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애월 어느 바닷가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록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 세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우선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친가나 외가 쪽 조상들 중 제주도민이 있었던 걸까? 또는 생전에 제주도 관광이라도 왔던 걸까? 사연을 듣자하니, 국내 팬들이 8년간 애써 준비해 퀸의 멤버들에게서 직접 허락받고, 사비를 들여세운 것이라 한다.
동상이라는 것이 꼭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오랜 편견일지 모른다. 지역을 대표한다는 기준도 저마다 입장에 따라 애매하다. 어떤 동상들은 다양한 이유로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제주도 푸른 바다를 등지고 힘차게 주먹을 치켜든 프레디 머큐리 동상은 차라리 순수한 추앙의 의미가 느껴진다.
걷다 보면 딱히 의미도 알 수 없고 그리 인상적이지도 않은 조형물을 숱하게 만난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 동상은 그의 팬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부산에도 이왕이면 종종 산책 나가는 광안리 바닷가에 마이클 잭슨,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같은 록 스타 동상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고인을 대상으로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겠다. 오륙도나 동백섬에 가왕 조용필 선생의 동상이 있어도 멋질 듯 하고, 부산이 낳은 세계적인 록 밴드 세이수미의 동상도 매우 힙하게 느껴질 것 같다. 영도엔 이미 현인 선생 동상이 있지만, 영도의 아들 강다니엘 동상이 생긴다면 팬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질 듯하다. 당연히 BTS의 부산 출신 멤버 정국과 지민 동상도 만든다면 전 세계 아미들의 성지순례가 줄을 이을 것이다. 역시 서구 아미동이 좋겠다.
유명인들로 특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동상 설립에 관한 여러 규제를 철폐하여, 부모님, 연인, 친구, 선후배, 은사님, 반려동물, 간혹 자기애가 강한 이들은 스스로의 동상을 세울 수 있게 하는 동상난립시대를 상상하는 건 어떤가? 동상을 세워 마땅한 주변 사람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를 것이다. 낯선 동상을 보며 과연 누굴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겠다. 어차피 심각한 고령화 사회이고 아이들은 줄어드니 언젠가 황폐해질 이 도시를 사람 대신 동상으로 채우는 상상을 하면 쓸쓸하지만, 그 나름 운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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