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힌,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파친코’는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직도 불편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 일본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는 8부작 드라마에 무려 1000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삼성 갤럭시의 경쟁사 애플이 투자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어쩐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1화를 보며 뛰어난 영상미와 일제강점기 의복이나 생활상을 집요하리만큼 생생하게 재현해낸 디테일이 놀라웠지만, 종종 문어체처럼 느껴지는 대사가 어색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한국 역사를 다룬 미국 드라마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그 또한 감격스러웠다. 그간 미드에서 드물게 비친 한국인이나 한국 이미지는 ‘꽈찌쭈는 햄보칼수없어!’ 같은 알아먹기 힘든 대사로 오랫동안 밈이 되거나, 물소가 유유히 밭을 가는 풍광을 뻔뻔하게 한국이라고 우기는 등의 만행을 보여주었다.
드디어 미드의 각성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지난 4월 29일. ‘파친코’ 마지막 회가 공개된 직후 시즌 2 제작이 발표됐다. 모두 4개 시즌으로 계획됐다고 한다. 시즌 1의 마지막 회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마무리였다. 무겁고 절박한 스토리와 상반되는 경쾌한 느낌으로 등장인물이 함께 어울려 신명 나게 춤추는 오프닝 영상에 깔리는 주제곡 ‘Let’s Live for Today’는 한국 밴드 이날치의 한국어 버전으로 교체됐고, 배우 김민하가 분한 젊은 선자는 가족을 지키려고 일본인들로 붐비는 시장 한가운데서 “어무이한테 배운 깁니더. 우리나라 김치입니더!”를 외치며 김치 장사를 시작하며 드라마는 끝나지만, 이후 일본에서 현재까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선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의외로 밝고 편안한 모습으로 간간이 농담도 던지는 할머니들 모습이 오히려 먹먹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여전히 일본 언론에선 ‘파친코’ 관련 이야기를 철저히 외면하고, 늘 그랬듯 역사왜곡이라 주장하고 있다지만, 마지막 인터뷰 장면들은 이 이야기는 그저 가상 이야기가 아니며 그 증인들이 여전히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담담히 보여주는 것으로 멋지게 마무리한다. 조속한 시즌 2 제작을 요청한다.
관련기사
