 작품 옆 캡션 쪽으로 몸을 숙이지만 이러한 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다. 작품 재료와 크기 등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예술적 사유를 쉽게 펼칠 수 있도록 가급적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은 피했다는 것이 부산현대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공간 구성에서도 공평한 감상을 위해 최대한 중립적으로 작품을 배치하고 과도한 전시 디자인은 자제했다.
정보를 숨긴 전시라는데 한쪽 벽에 그려진 아홉개의 붉은 사각형에는 작가와 작품명이 모두 노출돼 있다. 모두 같은 크기와 재료의 사각형에는 작가미상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민족’, 덴마크의 초상화가 ‘키르케고르의 기분’ 등 각각 다른 배경과 제목이 붙어있다. 이 그림은 질문한다. 제작자와 작품명이 다르면 이들은 같은 작품일까, 다른 작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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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된 작품 오른쪽 캡션에 작가명 작품명 등 정보가 가려져 있다. 최승희 기자 |
이는 예술비평가 아서 단토의 책 ‘일상적인 것의 변용’에서 언급된 내용을 구현한 것으로,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는 그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단토는 작품의 감상은 작가의 의도와 작품이 갖는 미술사적 맥락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만약 작품에 제목이나 그것을 설명하는 배경 등 외부 정보가 없었다면 붉은 사각형은 감상자에 의해서만 존재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며 “동시대 예술 작품의 경향이 작품과 그 외적 요소의 관계에 지나치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시로 감상자가 느낄 당혹감과 난해함을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엔 작품의 감상평을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인상 깊었던 작품을 선택해 자신만의 감상평을 입력하면 된다. 이 결과물은 감상자와 동시대 예술 관련 연구를 위한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이 전시는 두 번 방문하길 권한다. 참여 작가와 작품의 정보를 오는 7월 1일에 공개하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 후 다시 방문해 작품에 관한 정보와 함께 정보 공개 전후의 감상평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17일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작가의 의도나 진술, 그리고 작품의 개념과 맥락이 중요한 동시대 예술의 흐름 속에서 감상의 자율성과 작품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이번 시도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